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조선 후기의 백자달항아리 본문
한국미술사에서 조선후기 새로운 변화의 조형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술 작품은 바로 18세기 <백자달항아리>다.
현재 높이가 50㎝를 넘는 백자달항아리들은 모두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미술시장에서는 보존 상태와 생김새에 따라 수억 내지 수십억 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이 백자달항아리들은 앞으로 한국 고미술품 가운데 수백억~천억 원의 값어치를 할 으뜸이 아닐까 싶다.
백자달항아리는 조선시대 궁궐이나 대갓집에서 장을 담던 그릇이다.
이런 용도와 관련해 삼성미술관 리움의 소장품 가운데 유명한 백자가 있다.
항아리 표면에 그럴듯한 추상화 무늬처럼 장 얼룩이 아름답게 배어 나왔기 때문이다.
비단 이 자기뿐 아니라 백자달항아리들은 당시 왕실이나 상류사회의 미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도공의 창조적 아이디어와 솜씨를 자랑할 만한 유물이다.
우리나라 문화재 중 가장 한국적이고 또 조선적인 대표작을 꼽는다면,
아마 미술사학자나 미술문화 관련자 대부분이 백자달항아리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외국의 미술사학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백자달항아리는 한국미를 잘 대변한다.
그 형태 그대로 '조선'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다.
<백자달항아리>의 형태를 찬찬히 살펴보면 어느 시점에서나 좌우가 살짝 일그러져 보인다.
바로 이게 매력포인트!
좌우 비대칭의 균형 asymmetrical balance의 아름다움이 적절히 담겨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하면, 유교 내지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예의·절제·검박儉朴(검소하고 소박함)·청백리 등의 키워드가 떠오르지만, 이렇게 단정한 격식의 유교 이념이 경제적 성장으로 돈의 힘에 밀리기 시작한 것일까?
백자달항아리는 엄정하고 완벽한 대칭이 아닌 살짝 주저앉거나 일그러진 미를 허용하였다.
즉 사람의 감정, 욕구, 개성 등이 열리는 조선후기의 시대정서를 반영한 자연스런 형태미를 딱 맞게 보여주고 있다.
마치 라이벌의 다름마저도 통합하고 포용할 원만한 형태미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이태호 지음, <한국미술사의 라이벌>(세창출판사, 2014)에 실린 글을 발췌한 것이다.
2020. 8. 17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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