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노화의 종말 1 - 노화의 아홉 가지 징표 본문

글과 그림

노화의 종말 1 - 노화의 아홉 가지 징표

새샘 2021. 4. 15. 12:16

책 표지(출처-http://www.yes24.com/Product/Goods/91359958)

 
오늘부터 세계적인 노화와 장수 분야의 석학으로 세계 최고 권위자인 하버드대학교 의대 교수인 데이비드 A. 싱클레어 David A. Sinclair 교수(1969~ )의 저서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 - 노화의 종말'에 실린 글을 발췌·요약하여 시리즈로 싣고자 한다.
 
싱클레어 교수는 이 책에서 노화老化 ageing(또는 aging)를 다음 두 문장으로 설명한다.

"노화는 정상이 아니라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다."
"노화는 늦추고, 멈추고, 심지어 되돌리기까지 할 수 있다."
 

유전학자인 그는 장수長壽 longevity(또는 long live)란 단지 고통스러운 목숨의 연장이 아닌, 아무런 질병과 장애 없이 더 젊고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사는 건강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의 25년 동안의 연구 성과를 이 책에 집대성하였고,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생명에 대한 유례없는 도전과 통찰을 우리 앞에 제시하고 있다.

"삶이 끝나야 한다고 말하는 법칙은 없다."
"생명의 상한은 없다."

 

노화와 연관된 9가지 징표 - 과학자들은 노화의 징표가 8가지 또는 9가지라는 데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가지에 대응한다면 노화를 늦출 수 있으며, 모두에 대응하면 늙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출처-출처자료1)

 
노화의 종말 첫 번째 시리즈는 <노화의 아홉 가지 징표>이다.
징표徵表 hallmark하나의 사물을 다른 사물로부터 구별하는 표가 되는 특징을 말한다.
 
노화 연구에 있어 진정한 발전을 이루려면 진화 수준에서만이 아닌 근본적인 수준에서 우리가 왜 늙는지 통일된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수준에서 노화를 설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알려진 모든 물리 및 화학 법칙을 충족시키고, 몇 세기에 걸쳐 확인된 생물학적 관찰에 들어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분자 크기와 모래알 크기 차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지금까지 존재했던 가장 단순한 생물과 가장 복잡한 생물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노화의 통일된 이론이 없었다는 것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현재 과학자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는 노화의 9가지 징표는 다음과 같다(위 그림 참조).
아래에 든 징표들을 노화의 원인 cause이라 말하지 않고 노화의 징표 hallmark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들이 노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노화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양면성을 띠기 때문이다.
물론 징표에 따라 노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비중이 큰 것도 있고, 반대로 노화의 결과로 작용하는 비중이 큰 것도 있으며, 원인과 결과의 상대적 크기를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1. DNA 손상으로 생기는 유전체 불안정성 genome instability
2. 염색체를 보호하는 끝에 달린 끝분절(말단소체, 텔로미어) telomere의 마모
3. 어느 유전자가 켜지고 꺼질 지를 조절하는 후성유전체 epigenome의 변화
4. 단백질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말하는 단백질 항상성 proteostasis의 상실
5. 대사 변화 metabolic change로 생기는 영양소 감지 nutrient sensing 능력의 혼란
6. 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a 기능 이상
7. 건강한 세포에 염증을 일으키는 좀비 같은 노화세포 senescent cell의 축적
8. 줄기세포 stem cell의 소진
9. 세포 사이 의사소통 cell signaling[신호전달 signal transduction이란 용어를 쓰기도 함]의 변형과 염증매개물 inflammatory mediator의 생성

 
가장 오래 전인 1950~1960년대에 제기된 노화 관련 원인인 돌연변이에 따른 DNA 손상이 바로 유전체 불안정성에 해당한다.
그러나 돌연변이에 따른 DNA 손상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노화 때 나타나는 징후와 증상의 일부만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므로, 노화의 보편적인 원인으로는 볼 수가 없다.
 
