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옥산 장한종 "게" "송사리" 본문
개성 김씨 집안 화가의 마지막 인물은 복헌 김응환의 또 다른 사위인 옥산玉山 장한종張漢宗(1768~1815)이다.
자는 광수廣叟이며 서화 집안인 인동仁同 장씨 출신의 도화서 화원이다.
장한종은 물고기나 게와 같은 물에 사는 동물을 그린 그림인 어해화魚蟹畫로서 유명하다.
장한종과 거의 동시대 학자인 유재건劉在建(1793년~1880)이 지은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에는 "장한종은 젊어서 숭어, 잉어, 게, 자라 등을 사다가 그 비늘과 껍질을 자세히 살펴보고 따라 그렸다. 완성될 때마다 그림이 사물과 닮았음에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렇지만 그의 유명하다는 그림 중에는 전하는 것이 많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비교적 큰 폭에 복잡하게 여러 그림을 넣은 것이 있었는데 그림의 됨됨이나 짜임새가 있지 않아서 이것만으로는 과연 그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해방 직후 장한종 화첩이 하나 나왔는데, 이 화첩에 아래에 소개될 <게>와 <송사리> 그림이 들어 있었다.
여기에 들어 있던 이 두 그림은 떨어져 나왔고, <거북이> 그림은 위창 오세창 선생한테 갔다.
그림들이 각각 떨어져 나와 지금은 화첩이 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 화첩 그림들은 다 괜찮은 작품들이다.
그림이 좋아서 과연 장한종이 어해(물고기와 게) 유명한 이유가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장한종은 기존 어해도의 전통을 바탕으로 가는 붓(세필細筆)과 채색을 사용하여 어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새로운 방식의 어해도를 제작한 것으로 평가되며, 수십 종의 수생생물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어류와 관련된 지식을 시각화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는다.
위 그림 <게>는 이전까지의 중국풍이 강한 다른 게 그림(해도)과 뚜렷하게 구분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게 그림의 역사 가운데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즉 두 마리의 어린 게가 어미 게를 향해 기어가는 모습이나 게의 등껍질과 다리 표현을 보면 마치 게의 생태학적 특징을 설명이라도 하듯 면밀한 관찰을 통한 사생이 돋보인다.
<송사리> 그림은 하얀 연꽃과 크게 그려진 연잎, 연꽃 밑에 물고기를 그린 그림을 말하는 연화유어도蓮花遊魚圖에 해당한다.
연꽃은 진흙탕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커다랗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점에서 청초淸楚한[화려하지 않으면서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지닌]한 군자를 상징하는 식물로 인기가 있었으며, 화조도의 소재로서도 널린 친숙한 것이다.
물고기와 연꽃의 결합은 길상吉祥[운수가 좋을 조짐]을 뜻하는 연년유여連年有余 즉 해마다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연蓮이 년年과 발음이 같고, 어魚는 중국 발음으로 넉넉하다는 뜻의 여餘와 동음동어이기 때문이다.
장한종의 <송사리>는 담청淡靑[엷은 청색]과 가채加彩[덧칠]가 뛰어나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며, 구도에 있어서는 변각구도邊角構圖[화면 한쪽으로 대상을 치우치게 배치하는 구도]를 사용하여 화면 아래쪽에 치중한 구도의 묘미를 보여준다.
또한 그림이 송사리보다 연꽃 중심으로 표현되었고, 사실적으로 표현된 헤엄치는 송사리가 마치 배경처럼 그려진 모습이 이채로우며, 선염渲染[화면에 물을 칠하여 마르기 전에 붓을 대어 몽롱하고 침중한 묘미를 나타내는 동양화 기법]의 세련미를 동시에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출처
1. 이용희 지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김태은, '장한종의 사실주의적 어해 화풍의 성격과 형성 배경', 미술사와 시각문화 27: 128-159, 2021.
3. 황정희, '조선시대 어해화의 상징적 표현 연구',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학위 논문, 2012. 12.
2022. 6. 16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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