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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75 - 오동나무

새샘 2026. 3. 19. 14:23

오동나무 꽃(출처-출처자료1)

 

우리나라 나무 가운데 잎이 가장 크고 넓다.

빨리 자라고 재질도 좋아 가야금이나 거문고 따위의 전통 악기는 물론 가구 제작에도 널리 쓰인다.

 

학명에 코리아가 들어가는 한반도 고유종으로 중부 이남의 따뜻한 곳에서 자생하며, 높이 20미터까지 자라는 현삼과 오동나무속의 갈잎 넓은잎 큰키나무다.

학명은 파울로우니아 코레아나 Paulownia coreana, 영어는 Korean paulownia(한국오동나무), 한자는 오동桐桐이다.

 

 

○고향의 오동나무

 

어릴 때 필자의 집 마당에는 큰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줄기는 곧고 높고 아름다웠다.

초여름이 되면 보라꽃이 한량없이 붙어서 장관을 이루었다.

마당에 떨어지는 몇천 몇만의 꽃은 아름다운 꽃이불을 만들었다.

약간 톡 쏘는듯한 꽃내음이 아직도 필자 콧속에 남아 있다.

 

사방으로 고루 뻗은 굵은 가지 때문에 필자는 이 나무를 믿음직하게 생각하였고, 또 우리 집의 자랑으로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정장 차림의 모자까지 쓴 사람이 와서 이 오동나무를 사고 싶다며 흥정을 했다.

그때 필자는 우리 집 오동나무가 잘라지고 없어질 것을 생각하며 충격이 매우 컸다.

마음속으로는 흥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양복 입은 사람이 빈손으로 돌아가기를 몹시도 바랐다.

그러나 오동나무는 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때 필자뿐만 아니라 동네 소꼽친구들도 모두 이 사실을 슬퍼했다.

마당에 톱과 도끼가 보였을 때 우리는 산으로 올라갔다.

오동나무가 죽어가는 순간을 지켜볼 수가 없어서였다.

우리는 오랫동안 산속 개울가에서 있다가 저녁 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 믿음직하던 오동나무는 잘리고 많은 가지들이 정돈되어 있었다.

잘라진 오동나무의 그루터기는 흙으로 묻어 무덤같이 보였다.

그때 우리는 모두 울었다.

생명의 끝장은 슬픈 것이었다.

 

봉황새는 대나무 열매만 먹고 살며 집은 오동나무에 짓는다고 하여 예전부터 이 나무는 고귀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봉황새와 관련된 오동나무는 오동나무가 아닌 벽오동碧梧桐으로 해석되고 있다.

 

 

○오동나무와 참오동나무

 

우리나라에 나는 오동나무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참오동나무(백동白桐)로, 잎 뒤에 흰 털이 많이 있어서 구별이 잘 된다.

일본 사람들은 이것을 일본오동(일본동日本桐)이라고 부른다.

참오동나무는 울릉도에서 자연 상태로 산에 나고 매우 굵게 자란다.

생장이 빠르고 재질도 좋으며 줄기도 굵게 된다.

일본에도 이 참오동나무가 있으며 울릉도의 것이 그쪽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측된다.

 

또 한 종류는 그냥 오동나무(오동梧桐)라고 부르는 것으로, 잎 뒤에 갈색 털이 나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 오동나무는 참오동나무보다 드물게 볼 수 있다.

이 밖에 중국과 대만에도 오동나무가 있어 중국오동나무, 대만오동나무 따위로 불린다.

이들 나무는 자람은 빠른 편이나, 나무의 질이 떨어지고 따뜻한 지방을 좋아한다.

 

오동나무는 아시아 Asia의 나무이고, 일본 이름은 '기리 キリ'(절切, 자른다는 뜻)이다.

자를수록 좋아진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오동나무 줄기가 자랐을 때 그것을 잘라 이용하게 되는데, 이 줄기를 어미 오동(모동母桐)이라 한다.

