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진경산수화: 느낌 쏟아내기와 닮게 그리기 본문
겸재謙齋 정선鄭敾과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두 화가가 그림 그리는 방식을 지금에 비유하면,
정선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기세氣勢[기운이나 태도]나 즉흥적 감성을 적극적으로 그림에 표출시킨 반면,
단원은 눈에 보이는 것을 혹사酷似하게[아주 비슷하게] 또는 방불彷佛하게[거의 비슷하게] 사실적으로 그림에 담았다.
정선과 김홍도의 특징을 표로 비교해 보았다.
정선(1676~1759) | 김홍도(1745~1806) |
대상을 과장 | 대상 그대로 방불 |
영조(1724~1775) 때 활약 | 정조(1776~1800) 때 활약 |
사대부가 출신으로 외가 부유 | 부유한 무반 출신 |
문인화가, 관료 | 화원, 관료 |
-그림이 취미[여기餘技] -훌륭한 인품[호호인浩浩人] |
-자부심[장인匠仁] -까다로운 성격의 달인達人 |
-이하곤의 평가: 흥취興趣[흥과 취미]만을 구할 뿐 형상의 닮음을 추구하지 않았다 (구기취求其趣 불구기형사不求其形似) -이덕수의 평가: 가슴에 산을 옮기고 돌을 몰아오는 기술이 있다 (흉중이산구석지술胸中移山驅石之術) |
-강세황의 평가: 꼭 닮게 그려 교묘하게 하늘의 조화를 빼앗는다 (방불교탈천조彷佛巧脫天造) -신광하의 평가: 사물을 그릴 때마다 마음에 깨우침을 얻은 듯하다 (매화일물심약오每畵一物心若悟) |
기억-마음-감성-과장 | 방불-눈-오성-사생 |
흥취의 리얼리티 reality [흥취의 신 즉 흥신興神] |
형상의 리얼리티 reality [형상 묘사를 완벽하게 구현 즉 곡진물태曲盡物態] |
마음으로 느낀 대상을 표현함으로써 대상과 그림이 닮지 않음 |
눈으로 본 대상을 사생寫生함으로써 신이 그린 것처럼 대상과 그림이 닮았음[신사神似] |
시점視點을 이동하면서 다多시점으로 본 기억을 합성 | 시점을 고정하여 현장 사생 |
-기세찬 리듬 필묵 -활필活筆[던지듯 휘두르는 붓질]·권필倦筆[빠르게 대충대충 붓질]·농묵濃墨[진한 먹물] |
-감각적 리듬 필묵 -짧은 붓터치[신필神筆]·섬세한 농담濃淡 변화·담묵淡墨[묽은 먹물] |
성리학적 이상理想을 구현한 그림[중세성中世性] | 대상의 리얼리티를 구현한 그림[근대성近代性] |
산수화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그림 그리기 방식을 잘 보여주는 회화 장르이다.
정선은 조선 땅을 그린 진경산수화眞境山水畵[우리나라에 실재하는 경관의 사생에 주력하는 화풍]로 유명하다.
물론 진경산수 외에도 전통적으로 사랑받던 소상팔경도나 중국 소재의 관념적 산수화도 남겼고, 도석道釋[도교와 불교]·고사인물·영모翎毛[새와 짐승]·화훼花卉[풀과 나무]·초충草蟲[풀벌레] 등도 그렸다.
대체로 대담한 변형과 필묵법을 지녔지만, 섬세한 선묘의 꽃과 나비, 고양이, 닭 그림이나 기록화 성격의 그림도 상당한 수준을 보인다.
허나 아무래도 사실감을 내는 묘사 솜씨는 떨어진다.
이에 비해 김홍도는 모든 영역의 그림에서 형사形似[형체가 서로 비슷함]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도화서에서 훈련하여 묘사력을 닦았기 때문일 것이다.
세 번씩이나 어진제작에 발탁될 정도로 초상화의 대가였고, 궁중기록화·풍속화·화조·영모·초충·어해도魚蟹圖[물고기와 게 그림] 등 모든 회화 유형을 통달하였다.
우리가 미술시간에 겸재는 진경산수화가, 단원은 풍속화가로 한정해서 배워 왔지만, 실제로 김홍도의 산수화는 어느 영역의 그림보다 예술성이 뛰어났다.
때문에 산수화 장르는 정선과 김홍도를 '라이벌 rival' 또는 '쌍벽雙壁[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둘 다 특히 뛰어남]'으로 비교하기에 가장 좋다.
※이 글은 이태호 지음, <한국미술사의 라이벌>(세창출판사, 2014)에 실린 글을 발췌한 것이다.
2020. 8. 23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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