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종말 17 - 미래의 노화 백신을 찾아서

차세대 노인용 백신 개발을 위한 통합 전략(출처-출처자료2)

 

2018년 스탠퍼드대학교 Stanford University 연구진은 예방접종을 통해 생쥐의 유방암, 폐암, 피부암에 걸릴 확률을 상당히 낮추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방사선을 쬐어 불활성화시킨 줄기세포를 생쥐에 주사한 뒤 사람의 파상풍, B형 간염, 백일해를 치료하는 방식으로 그 줄기세포를 2차 추가접종까지 했다.

그러자 그 줄기세포는 본래 생쥐의 면역계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암을 공격하도록 면역계를 자극했다.

 

다른 면역종양학적 접근법 immuno-oncological approach[면역학적 방법으로 암을 치료하는 기술로서 암면역요법 cancer immunotherapy이라고도 한다]들은 더 큰 도약을 이루고 있다.

면역세포인 T 세포의 표면단백질 PD-1(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1 세포예정사 단백질 1)과 암세포 표면단백질 PD-L1(programmed death-ligand 1 예정사 리간드 1)이 서로 결합하지 못하게 만드는 면역항암제를 투여하거나, CAR-T 요법(chimeric antigen receptors T-cell therapy 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 요법)으로 환자의 T 세포를 변형시킨 다음 환자에게 다시 투여하면 변형된 T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여 암세포가 죽는 것이다.

이 두 암면역요법 모두 몇 년 전만 해도 집에 돌아가서 장례 치를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었을 환자들의 목숨을 구하고 있으며, 현재 그런 환자들 중에 새롭게 수명이 연장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면역계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면 당연히 노화세포에도 그 방법을 쓸 수 있다.

그래서 몇몇 과학자들이 연구를 하고 있다.

벅노화연구소 Buck Institute for Research on Aging의 주디스 캠피시 Judith Campisi와 바르셀로나대학교 Universitat de Barcelona의 마누엘 세라노 Manuel Serrano는 암처럼 노화세포 역시 "여기에 좀비세포는 없어!"라고 적힌 작은 단백질 팻말을 흔들고 있어 우리 면역계에 들키지 않은 채 있는 것이라고 본다.

 

만약 캠피시와 세라노가 옳다면 우리는 그런 팻말을 빼앗아 면역계가 노화세포를 죽일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아기가 회색질척수염(소아마비), 백일해, 볼거리(유행성이하선염), 풍진에 걸리지 않게 일정표에 따라서 백신 접종을 받듯이, 아마 수십 년 뒤에는 중년이 되었을 때 노화 예방접종을 하게 될지 모른다.

 

그저 노화의 증상을 치료하거나 노화를 늦추는 차원이 아니라 노화를 막는 백신 접종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말을 처음 들으면 곧바로 우리가 "신 놀음을 한다"라거나 "어머니 자연의 일을 방해하는 짓이다"라고 우려를 표명하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그럴지 모르겠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한들 노화에 맞선 싸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신이나 어머니 자연이 우리에게 준 온갖 질병과 맞서 싸우고 있다.

오랜 세월 그래 왔으며 앞으로도 기나긴 세월을 그렇게 할 것이다.

 

1980년 천연두가 박멸되었을 때 전 세계는 당당하게 축배를 들었다.

마찬가지로 말라리아가 박멸될 때 —앞으로 수십 년 사이에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 전 세계는 다시금 환호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지금 당장 세계에 HIV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놔두라"라고 말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례들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질병이라고 여긴 것들이다.

노화 역시 이런 질병과 전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노화가 질병이란 사실을 사람들에게 설득시키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출처

1.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노화의 종말', 부키, 2020.

2. Ciabattini, A., et al., "노인 예방접종: 노화에 따른 면역 변화에 도전 Vaccination in the elderly: The challege of immune changes with aging", Seminars in Immunology 40(2018) 83-94.

3. 구글 관련 자료

 

2021. 8. 31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