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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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셸

새샘 2021. 4. 15. 00:00

<2011년 6월 27일 새샘과 산타가 들렀던 몽생미셸 야경>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생말로 만 남동쪽에 있는 원뿔 모양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작은 섬 몽생미셸 Mont Saint-Michel 섬고도의 상징성을 지닌 장소다.

708년 아브랑슈 Abranches의 주교 성 오베르 St. Aubert가 대천사 미카엘 Michael(생미셸 Saint-Michel)의 환상을 보고서 미카엘의 명령에 따라 이곳에 예배당을 세웠다.

 

고도의 상징성을 지닌 장소란 하늘과 땅과 물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은 기독교도의 순례지일뿐만 아니라 연금술사들과 성당기사단[1119년 팔레스티나 성지 수호를 목적으로 창립한 종교 군사 단체]의 기사들, 더 거슬러 올라가 갈리아 Galia의 드루이드교 Druid[켈트 다신교 Celtic polytheism라고도 한다] 사제들이 의식을 집전하던 곳이다.

그 고장 사람들은 몽생미셸 섬을 숭배했다.

 

옛날에는 그 섬을 '죽은 자들의 섬'이라는 뜻으로 '툼바 Tumba'라고 불렀다.

툼바는 갈리아 말 에서 나온 것으로 높은 곳, 또는 죽음의 장소를 뜻했다.

로마인들이 들어오기 전에 갈리아 지방에 살았던 켈트인 Celtic들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2일에 맞추어 <사맹>이라는 축제를 벌였다.

그날은 '위령慰靈의 날'로서 죽은 자[사자死者]들이 서로 만나는 날로 여겨졌다.

사람들은 몽생미셸에서 보내는 그날 하루만은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노르망디의 영주들은 몽생미셸과 관련된 모든 미신을 타파하고 싶어 했다.

그들은 마침내 1023년 동료들을 시켜 그 섬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을 짓게 했다.

그런데, 이 성당 자체가 범상치 않다.

이 성당은 네 면이 비탈진 바위산 위에, 정문이 동쪽을 향하도록 세워져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현관 홀과 중앙 홀이 나타난다.

중앙 홀에는 열주列柱[줄지어 선 기둥]가 좌우 일곱 칸으로 늘어서 있고, 열주 바깥 양쪽으로 측랑側廊 aisle이 붙어 있다.

그 다음엔 둥근 천장을 가진 익랑翼廊 transept[십자형 성당의 팔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열주 안쪽 중앙 홀의 중심부 본당에 해당하는 신랑身廊 nave과 직각으로 교차]이 있고, 후진後陣 apse[성당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반원형 공간]에는 성가대 자리와 제단이 자리 잡고 있다.

중앙 홀의 측랑과 이어진 회랑이 그 성가대 자리와 제단을 둘러싸고 있다.

 

건물의 전체 길이는 80미터인데, 이 길이는 공교롭게도 성당을 받치고 있는 바위산의 높이와 같다.

그러니까 바위산의 단면과 건물의 대지가 모두 완전한 정사각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고, 그 안에 성당이 들어 있는 셈이다.

이렇게 대지를 사각형으로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각형은 4원소와 4방위와 바위산을 후려치는 네 방향의 바람을 가리킨다.

 

성당을 건축한 사람들은 히브리의 성전, 특히 예루살렘의 솔로몬 성전을 본받으려고 했던 듯하다.

현관은 '울람 ulam'이라 불리는 히브리 성전의 현관과 그 위치가 동일하다.

기도소(헤칼 hekal)와 지성소(데비이르 debiyr)도 똑같은 자리에 놓여 있다.

익랑으로 올라가는 일곱 계단은 솔로몬 성전의 일곱 계단과 유대교의 제례용 칠지七枝 촛대에 해당한다.

 

성당뿐만 아니라 몽생미셸 수도원도 어떤 상징을 담고 있다.

수도원의 길이와 너비의 비율은 ≪구약성서≫의 한 대목을 암시한다.

즉,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이 노아에게 길이 3백 자에 너비 50자의 방주를 만들라고 이르는 대목이 나온다.

몽생미셸 수도원의 비율이 바로 6대 1이다.

또한 이 수도원은 노아의 방주처럼 상-중-하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아의 방주에는 하층엔 짐승들이 탔고, 중층엔 양식이 실려 있었으며, 상층엔 노아의 가족이 타고 있었다.

수도원의 경우는 하층에 순례자와 신자와 이방인들을 맞아들이는 보시처布施處가 있고, 중층에는 수사들의 식당이 있으며, 상층엔 공동 침실이 있다.

 

수도원을 세운 사람들은 애초부터 몽생미셸이 한낱 작은 섬이 아니라 피안彼岸[현실 세계 저쪽에 있는 근심과 고통이 없는 깨달음의 세계]을 향해 항해하는 배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새샘 블로그에는 '2011. 6/27-28 프랑스-영국 여행 3일째 마지막 넷글이자 4일째 첫글: 프랑스 몽생미셸' 여행기(2011. 11. 13 올린 글)가 실려 있다.

 

※출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열린책들, 2011)

2. 구글 관련 자료

 

2021. 4. 15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