새샘(淸泉)
2009. 3/7 515차 가평 호명산 시산제 산행기 본문
산행로: 청평청명유원지-조종천다리-호명산(632)-기차봉(아갈바위봉)-암릉지대-장자터고개-호명호수(천지연)-천지연봉(600)-호명호수공원입구(9km, 6시간20분)
산케들: 박시환, 碧巖이충식과 이경순 부부, 盤谷이철섭, 長山손욱호와 이영애 부부, 樂山김수인, 윤승용, 民軒김기표와 김은희 부부, 鏡岩이병호, 法泉정재영, 素山이승무, 道然배기호, 智山방효근, 새샘박성주, 如山장만옥과 임카타리나 부부, 慧雲김일상과 청보화 부부, 百山이주형, 元亨김우성(22명)
뒤풀이 참석: 김영수
오늘은 2009년 己丑年 한해동안의 산케들의 무사산행을 비는 청평 호명산 시산제始山際 산행날이다. 시산제 산행에 같이 할 산케는 모두 22명. 2땡인데 백산대장은 2포카드라고 주장한다. 작년 하남 용마산 시산제 산행기를 들쳐보니 열일곱명의 산케가 참가하였다.
오랜만에 산행에 같이한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공휴일도 없이 바쁘다는 박대(박시환)가 올 첨으로 얼굴을 나타내었고, 재경동기회 반곡회장과 벽암총무가 금년 두 번째 산행으로 시산제에 함께 한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김영수가 못간다는 인사를 하는게 아닌가! 시산제에 꼭 참석할려고 했는데 갑자기 부산에서 수술일정이 생겨 지금 KTX 타러 서울역으로 가야된다는 것. 산행 참가한다는 약속 해놓고 못가게 되어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이곳에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후에 귀경하여 꼭 뒤풀이에 참석하겠다고 연락하라는 뒷말을 남기고 버스를 떠난다. 멋진 친구다!
따뜻하고 상쾌한 봄날을 알려주는 듯 압구정역 가로수의 매화나무에서는 백매꽃이 싱그럽게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08:10 예정 시각에 압구정역을 떠난 대형버스는 날씨만큼이나 상쾌하게 경춘가도를 달려 1시간10분만에 청평 청명유원지에 도착한다. 청명유원지의 은사시나무(현사시나무) 숲길을 지나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조종천으로 향한다.
09:20 산행 시작. 조종천 다리입구 이정표에는 호명산 정상 2.7km, 호명호수 6.3km라고 되어 있다. 호명호수까지 최소 3시간은 가야할 것 같다. 조종천 다리를 건너는 산케들 머리위로 따사한 봄날의 햇살이 앞 호명산에서 내리 비친다.
조종천을 건너 호명산 오름길 입구는 잣나무숲이다.
잣나무숲을 지나니 이번에는 일본잎갈나무(낙엽송)로 이루어진 시원스런 숲 사이로 햇살이 스며든다.
50분을 올라 툭 트인 곳에서 고개를 돌려 보니 북한강 푸른물 위로 청평댐과 신청평대교가 걸려 있다.
11:00 오늘산행의 최고봉이며 시산제를 지낼 호명산虎鳴山 정상(632m)에 이른다. 좋은 날씨 탓인지 이미 몇몇 산행객들이 정상 등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호명산은 한북정맥에서 동쪽으로 갈라진 지맥에서 명지산, 연인산, 대금산, 불기산, 빗고개, 주발봉, 기차봉에 이어 이 호명산에 이른다. 옛날 호랑이 울음소리가 많이 들려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고 하나 그 소리가 과연 호랑이 소리였을까?
여기서 남쪽으로 청평호가, 그리고 동쪽으로는 남이섬이 있는 북한강이 보인다.
원형회장, 백산대장, 도연총장은 북쪽을 향해 호명산 표지석 앞에 자리를 펴고 시산제 준비를 한다. 배낭은 전부 표지석 옆에 가지런히 정리한다. 준비한 음식을 다 차려 놓으니 푸짐하기 그지없다. 돼지수육, 백설기, 사과, 귤, 방울토마토, 딸기, 금귤(낑깡), 그리고 막걸리.
도연의 사회에 따라 시산제가 시작된다. 원형회장부터 술을 올리고 재배.
이어 원형회장은 산신령님께 축문을 다음과 같이 큰 소리로 고한다.
"단기 4342년 3월 7일 오늘 저희 이륙산악회 회원일동은 이곳 호명산 정상에 올라, 이 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그 속의 모든 생육들을 지켜주시는 산신령님께 고하나이다.
저희 산케동무들이 산행을 시작한 지 어언 10여년 515차에 달하니, 그간 신령님의 보살핌으로 무탈하였음에 감사드리며.....(중략).
이 자리에서 비옵나니 우리 산케중 먼저 고인이 되신 조익래님의 혼령도 평안하옵시고 고인의 가족들의 앞날에 부디 행복을 비옵니다.
