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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령사회

새샘 2020. 11. 6. 11:07

 

<84세에 프랑스 국가원수가 된 앙리 필리프 베노니 오메르 조제프 페탱(1940~1944년 재임)(사진 출처-위키백과https://ko.wikipedia.org/wiki/%ED%95%84%EB%A6%AC%ED%94%84_%ED%8E%98%ED%83%B1)>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17세기 프랑스 작가 세비녜 Marquise de Sévigné 후작 부인은 왕비와 사별하고 재혼한 당시 47세였던 태양왕 루이 14세에 대해 언급하면서 왕을 '늙은이'라고 불렀다.

오늘날에는 65세 이상을 노인 the aged(senior citizen)으로 규정한다.

 

UN의 기준에 따르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퍼센트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ageing society', 14퍼센트를 넘으면 '고령사회 aged society', 20퍼센트를 넘으면 '초고령사회 post-aged society'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노인 인구가 7.2퍼센트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20년에는 15.7퍼센트를 차지하여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40년 후인 2060년에는 43.9퍼센트로 치솟아 국민 2명 중 1명은 노인이 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사람은 아주 일찍부터 노화되기 시자한다.

우리 신체는 아주 급속히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단계에 도달한다.

흉터가 아무는 속도는 15세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25세부터는 하루에 30만 개의 뉴런(신경세포) neruon을 상실한다(물론 아직 수십억 개의 뉴런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신체적 쇠퇴를 의식한다.

안경을 끼고 청력이 약해지며 숨이 가빠지고 혈압에 문제가 생긴다.

지적으로도 퇴화되기 시작한다.

건망증이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고유명사가, 다음에는 멀지 않은 과거가 생각나지 않는다.

오랜 추억은 생생하게 남아 있는 반면 최근의 일은 기억이 가물거리는 것이다.

먼 과거를 회상하기 좋아하는 노인들은 자기가 사는 시대로부터 유리된다.

이 지나간 시대의 찬양자는 자신의 기억력 상실로 인한 편집증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들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안락함에 대한 집착과 명성의 추구, 명예욕 등이 찾아오거나 더 강해진다.

자기가 살아온 방식을 고수하는 노인은 터무니없는 자기만족을 과시하여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할 때도 있다.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는 말,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노인은 차츰 딱딱한 음식 대신 죽을 선호하며, 먹는 것과 배설 작용에 관심이 커진다.

부끄러움은 사라진다.

의사는 아버지 같은, 간호사는 엄마 같은 존재가 된다.

어린이의 의타심은 점점 줄어들어 독립된 삶으로 나아가는 반면, 노인의 의타심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노인들은 자신의 생존에 집착하기 때문에 감수성을 일정 정도 잃어버린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은 그에게 별다른 감정적 타격을 주지 않으며, 동년배들의 죽음은 은밀한 만족감을 안겨준다.

 

1982년 프랑스는 노인 인구가 13.8퍼센트로 이미 고령사회에 바싹 다가섰다.

우리보다 한 세대 이상 앞선 셈이다.

이 중 290만 명이 남자, 460만 명이 여자였다.

65세 이상의 남자 100명 중 74명이 배우자가 있었으나, 여자의 경우는 100명 중 52명이 과부였다.

75세 이상 인구 중 남자는 105만 8천 명이지만, 여자는 210만 명이었다.

노인들의 다수가 '할머니'였던 셈이다.

 

많은 시간을 가사 노동에 투입해온 여성이 남성보다 퇴직 후의 생활에 더 잘 적응했다.

미혼자의 경우 기혼자에 비해 사망률이 훨씬 높았다.

65~79세의 미혼 남자는 부인과 사별한 홀아비들에 비해 병에 훨씬 더 잘 걸렸지만, 여성에게는 이런 특징이 나타나지 않았다.

노인의 자살률은 전체 자살의 4분의 3을 차지했고, 여자보다 남자의 자살률이 훨씬 높았다.

60~69세 연령대에서 홀아비들의 자살률은 부인이 살아 있는 노인보다 3배나 높았다.

 

전통사회에서 노인은 지혜와 지식의 보유자였다.

원시사회에서 노화는 쇠퇴라기보다는 지위 향상의 계기였다.

구전문화에서 노인은 집단 기억의 보유자였다.

기대수명이 짧았을 때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존경과 찬양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산업사회에서는 너무나 급속한 변화 때문에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고령의 노동자들은 재훈련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숫자가 너무 많아 노인은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다.

 

그러나 경험이 중요한 비중을 점하고 노인들이 놀라운 역할을 하는 영역이 하나 있으니 바로 정치다.

권력이 채워주는 만족감은 노화의 고통을 보상해준다.

프랑스의 페탱 Henri Philippe Benoni Omer Joseph Pétain 장군은 84세에 국가 원수가 됐고, 드골 Charles de Gaulle은 67세에 다시 권력으로 돌아왔다.

60세에 정년퇴직에 찬성했던 미테랑 François Maurice Adrien Marie Mitterrand은 65세에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올 2020년 미국 대통령은 78세의 바이든 Joseph Robinette Biden Jr.74세의 트럼프 Donald John Trump 두 노인 중 한 사람이 선출될 것이다.

 

당리당략을 떠나 경륙과 원숙함으로 국민을 편안하게만 해준다면야 누가 나이 탓을 하겠는가!

 

※이 글은 박상익 지음, <나의 서양사 편력 2>(푸른역사, 2014)에서 발췌하였으며,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통계청의 '2020 고령자 통계' 자료다.

 

2020. 11. 6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