잘라주면 다시 움(새로 돋아 나오는 싹)이 돋아서 줄기가 되는데, 이것을 자식 오동(자동子桐)이라 하며, 목재의 질은 어미 오동보다 더 좋아진다.

자식 오동을 잘라서 돋아 나온 줄기는 손주 오동(손동孫桐)이라 부르는데, 손주 오동은 재질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고가로 흥정이 된다.

오동나무 목재는 얇은 판으로 만들어도 갈라지지 않고 뒤틀리지도 않아 귀한 나무 그릇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한편 오동나무 하면 울릉도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다른 곳에서는 낮은 땅에만 오동나무가 나지만, 울릉도에서는 자연적으로 산에서도 난다.

울릉도 석문동의 오동나무는 지금은 죽고 없어졌지만 끊어낸 그루터기에 초등학생 20여 명이 앉아 도시락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하니, 다소 과장된 느낌이 있지만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원래 일본에는 오동나무가 없었는데 울릉도에서 건너가 오늘날의 일본오동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울릉도에 큰 오동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를 베어가기 위해 러시아 Russia와 일본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 모양이다.

 

 

○오동나무의 큰 잎

 

오동나무의 큰 잎(출처-출처자료1)

 

"오동 한 잎 날리자 천하가 가을이다(일엽오비천하추 一葉梧飛天下秋)."

조선 철종 때의 명신 조두순趙斗淳(1796~1870)이 지은 시의 한 소절이다.

뜰어 심어져 있는 오동나무 잎들이 이미 가을이 온 것을 알리는 것이다.

"섬돌 앞 오동나무 잎에서 벌써 가을의 소리가 들려온다(계전오엽이추성 階前梧葉已秋聲)"라는 시도 있다.

 

이처럼 오동나무는 그 잎이 떨어지는 소리로 계절의 바뀜을 알리는 상징이 되었다.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고 시들어 떨어지는 데에는 다른 나무도 마찬가지이지만, 유독 오동나무에서 그러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잎이 큼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천여 종에 달하는 나무가 있지만, 오동나무 잎보다 더 큰 잎을 가진 나무는 없다.

남쪽에 자라는 멀구슬나무라든지 작은 잎으로 된 나무는 모여서 전체로 큰 잎을 만들기는 하지만, 오동나무의 큰 잎에 미치지는 못한다.

그런데 잎이 크기는 하지만 그에 비해 쓸모는 적은 것 같다.

예전에 재래식 변소를 사용할 때, 오동나무 잎을 몇 장 넣어 두면 구더기가 생기지 않고 고약한 냄새도 줄어들어 좋다고 했다.

 

떨어지는 오동잎 소리를 스산한 가을의 발자국 소리로 듣는 우리의 계절적 생활 감각, 그 속에는 무한한 감회가 들어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울린 낙엽의 소리인가?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701~762)의 시에서도 "가을 색조는 오동나무를 늙게 만든다(추색노오동 秋色老梧桐)"라고 하여 이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다.

오동나무의 잎이 크기 때문에 오동나무를 심지 않겠다는 시조가 있다.

조선 후기 문신 김상용金尙容(1561~1637)이 지은 것이다.

 

"오동에 듣는 빗발 무심히 듣건마는

내 시름 하니 잎잎이 수성愁聲이로다

이후야 잎 넓은 나무를 심을 줄이 있으랴"

 

이 시에서는 큰 잎을 가진 다른 나무마저 싫어한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오동나무 잎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서린 한이 커가기만 하는 까닭이다.

 

 

○목재의 용도

 

전북 부안 변산반도 채석강의 오동나무(출처-출처자료1)

 

오동나무 목재는 가벼우면서도 마찰에 잘 견뎌 책장, 경대 서랍, 장롱, 음식물을 넣는 놋그릇인 합盒 따위를 만드는 가장 좋은 재료가 된다.

예전에 나막신을 만들 때 오동나무를 사용하면 발이 편하고 가볍고 땀이 차지 않아서 귀하게 여겼다.

