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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박에 머리카락보다 가늘게 그린 8세기 신라 유물 화조도 발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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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박에 머리카락보다 가늘게 그린 8세기 신라 유물 화조도 발견

새샘 2022. 6. 18. 10:19

 

2022년 6월 16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6년 11월 경주 동궁東宮[신라 궁궐인 경주 월성月城의 별궁 터]월지月池[안압지雁鴨池: 동궁의 연못]의 '나' 지구에서 출토된 8세기 유물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을 공개했다.

가로 3.6cm, 세로 1.17cm 크기의 이 유물은 순도 99.99%의 정선된 순금 0.3g을 종이처럼 얇은 0.04mm 두께로 얇게 편 금박에 머리카락(0.08mm)보다 가느다란 0.05mm 철필鐵筆[끝부분이 철로 된 펜] 선으로 새 두 마리와 꽃을 표현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유물 중 이보다 미세한 그림이 담긴 것은 없으며, 맨눈으로는 판별이 불가능하고 돋보기나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수준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조각장의 자문 결과 '실물 그대로 재현도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금박 문양은 통일신라시대 최고 수준의 금속공예술을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된다.

 

금박에 새긴 새는 멧비둘기이며, 오른쪽 새는 깃털 표현이 왼쪽 새보다 다채롭다.

몸집 크기와 꼬리 깃털의 형태도 서로 다르다.

따라서 왼쪽은 암컷, 오른쪽은 수컷을 새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묘사는 금속공예의 영역을 넘어 통일신라시대 회화 영역에서도 의미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새 두 마리가 마주 보는 그림은 서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은 신라만의 특징이라는 평가다. 

 

이 금박의 정확한 용도는 아직 모른다.

따로 매달 수 있는 구멍이 없다는 점에서 어떤 기물에 직접 붙어 있는 장식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살짝 뜯어지거나 말린 흔적 등으로 볼 때 지금보다 넓은 금박에 문양을 새긴 뒤 사용할 부분만 오려낸 것처럼 보인다.

금박의 형태로 볼 때 사다리꼴 단면을 가진 기물의 마구리[어떤 길쭉한 물건의 양쪽 끝 면]로 추정된다.

 

이 밖에 장식 요소를 넘어 신에게 봉헌하기 위한 용도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것은 맨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문양을 새겼다는 점으로 미루어 과시용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에서 나온 것이다. 

 

공개된 이 유물은 원래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진흙과 함께 구겨진 채 두 점의 유물이 20m 거리를 두고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각각 출토됐다가 보존처리 과정에서 한 개체인 것으로 확인되어 한 점으로 합쳐진 것이다.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이란 이름은 '머리카락 굵기 절반 정도의 가느다란 선[선각線刻]으로 위에서 본 꽃 모양 장식인 단화團華와 두 마리의 새[쌍조雙鳥] 문양[문文]을 새긴 종이처럼 아주 얇게 눌러 만든 금이나 금빛 나는 물건[금박金箔]'이란 뜻이다.

 

※출처

1. 동아일보 6월 16일 인터넷판, '머리카락보다 가늘게 금박에 새겨진 새·꽃…현대 장인도 재현 어려워'

2. 한국일보 6월 16일 인터넷판, '금박에 머리카락보다 가늘게 그린 화조도…8세기 신라 유물 발견'

3. 구글 관련 자료

 

2022. 6. 18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