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진경산수화: 느낌 쏟아내기와 닮게 그리기 본문

글과 그림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진경산수화: 느낌 쏟아내기와 닮게 그리기

새샘 2020. 8. 23. 09:11

<정선, 구룡폭, 비단에 담채, 29.5×23.5㎝, 겸재화첩, 독일 성오틸리엔수도원(출처-http://blog.daum.net/wongis/7087575)>

 

<김홍도, 구룡연, 비단에 담채, 30×43.7㎝, 금강산화첩, 개인(출처-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alsanja&logNo=221042775461&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겸재謙齋 정선鄭敾과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두 화가가 그림 그리는 방식을 지금에 비유하면,

정선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기세氣勢[기운이나 태도]나 즉흥적 감성을 적극적으로 그림에 표출시킨 반면,

단원은 눈에 보이는 것을 혹사酷似하게[아주 비슷하게] 또는 방불彷佛하게[거의 비슷하게] 사실적으로 그림에 담았다.

 

정선과 김홍도의 특징을 표로 비교해 보았다.

정선(1676~1759) 김홍도(1745~1806)
대상을 과장 대상 그대로 방불
영조(1724~1775) 때 활약 정조(1776~1800) 때 활약
사대부가 출신으로 외가 부유 부유한 무반 출신
문인화가, 관료 화원, 관료
-그림이 취미[여기餘技]
-훌륭한 인품[호호인浩浩人]
-자부심[장인匠仁]
-까다로운 성격의 달인達人
-이하곤의 평가: 흥취興趣[흥과 취미]만을
구할 뿐 형상의 닮음을 추구하지 않았다
(구기취求其趣 불구기형사不求其形似)
-이덕수의 평가: 가슴에 산을 옮기고
돌을 몰아오는 기술이 있다
(흉중이산구석지술胸中移山驅石之術)
-강세황의 평가: 꼭 닮게 그려 교묘하게
하늘의 조화를 빼앗는다

(방불교탈천조彷佛巧脫天造)
-신광하의 평가: 사물을 그릴 때마다
마음에 깨우침을 얻은 듯하다 
(매화일물심약오每畵一物心若悟)
기억-마음-감성-과장 방불-눈-오성-사생
흥취의 리얼리티 reality
[흥취의 신 즉 흥신興神]
형상의 리얼리티 reality
[형상 묘사를 완벽하게 구현 즉 곡진물태曲盡物態]
마음으로 느낀 대상을 표현함으로써
대상과 그림이 닮지 않음
눈으로 본 대상을 사생寫生함으로써
신이 그린 것처럼 대상과 그림이 닮았음[신사神似]
시점視點을 이동하면서 다多시점으로 본 기억을 합성 시점을 고정하여 현장 사생
-기세찬 리듬 필묵
-활필活筆[던지듯 휘두르는 붓질]·권필倦筆[빠르게 대충대충 붓질]·농묵濃墨[진한 먹물]
-감각적 리듬 필묵
-짧은 붓터치[신필神筆]·섬세한 농담濃淡 변화·담묵淡墨[묽은 먹물]
성리학적 이상理想을 구현한 그림[중세성中世性] 대상의 리얼리티를 구현한 그림[근대성近代性]


산수화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그림 그리기 방식을 잘 보여주는 회화 장르이다.

 

정선은 조선 땅을 그린 진경산수화眞境山水畵[우리나라에 실재하는 경관의 사생에 주력하는 화풍]로 유명하다.

물론 진경산수 외에도 전통적으로 사랑받던 소상팔경도나 중국 소재의 관념적 산수화도 남겼고, 도석道釋[도교와 불교]·고사인물·영모翎毛[새와 짐승]·화훼花卉[풀과 나무]·초충草蟲[풀벌레] 등도 그렸다.

대체로 대담한 변형과 필묵법을 지녔지만, 섬세한 선묘의 꽃과 나비, 고양이, 닭 그림이나 기록화 성격의 그림도 상당한 수준을 보인다.

허나 아무래도 사실감을 내는 묘사 솜씨는 떨어진다.

 

이에 비해 김홍도는 모든 영역의 그림에서 형사形似[형체가 서로 비슷함]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도화서에서 훈련하여 묘사력을 닦았기 때문일 것이다.

세 번씩이나 어진제작에 발탁될 정도로 초상화의 대가였고, 궁중기록화·풍속화·화조·영모·초충·어해도魚蟹圖[물고기와 게 그림] 등 모든 회화 유형을 통달하였다.

 

우리가 미술시간에 겸재는 진경산수화가, 단원은 풍속화가로 한정해서 배워 왔지만, 실제로 김홍도의 산수화는 어느 영역의 그림보다 예술성이 뛰어났다.

때문에 산수화 장르는 정선과 김홍도를 '라이벌 rival' 또는 '쌍벽雙壁[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둘 다 특히 뛰어남]'으로 비교하기에 가장 좋다.

 

※이 글은 이태호 지음, <한국미술사의 라이벌>(세창출판사, 2014)에 실린 글을 발췌한 것이다.

 

2020. 8. 23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