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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단원 김홍도 '새참'

새샘 2026. 4. 13. 17:58

'혼밥'이 놓친 것

 

김홍도, 새참, 종이에 담채, 27.0x22.7cm, ≪풍속화첩≫에 수록, 국립중앙박물관(출처-출처자료1)

 

옛말에 '음식 끝에 정이 난다'고 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음식' 문화가 변하고 있다.

각자 생활에 바쁘다 보니 마주앉아 있을 시간조차 없다.

'헬 Hell 조선朝鮮'(지옥 Hell과 같은 한국)이니 '삼포세대三抛世代(연애, 결혼, 출산의 3가지를 포기한 세대', '칠포세대七抛世代(연애, 결혼, 출산, 취업, 내 집 마련, 인간관계, 희망의 7가지를 포기한 세대)' 같은 부정적인 말들이 공공연하고,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

자연스럽게 1인 가구가 늘었다.

혼자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커피숍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심심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일하는 것은 농경사회의 모습이다.

산업화를 지나 정보화 사회에 접어든 지금, 함께 밥 먹는 모습은 TV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일이다.

우리 옛 그림에는 농경사회의 공동체 문화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들에서 밭갈이를 하던 중 사람들이 둘러앉아 새참(일을 하다가 잠깐 쉬면서 먹는 음식)을 먹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 입에 군침이 돈다.

조선시대의 풍속화가로 유명한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1745~1806?)의 <새참>이다.

'새참'은 중국 주나라(서기전 1046~서기전 256)때부터 전해오던 풍속으로, 농경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김홍도는 서민의 생활상을 기록하듯이 그린 풍속화뿐만 아니라 산수화, 인물화, 신선도와 같은 다양한 그림을 남겼다.

 

<새참>은 대가족 시절의 정겨움이 넘치는 그림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삼촌, 형, 아우 할 것 없이 모든 가족이 밭갈이에 동참했다.

출출하던 차에 마침 여인이 광주리에 밥을 이고 왔다.

온 가족이 모여 앉은 광경이 평화롭다.

밥그릇을 하나씩 들고 지그재그로 편안하게 앉아 밥을 먹는다.

큰아이는 술병을 든 채, 어른들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린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여인은 표정이 느긋하다.

곁에서 밥을 먹는 아이가 환하게 웃음을 짓는다.

일한 뒤에 먹는 밥이어서 꿀맛이다.

한편에서는 개가 차례를 기다린다.

새참에도 순서가 있다.

 

김홍도는 배경을 생략한 채, 오로지 인물에만 초점을 맞췄다.

짧고 박진감 넘치는 필치의 옷 주름이 실감난다.

포즈가 다양하고, 사람들의 표정도 살아 있다.

농민의 순박함과 노동의 숭고함이 묻어난다.

 

혼자서 밥 먹는 '혼밥족'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싱글들을 위한 식당이 늘어나고, 그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민족의 심성心性(타고난 마음씨)에는 함께 먹고 즐기던 공동체의 유전자가 흐른다.

일부 싱글들이 SNS를 통해 모임을 갖고,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출처
1. 김남희 지음, '옛 그림에 기대다', 계명대학교 출판부,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6. 4. 13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