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면역의 역설, 신종 바이러스마다 당하는 이유 본문

글과 그림

면역의 역설, 신종 바이러스마다 당하는 이유

새샘 2020. 3. 17. 12:37

아시아경제 2020. 03. 17 06:32 입력 인터넷판에 「면역의 역설, 신종 바이러스마다 당하는 이유[과학을 읽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최근 인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수업 전 손을 씻고 있는 모습[AFP/연합뉴스]>


인간은 일상에서 수많은 병원체를 만난다. 이 병원체는 음식과 접촉, 호흡 등을 통해 인간 몸 속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이 많은 병원체들이 몸 속으로 들어와도 무조건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병원체를 방어해 신체를 지켜내는 면역 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면역 immunity이란 이물질이나 병원체에 대항해서 인체가 스스로를 방어하고 보호하는 기능이다. 그런데 왜 인간은 새로운 병원체가 나타날 때마다 '팬데믹 pandemic[범유행병, 세계적유행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자연숙주인 박쥐보다 인간 면역체계가 정말로 뒤떨어지기 때문일까? [박쥐보다 못한 인간?] 편에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척추동물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기능을 가진 '인터페론 interferon(IFN)'이란 단백질을 생성하다는 점을 살펴봤다.


인간과 대다수의 다른 동물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만 인터페론을 생성하지만, 박쥐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아도 세포에서 지속적으로 인터페론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인간이나 다른 동물의 면역 체계에 비해 박쥐의 면역 체계가 더 뛰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쥐는 최근 팬데믹[사스 SARS, 메르스 MERS, 코로나19 COVID-19]을 유발한 대부분 바이러스의 자연숙주이면서도, 정작 자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놀라운 면역 체계를 갖춘 동물이다. 인간과 박쥐가 직접 비교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인간이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팬데믹에 빠지는 것은 인간의 '항원-항체 반응의 특이성 Specificity of Antigen-Antibody Reaction' 때문이다.


인간은 병원체를 방어하기 위해 예방주사 즉  '백신 vaccine'을 맞는다. 그런데 우리는 백신을 하나만 맞지 않고, 질병의 종류에 따라 제각기 다른 백신을 맞고 있다. 하나의 백신만으로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하나의 백신은 하나의 질병을 막아준다. 인간 면역의 이런 특성을 항원-항체 반응의 특이성이라고 한다.


항체는 항원을 인식하는 부위를 가지고 있는데 그 부위에 맞는 항원과만 결합할 수 있다. 이것은 자물쇠[병원체 즉 항원]에 맞는 열쇄[백신 즉 항체]가 제각기 다른 것과 같은 이유다. 예를 들면, A형 간염 항체는 A형 간염바이러스와 결합해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지만, 폐렴이나 홍역 등 다른 바이러스와는 결합할 수 없다. 즉, 다른 바이러스에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예방접종을 통해 백신을, 그러니까 독성이 없거나 약한 항원을 몸 속에 넣어준다. 그러면 감염된 바이러스임을 인식한 백혈구 중 독성을 가진 T 림프구[세포독성 T 림프구 cytotoxic T lymphocyte]가 이를 공격해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T 림프구(T 세포)는 인식한 바이러스를 기억하게 된다[기억 T 림프구 memory T lymphocyte]


나중에 같은 바이러스가 침범하면 기억 T 림프구가 즉각 이를 기억해 항체를 생산하는 백혈구인 B 림프구(B 세포)로 신호를 전달하여 항체를 생산해 대응함으로써 바이러스를 감염 초기에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한 번 걸렸던 질병에 잘 안 걸리는 이유가 이런 면역 체계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감기바이러스의 하나이면서도 변종이 잘 생겨 B 세포의 기억에 없는 항원으로 인식하게 된다[대부분의 바이러스는 변종이 잘 생긴다]. 사스나 메르스 때도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단 하나의 백신으로 모든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는 없을까? 모든 과학자들의 이상향이자 인류의 꿈이다. 과학자들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모든 바이러스의 숙주인 박쥐에 대한 연구를 중단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백신이 없어도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는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열에 약하다고 한다. 차가운 음료보다는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체온이 낮아지지 않도록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마스크를 쓰거나 손을 씻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각 질병마다 그에 맞는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귀찮다는 핑계로 방역 당국이 강조하는 그때그때 예방접종을 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글은 아시아경제 2020. 03. 17 06:32 입력 기사 김종화 기자 [과학을 읽다]를 옮긴 것이며, 일부 내용은 새샘이 수정·보완하였다. 


2020. 3. 17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