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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단원 김홍도 "염불서승도"

새샘 2009. 4. 18. 09:06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1745~1806)가 가장 나이 들어 그린 그림인 <염불서승도念佛西昇圖>는 보기드물게 사람의 뒷모습 그것도 스님의 뒷모습을 그린 초상화다. 

그래서 초상화라기보다는 선화禪畵에 가깝다.

초상화는 얼굴에 그 사람의 인격을 그려내야 하는데 비해, 뒷모습 초상화는 뒷머리와 뒷모습에 인격을 그려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리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뒷모습은 가식이 없.

정직하고 진실하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뒷모습은 한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비춰 준다.

역광으로 어른거리는 노승老僧의 가냘픈 등판, 그 위로 파르라니 정갈하게 깎은 뒷머리가 너무나 투명해 눈이 시리다.

고개를 약간 숙인 스님은 참선 삼매에 들었는가!

수척한 어깨뼈가 만져질 듯 장삼 아래 반듯하게 정좌하였다.

노승은 연꽃인지 구름인지 알 수 없는 것을 타고 서쪽 하늘을 날고 있다.

두광頭光인지 보름달인지 구분되지 않는 푸르고 환한 이 고운 모시발 위에 끝없이 번져 있다.

 

예술과 종교는 하나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예술은 예술, 종교는 종교일 뿐이다.

진정한 예술도 진정한 종교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종교와 예술이 지극한 것이 되고 보면, 예술은 종교이고 종교는 곧 예술이다.

이때 예술과 종교는 한 인간의 참된 삶,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이 그림은 '예술과 종교의 만남'이 되는 것이다.

 

단원은 죽음을 앞두고 말로는 뭐라 평할 수 없는 드높은 정신의 자취인 선화를 남겼다.

김홍도는 오랫동안 진실한 불제자였다.

붓을 쥐고 서화書畵 삼매에 빠졌던 그가, 거문고를 안고 악흥樂興 삼매에 빠졌던 그가, 언제 '한 소식'까지 얻어들었단 말인가!

그건 모르겠지만 단원의 눈길은 스님의 시선을 따라 그의 마음 길을 따르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이 글은 고 오주석 선생(1956~2005)의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2003, 솔출판사)에 실려 있는 글을 발췌 정리 작성한 것이다.

 

2009. 4. 18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