 

또한 목재의 질이 좋고 결이 고와서 특수한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악기 제조였다.

옛적부터 오동나무는 거문고와 비파, 가야금 따위의 제조에 많이 이용되었다.

"오동나무 씨만 보아도 춤을 춘다"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악기재로 얼마나 좋으면 씨를 보고 춤을 춘다는 말인가?

술이 약한 사람은 밀밭에만 가도 취한다는 말과 같은 이야기로 보아도 될 듯하다.

 

중국에서는 신농神農 황제 때 이미 오동나무를 악기재로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삭동위금削桐爲琴'이라고 하여 오동나무를 깎아 거문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산속 돌이 많은 곳에서 자란 오동나무는 특히 악기를 만들었을 때 그 소리가 곱고 맑으며, 집 둘레에 심어서 재배한 것보다는 자연생의 것이 더 좋다고 하였다.

이는 재배한 인삼보다는 산에서 캔 산삼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시 속의 오동나무

 

오동나무 꽃눈과 열매(출처-출처자료1)

 

한시漢詩 속에서 오동나무는 아름답고 운치 있는 나무로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달밤의 오동나무 아름다움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성기게 난 굵은 가지와 달과 같은 넓적한 잎 때문일 것이다.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하는 귀에 익은 노래 역시 달밤에 어울리는 오동나무가 소재이다.

 

중국 당대의 ≪전당시全唐詩≫ 권 401에 오동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번 음미할 만하다.

 

"달빛이 희미하게 오동꽃에 지고 있는데 (미월조동화 微月照桐花)

달빛은 희미하지만 꽃색은 가득하네 (월미화막막 月微花漠漠)

이슬이 가느다란 가지에 무겁게 놓여 (노중지조약 露重枝條弱)

깊은 밤 봄의 한스러움이 크누나 (야구춘한다 夜久春恨多)

바람이 맑아 오동나무 꽃향기 은은하고 (풍청암향박 風淸暗香薄)

멀리 그대를 생각하니 (시석원사군 是夕遠思君)

그것으로 내 몸이 야윈 것을 알겠네 (사군유여삭 思君庾如削)

············

지금 내가 산중 초옥에 머무는데 (아재산관중 我在山館中)

떨어진 오동꽃으로 뜰이 가득하구나 (만지동화락 滿地桐花落)"

 

달이 뜬 저녁 오동꽃 향기 은은하고 공기 맑은 산간의 초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시름에 잠겨 몸이 야윈 이 고고한 인품의 사람을 어떻게 여기는가?

 

오동나무는 품위가 있어 귀족적이다.

그래서 봉황새도 오동나무에 집을 짓는다고 한다.

봉황새는 그 기개로 보아 땀이 흐르는 여름보다는 찬바람 부는 겨울이 어울린다.

강한 자에게는 훈훈한 바람보다는 찬 회오리바람이 더 적격이다.

 

당나라 시인 왕창령王昌齡(698~756)의 다음 시는 오동나무의 품격과 달밤과의 조화를 이야기하면서 이 나무를 한령없이 훌륭한 것으로 추켜올려주고 있다.

 

"봉황새가 머무는 곳 (봉황소숙처 鳳凰所宿處)

달은 외로운 오동나무 찬 가지에 비치고 (월영고동한 月映孤桐寒)

말라버린 잎은 이미 떨어져 없는데 (고엽영락진 槁葉零落盡)

푸른 가지만이 앙상하게 남았구나 (공가창취잔 空柯蒼翠殘)"

 

아침에 까치 소리를 들으면 그날 좋은 일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믿어야 할 일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까치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좋은 일이 있으면 그것이 어떤 상징으로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임금이 훌륭하고 어진 신하를 기용하면 뜰 동쪽에 오동나무가 난다(왕자임현량칙 王子任賢良則 오동생우동상 悟桐生于東廂)"는 말이 있다.

오동나무가 좋은 일을 알리는 나무라는 것은 이 나무의 품격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준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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