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오주석의 단원 김홍도 "월만수만도" 해설 본문

글과 그림

오주석의 단원 김홍도 "월만수만도" 해설

새샘 2020. 3. 22. 11:20

김홍도, 월만수만도, 1800년, 비단에 수묵담채, 125.0 ×40.5㎝, 삼성미술관 리움

 

 

주자朱子 서거 후 600년 되는 해 정초正初를 맞아, 단원은 어명을 받들어 <주부자시의도朱夫子詩意圖> 8폭 병풍을 그려 올렸다.

 

'주자의 시 여덟 수에 담긴 뜻을 표현한 그림'

 

이것은 성리학의 정통을 자부했던 나라인 조선의 국가적인 사업이기도 했지만 국왕 개인에세 바쳐진 작품이다.
그 가운데 제4폭은 특히 만천명월주인옹萬天命月主人翁이란 호를 가지고 있던 정조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정조는 그 자신이 만 개의 자잘한 실개울에까지 고루 그 모습을 비추는 달과 같은 존재가 되기를 원했다.
그렇게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빠짐없이 임금의 진실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우선 그 자신부터 성인聖人이 되고자 했다.

 

≪대학大學≫에 나오는 8조목 가운데 '올바른 마음(정심正心)'을 주제로 그린 이 작품은 여덟 폭 가운데서도 가장 빼어나다.

그래서 정심도正心圖라고도 불린다.
깊은 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곳에 보름달이 떠올라 빈산을 환하게 고루 비춘다.
아래는 차가운 물이 쉬지 않고 흘러 계곡 맑게 메웠다.

뜻을 성실하게 해서 마음이 올곧게 된 사람의 경지가 바로 이러하다.


<월만수만도月滿水滿圖>는 지극히 단순한 조형 요소로 이루어졌다.
우측 절벽을 진하게, 맞은 편 암벽과 폭포를 아스라하게 처리하여 극적인 대비를 보인다.
먼산(원산遠山)은 단정한 윤곽선을 따라 푸르스름하게 얼비치고, 보름달 바깥쪽은 대기감이 느껴지는 맑은 바람이 깨끗하다.
두 암벽을 사이에 두고 위쪽 보름달 뜬 하늘과아래편 깊은 못물이 서로를 비춘다.

 

정조는 이 작품에 깊이 감격하여 늘 곁에 두고스스로 마음을 다지는 거울로 삼겠다는 글을 남겼다.


화제 '무이도가武夷棹歌 4곡曲(넷째 굽이)'

 

넷째 굽이 동서 양쪽에 큰 암벽 솟았는데  (사곡동서양석암四曲東書兩石巖)

암벽 꽃엔 이슬 달리고 푸르름 드리웠네  (암화수로벽람삼巖花垂露碧毿)

금빛 닭 울음 그친 후에 보는 이 없으니   (금계규파무인견金鷄叫罷無人見)

빈 산에 달빛 차고 못에 물 가득하네      (월만공산수만담月滿空山水滿潭)


웅화熊禾의 석註釋

 

마음을 바르게 해야만 혼매하고 산란함이 없어진다 (정심지시正心只是  무혼매산란無昏昧散亂)

 

※이 글은 오주석 지음,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2017, 푸른역사) 실린 글을 옮긴 것이며, 화제畵題는 http://blog.daum.net/juksajacob3990/5473, 웅화의 주석은 http://blog.daum.net/windada11/8771088을 각각 참고하였다.

 

2020. 3. 22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