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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옥산 장한종 "게" "송사리"

새샘 2022. 6. 16. 10:19

개성 김씨 집안 화가의 마지막 인물은 복헌 김응환의 또 다른 사위인 옥산玉山 장한종張漢宗(1768~1815)이다.

자는 광수廣叟이며 서화 집안인 인동仁同 장씨 출신의 도화서 화원이다.

장한종은 물고기나 게와 같은 물에 사는 동물을 그린 그림인 어해화魚蟹畫로서 유명하다.

장한종과 거의 동시대 학자인 유재건劉在建(1793년~1880)이 지은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에는 "장한종은 젊어서 숭어, 잉어, 게, 자라 등을 사다가 그 비늘과 껍질을 자세히 살펴보고 따라 그렸다. 완성될 때마다 그림이 사물과 닮았음에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렇지만 그의 유명하다는 그림 중에는 전하는 것이 많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비교적 큰 폭에 복잡하게 여러 그림을 넣은 것이 있었는데 그림의 됨됨이나 짜임새가 있지 않아서 이것만으로는 과연 그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해방 직후 장한종 화첩이 하나 나왔는데, 이 화첩에 아래에 소개될 <게><송사리> 그림이 들어 있었다.

여기에 들어 있던 이 두 그림은 떨어져 나왔고, <거북이> 그림은 위창 오세창 선생한테 갔다.

 

그림들이 각각 떨어져 나와 지금은 화첩이 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 화첩 그림들은 다 괜찮은 작품들이다.

그림이 좋아서 과연 장한종이 어해(물고기와 게) 유명한 이유가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장한종은 기존 어해도의 전통을 바탕으로 가는 붓(세필細筆)과 채색을 사용하여 어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새로운 방식의 어해도를 제작한 것으로 평가되며, 수십 종의 수생생물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어류와 관련된 지식을 시각화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는다. 

 

 

장한종, 게, 종이에 채색, 22.5x26.9cm, 개인

 

위 그림 <게>이전까지의 중국풍이 강한 다른 게 그림(해도)과 뚜렷하게 구분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게 그림의 역사 가운데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두 마리의 어린 게가 어미 게를 향해 기어가는 모습이나 게의 등껍질과 다리 표현을 보면 마치 게의 생태학적 특징을 설명이라도 하듯 면밀한 관찰을 통한 사생이 돋보인다.

 

 

장한종, 송사리, 종이에 담채, 24x27cm, 서울대 박물관

 

<송사리> 그림은 하얀 연꽃과 크게 그려진 연잎, 연꽃 밑에 물고기를 그린 그림을 말하는 연화유어도蓮花遊魚圖에 해당한다.

연꽃은 진흙탕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커다랗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점에서 청초淸楚한[화려하지 않으면서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지닌]군자를 상징하는 식물로 인기가 있었으며, 화조도의 소재로서도 널린 친숙한 것이다.

 

물고기와 연꽃의 결합은 길상吉祥[운수가 좋을 조짐]을 뜻하는 연년유여連年有余 즉 해마다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연蓮이 년年과 발음이 같고, 어魚는 중국 발음으로 넉넉하다는 뜻의 여餘와 동음동어이기 때문이다.

 

장한종의 <송사리>담청淡靑[엷은 청색]과 가채加彩[덧칠]가 뛰어나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며, 구도에 있어서는 변각구도邊角構圖[화면 한쪽으로 대상을 치우치게 배치하는 구도]를 사용하여 화면 아래쪽에 치중한 구도의 묘미를 보여준다.

 

또한 그림이 송사리보다 연꽃 중심으로 표현되었고, 사실적으로 표현된 헤엄치는 송사리가 마치 배경처럼 그려진 모습이 이채로우며, 선염渲染[화면에 물을 칠하여 마르기 전에 붓을 대어 몽롱하고 침중한 묘미를 나타내는 동양화 기법]의 세련미를 동시에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출처

1. 이용희 지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김태은, '장한종의 사실주의적 어해 화풍의 성격과 형성 배경', 미술사와 시각문화 27: 128-159, 2021.

3. 황정희, '조선시대 어해화의 상징적 표현 연구',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학위 논문, 2012. 12.

 

2022. 6. 16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