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새의 날개모양으로 낙엽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 '낙우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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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날개모양으로 낙엽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 '낙우송'

새샘 2017. 10. 21. 21:09

대청호변 청남대의 낙우송 가로수길-나무 몸통 주변 여기저기에 천태만상으로 볼록볼록 솟아 있는 낙우송의 공기뿌리 즉 무릎뿌리

 

낙우송落羽은 약간 납작하고 긴 선형의 잎이 양옆으로 나란히 붙어 있어서 마치 새의 날개(羽) 모양인데, 가을에 낙엽이 질 때 날개처럼 달린 잎이 전체로 떨어진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이름에 소나무 '송'이 붙어 있지만 소나무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삼나무에 가깝다. 그래서 중국 이름인 낙우삼落羽杉이 더 어울린다.

 

낙우송의 고향은 미국 플로리다주 미시시피강이 멕시코만으로 흘러드는 저습지다. 태생지가 이런 곳이다 보니 '수향목水鄕木'이란 애칭이 있을 정도로 물을 너무 좋아한다. 게다가 축축하고 습한 땅, 심지어 물속에서도 거뜬히 자란다. 그래도 숨은 쉬어야 하니 특별대책을 세운다. 낙우송 아래에는 땅 위로 볼록볼록 솟아있는 적갈색 돌기를 흔히 볼 수 있다. 바로 뿌리의 숨 막힘을 보완해주는 공기뿌리다. 하나하나의 모양은 천태만상이다. 우리 눈에는 마치 천불상을 보는 듯 자연이 만들어낸 장관이다. 서양 사람들은 모양이 무릎과 닮았다 하여 무릎뿌리(knee root)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공기뿌리라는 용어보다 무릎뿌리라는 용어가 친근하게 느껴져 무릎뿌리라고 부르고자 한.

 

우리나라에서 낙우송 군락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자연 식생지는 없는 것 같고 수목원에 가야 몇 그루 볼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낙우송 군락과 무릎뿌리를 실컷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 그곳은 바로 청주 청남대. 물론 청남대는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새샘은 운 좋게도 이번 추석연휴때인 2017. 10. 2에 예약도 하지 않고 혹시나 하고 들렀더랬는데 무료로 입장하여 4시간 이상을 즐겁게 돌아다니면서 낙우송 군락뿐아니라 청남대 전체를 구경하는 행운을 잡았다.

 

청남대 골프장 1번 홀 옆길은 낙우송 가로수길

 

낙우송 무릎뿌리

 

 

물 걱정은 안 하고 사는 나무이니 좋은 점도 많지만, 뿌리가 깊지 않아 바람의 심술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오래되면 땅에 닿는 부분은 울퉁불퉁해지면서 땅으로 갈수록 몸통이 갑자기 더 굵어진다. 덩치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바람에 넘어져 주위의 꼬마 나무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함이다. 나무 입장에서야 좋겠지만 이렇게 위아래의 줄기 굵기가 다른 나무들은 사람이 베어서 이용하는 데는 바람직하지 않다.

 

낙우송은 1920년경 우리나라에 처음 수입되었으며, 바늘잎나무로는 드물게 낙엽이 지는 나무다. 원산지에서는 보통 키 30미터, 둘레 6미터 정도로 자라는데, 큰 것은 키 50미터, 둘레 1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몸체를 자랑한다. 또 오래 사는 나무로도 유명하다. 800~3,000년에 이르는 나무도 드물지 않다.

 

낙우송은 물에 사는 나무라 목재가 특히 습기에 강하여 서양 사람들은 관을 만들 때도 쓴다. 전체적으로 목재는 나뭇결이 고우며, 가볍고 연하면서 잘 갈라지지 않는다. 판자로 켜서 가구재를 비롯한 각종 기구, 건축재, 선박재 등으로 쓰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나무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원수로 심는다. 곧바로 자라고 세로로 길게 갈라지는 적갈색의 껍질고 웅장하고도 원뿔 모양의 아름다운 모양새는 공원이나 학교 등 넓은 공간에 잘 어울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는 낙우송이 아닌 메타세쿼이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낙우송을 쉽게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낙우송과 메타세쿼이아는 잎이나 바깥 모양이 매우 비슷하여 혼동하기 쉬우나 전체적인 수형과 잎이 붙어 있는 모양으로 구별할 수 있다. 낙우송은 가지가 옆으로 퍼져 자라기 때문에 폭이 넓은 느낌을 주는 타원형 수형인 반면, 메타세쿼이어는 가지가 위로 자라기 낙우송보다 폭이 좁은 타원형의 수형으로 더 길게 보인다. 그리고 잎의 차이는 낙우송은 잎과 잎이 서로 어긋나기로 달리는 반면, 메터세쿼이어는 마주보기로 달린다.

 

청남대 돌탑 뒤 동산에 서 있는 낙우송-전체적인 수형이 폭이 넓은 타원형이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줄기 몸통이 굵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운데 잎맥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는 잎이 어긋나기로 달려 있는 낙우송 잎 

 

이 글은 사진 및 사진과 관련된 글, 그리고 일부 글을 제외하고는 박상진 지음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 나무의 세계 2(김영사, 2011)'에 실린 것을 발췌한 것이다.

 

2017. 11. 21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