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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불화 혜허 "양류관음도" 본문

글과 그림

고려 불화 혜허 "양류관음도"

새샘 2020. 11. 19. 18:00

혜허, 양류관음도, 1300년경, 비단에 채색, 144x62.6㎝, 일본 센소지(사진 출처-출처자료1)

 

양류관음도 관음보살 상반신 세부(사진 출처-출처자료1)

 

양류관음도 관음보살 하반신 세부(사진 출처-출처자료1)

 

양류관음도 선재동자 세부(사진 출처-출처자료1)

 

불교에서 '위로는 깨달음을 추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는(상구보시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 대승의 수행자를 특히 보살菩薩이라 하는데, 보살을 그린 그림이 보살도다.

부처와 중생의 중간적 존재로서 보살사상이 발달한 대승불교에서는 수많은 보살이 알려져 있다.

 

수많은 보살 가운데 '소리를 듣는다'는 관음觀音은 자비구제의 보살이다.

법화경法華經 보문품普門品과 화엄경華嚴經 입법계품入法界品에 나와 있는 설명에 따르면 관음보살은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인간의 여러 가지 고난을 구제해주는 자비와 구제의 보살로서, 아미타불과 마찬가지로 그 이름만 올려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벌써 나타나서 구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중생들은 관세음보살의 덕을 보려고 '관세음자제불, 관세음불, 관세음보살' 하면서 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살은 부처의 협시로서 함께 등장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그려진 경우는 드물다.

고려불화의 보살도는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주류를 이루며, 관음보살 중에서도 가장 많이 그려진 것이 수월관음이다.

수월관음水月觀音이란 33관음의 하나로 물에 비친 달을 내려다보는 형상의 보살을 말한다.

 

원나라 때 탕후湯厚가 지은 ≪고금화감古今畵鑑≫이란 책의 '외국화' 조목 중 "고려관음상이라는 것이 아주 교묘한데 그 근원은 당나라 위지을승尉遲乙僧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필筆이 변해서 아주 섬려纖麗하게[섬세하고 아름답게] 되었다"라고 대한 글이 실려 있다.

 

이 표현은 고려 관음상은 원나라는 물론 원나라 이전의 송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주 독특한 그림으로, 당나라 때 신라에 간 위지을승 그림이 그 기원일 것이며, 그대로 전하는 것이 아닌 약간 변해서 아주 섬세하고 아름답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음보살은 고려 때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 기원은 신라부터 내려오는 독특한 형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월관음 자체는 서역의 돈황 막고굴 같은 곳에서도 나온다고는 하지만 현존하는 고려 수월관음이라는 독특한 형태는 아주 드물어 다른 곳에서는 보기가 어렵다.

이것이 신라 이래로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 양식과 어떤 연관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제 혜허慧虛라는 스님이 1300년경 그린 '수월관음도'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이 관음상은 우리나라 것으로서는 예외적인 독특한 그림이다.

첫째, 관음보살이 앉아 있는 좌상坐像이 아닌 서 있는 입상立像이고, 둘째, 풀잎 같기도 물방울 같기도 한 물체 속에 손에 정병淨甁[목이 긴 물병]이 아닌 버들을 붙잡고 서 있으며셋째, 왼쪽 맨 밑에 서 있는 선재동자 주변에 보물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이 그림에는 "수월관음도"란 이름 외에도 버들을 붙잡고 있다 해서 "양류楊柳관음도"물방울 속에 있다 해서 "물방울 관음도"서 있는 관음상이라 해서 "관음보살입상" 등으로도 불린다.

 

한편 관음보살을 둘러싸고 있는 버들잎이냐 물방울이냐에 대한 학자들 의견은 갈리지만, 손에 버들을 붙잡고 있고, 보살 광배는 치유 효과와 관련된 수목樹木 신화와 관련이 많다는 점 등에서 '버들잎 광배'라는 의견이 훨씬 더 많으므로, "양류관음도"라 이름 붙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화면 중앙에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 서 있는 관음보살은 화려하게 수 놓은 천의天衣[보살이나 천인天仁이 입는 얇은 옷]를 입고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된 모습이다.

신체는 완만한 굴곡을 보이며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서 있는 날씬한 자채를 아주 기품 있게 표현하였다.

다른 수월관음도에 보이는 원광圓光 대신 관음보살 뒤로 버들잎 모양의 광배가 있다.

관음보살의 발 아래로 평평한 암반과 연못이 길게 늘어져 있고, 연꽃과 산호초를 가득 장식하였다.

관음보살을 알현하고 있는 선재동자의 모습은 아주 작게 그려졌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혜허라는 승려로 밝혀진 것은 그림 아래쪽에 '해동치납혜허필海東癡衲慧虛筆[해동(고려)의 어리석은 승려 혜허가 쓰다]'이란 화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에 대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불화 양식으로 보아 1320년보다는 앞서는 1310년 또는 1300년을 전후한 작품으로 추정된다.

 

※출처

1.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불화대전'(2010)

2. 이용희 지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3.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네' 홈페이지(http://contents.history.go.kr/front/ti/view.do?treeId=04016&levelId=ti_016_0190)

 

2020. 11. 19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