그 후 DNA 복제 과정의 오류로 인해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DNA가 손상된다는 가설, 그리고 산소 호흡 결과 발생하는 활성산소 oxygen radical와 같은 자유라디칼 free radical이 가지고 있는 짝짓지 않은 홑전자 unpaired electron가 DNA를 손상시켜 노화를 일으킨다는 가설 등이 제기되었다.
 
이 자유라디칼 가설은 6번째 징표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이상과도 관련되어 있는데, 그것은 사람을 포함하는 진핵眞核생물 eukaryote의 호흡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자유라디칼이 가장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유라디칼에 의한 유전체 불안정성이 노화의 주된 원인 즉 유일한 원인이란 이론은 지금 무너진 상태다.
왜냐하면 자유라디칼을 제거하는 어떤 항산화제 antioxidant도 평균수명을 어느 정도는 늘렸지만 최대수명을 늘리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
자유라디칼이 세포핵이나 미토콘드리아핵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돌연변이 증가가 노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복제동물을 통해서도 세포핵 DNA 돌연변이가 노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다.
대개 나이가 많은(노화된) 동물의 세포핵에 일종의 돌연변이를 일으켜 복제동물이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얻은 복제동물의 대부분이[염소, 양, 생쥐, 소 등] 정상적으로 건강수명을 산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복제동물인 복제양 돌리 Dolly가 비록 정상 수명의 절반을 살다가 폐질환으로 죽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후 폭넓은 분석 결과 돌리가 조기 노화를 겪은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10년 전부터 노화 분야를 이끄는 과학자들의 개념들이 융합되어 새로운 노화 모형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많은 뛰어난 과학자들이 노화의 단일 원인 파악에서 성과를 못 내고 허우적거렸던 것은 노화의 원인이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노화 및 노화 관련 질병들은 여기에 관련된 징표들이 함께 작용함으로써 나타난다는 사실에 조심스럽게 동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홉 가지 징표의 하나인 줄기세포는 다른 많은 종류의 세포로 발달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줄기세포가 소진되지 않도록 유지할 수 있다면 이 미분화 세포는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고 모든 질병에 맞서 싸우는데 필요한 모든 분화한 세포들을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 우리는 가장 흔한 형태의 줄기세포요법 stem cell therapy골수이식 bone marrow transplantation의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또 줄기세포는 관절질환, 1형 당뇨병, 시력상실,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질환 치료에 쓰인다.
이런 줄기세포 기반 치료법들은 삶을 몇 년씩 늘리고 있다.
 
또는 노화한 세포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노화세포는 분열 능력을 소진했지만 죽기를 거부하면서 주변 세포로 염증 신호를 마구 내보내는 세포다.
노화세포를 죽이거나 애초에 몸에 쌓이지 않게 막을 수 있다면 신체조직을 더 오래 훨씬 더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끝분절(텔로미어) 마모, 단백질 항상성 감소 등 다른 모든 징표들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인간의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각각의 특징을 따로따로 한 번에 조금씩 공략할 수 있다.
 
지난 4반세기 동안 연구자들은 이 징표들 각각에 대응하는 쪽으로 점점 더 노력을 집중해 왔다.
그리고 이것이 늙어 가는 사람들의 통증과 고통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쪽으로 폭넓게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이 징표 목록이 불완전하긴 하지만 더 오래 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상당히 강력한 전술 지침서 작성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징표들 중 하나를 늦춘다면 우리 삶에서 건강한 기간을 몇 년 더 늘려 줄 수 있으며, 이 징표 모두에 대응할 수 있다면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최대 한계 너머까지 밀어붙이는 일은?
이런 징표들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은 빨리 발전하며 지금은 더욱더 빨리 발전하는 중이다.
그래서 몇 십 년에 걸쳐서 조금씩 깨뜨려 왔던 노화의 이론들을 이제는 더 쉽게 검증하고 논박할 수 있다.
 
그리고 비록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이제 또다시 새로운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혼돈의 시대로 다시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이 징표들과 그 수많은 증상들이 노화의 정확한 지표들임을 매우 확신하고 있지만, 애초에 이 징표들이 왜 생겨나는지는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출처
1.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노화의 종말', 부키, 2020.
2. 구글 관련 자료
 
2021. 4. 15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