산을 배우고 산을 닮으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고자 모인 우리가, 매주 한번씩 산을 오르니 이것을 어찌 작은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중략).
아름다운 조화로 가득찬 산과 골짜기를 걸을 때마다, 조용히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오로지 무사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우리의 발걸음을 보살펴주신 신령이시여!
(중략)
천지신명이시여, 오늘 우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적고 보잘 것 없지만 이는 우리의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거이 받아 거두시고, 올 한해 우리의 산행길을 굽어살펴 주시고, 절과 함께 이 잔을 올리니 정성을 받아 주시기를 업드려 빕니다.
이륙산악회 회원 일동"
백산대장도 술을 올리고 재배.
다음 절하고 싶은 몇몇 산케들이 술을 올린 다음 도연총장이 축문을 태우는 흉내만 냄으로써 시산제를 마친다.
다음은 시산제 음식과 함께 담소하면서 즐기는 시간이다.
호명산 정상의 너른 터 한쪽 구석의 벽돌로 쌓아놓은 모서리에 스물두명의 산케들이 둘러 앉는다. 자리가 다소 비좁을 줄 알았는데 모두 거뜬하게 앉는다. 가장 인기있는 음식인 경암이 준비한 이어도 수육 위로 부지런히 젓가락이 드나든다.
배를 어느 정도 채운 다음 출발전 자리를 정리하는데 박시환이 주변 청소까지 하는 모범을 보여주는 바람에 다른 산케들도 따라 할 수 밖에는.
모든 정리를 마치고 호명산 정상을 출발하기 전 스물두명의 산케들이 모여 크게 웃으면서 호명산 등정을 기념한다.
호명산을 떠나 호명호수를 향하는 도중 기차봉을 지나 암릉지대를 통과한다.
암릉지대를 지나 오른쪽 능선을 따라 가야 하는데 왼쪽 계곡으로 빠지는 길로 잘못 들어선 모양이다. 선두조가 길이 없다고 무전을 해와 후미조는 다시 온 길을 되돌아가서 비로소 바른 길로 접어든다. 밧줄로 안내되어 있는 등산로를 못보고 지나친 것이다.
호명산을 출발 1시간50분 후 양수발전을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호명호수가 보인다. 호명호수는 일명 천지연이라고도 불리는데 백두산 천지와 모습이 닮았다나. 청평호 물을 밤에 끌어올렸다가 낮에 내려보내는 낙차를 이용하여 수력발전을 하는 시설인데, 경제성이 없어 거의 가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재 호명호수는 관광지로서의 기능만 할 뿐이다.
호명호수 주위를 두르고 있는 나지막한 능선을 타고서 호명호수를 둘러본다. 그리고 해발고도 600m의 천지연봉이라 불리는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또 한 번의 기념촬영을 추가한다. 그런 다음 예쁜 여학생들의 모습도 담아본다.
이곳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도중 누군가가 박시환의 가곡을 청한다. 이에 답하여 박시환은 사전에 분위기를 띄워 달라고 부탁하니 장산이 선듯 나서 최무룡의 외다무다리를 구성지게 뽑기 시작한다.
이어 바로 박시환의 가곡 '남촌'이 고요한 주변 적막을 깨뜨리면서 앞으로 내민 두둑한 배에서 우렁차게 흘러퍼진다.
이곳 호명호수까지 연결되는 산복도로 찻길에는 아직까지 얼음이 얼어 있는 탓으로, 다음 주부터 버스가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약 3km에 이르는 구비구비 휘어지는 산복도로 찻길을 걸어서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우릴 태울 버스가 기다리는 호명호수공원 매표소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다.
원래 여기서 버스로 출발지인 청명유원지로 이동하여 삼겹살로 점심을 먹기로 계획했으나 시간이 예정보다 늦어진 탓에 이곳 호명산 쉼터에서 자리를 잡기로 결정한다.
집행부는 밖에서 번개탄으로 불을 지피고 불판 위에 삼겹살을 굽는 한편 산케들은 쉼터에서 파는 메밀전과 파전을 쉼터 안에서 맛본다.
처음에는 불이 여의치 않아 삼겹살을 일부 쉼터식당에 부탁하여 프라이팬에서 구웠는데 불판의 불이 본격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하면서 식당에 맛겼던 고기까지 다시 찾아가지고 와서 굽는다. 불판지기들의 수고 덕분에 밖에서나 안에서나 모두들 맛있는 삼겹살로서 하루의 피로를 가신다.
17:20 호명호수공원 매표소를 출발하여 서울로 향한다. 올때보다는 차가 약간 밀린 탓에 1시간 30분 걸려 뒤풀이를 위해 잠실역에 내린다. 아침 출발 전 약속한 김영수가 부산까지의 왕복 여행의 피곤함도 불구하고 잠실역 호프집에서의 뒤풀이에 함께 한다. 모두들 오늘의 무사산행과 더불어 한해동안의 무탈산행을 위하여, 그리고 3월8일부터 시작되는 경암의 백두대간 등정 첫발을 위하여!!!
2009. 3. 9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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