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토록 재밌는 면역 이야기 3: 창과 방패를 든 기사 본문

최근 면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면역력을 키워준다고 주장하는 다양한 건강식품이나 약물들의 광고를 자주 만나게 된다.
코로나19라는 범유행병(팬데믹) pandemic의 위세 속에서 벗어나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싶은 심리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사실 면역免疫 immunity이란 말 자체가 전염병(역疫)을 피한다(면免)는 뜻이다.
이뮤니티 immunity는 '의무 면제'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이뮤티타스 immunitas'에서 유래했다.
면역과 의무 면제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다른 나라와의 전쟁이 많았던 고대 로마 Roma(영어 Ancient Rome)에서 군 복무에 대한 의무가 면제된다는 것은 죽을 수 있는 위험에서 벗어남을 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면역이란 전염병이나 전쟁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것에서 우리의 목숨을 지켜주는 고마운 현상으로 사용되어온 개념이다.
면역 또는 면역력(면역능) immunocompetence을 생각할 때 우리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세균 bacteria이나 바이러스 virus 같은 외부 병원체 pathogens의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방패나 방어막의 심상心像(이미지 image)이다.
게다가 최근 뉴스에서 면역세포로 암세포를 치료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면역력이 강해질수록 병원체와 암에 대한 우리의 방어 능력 또한 튼튼해질 것이니, 가능하다면 면역력을 인위적으로라도 강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면역력이 질병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방어막이라는 생각은 두 가지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첫째는 우리 면역체계가 내 것(자기 self)가 남의 것(비자기 nonself)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반드시 내 것이 아닌 남의 것만 공격한다는 것으로, 이 두 가지 특성을 합쳐 허용 tolerance이라고 한다.

| 비자기 nonself(남의 것) | 자기 self(내 것) | ||||
| 해롭지 않음(꽃가루) | 해로움(병원체) | 정상세포 | 비정상세포(암세포) | ||
| 면역반응 | 있음 | 알레르기 | 정상(병원체 물리침) | 자가면역 | 정상(암 초기진압) |
| 없음 | 정상 | 면역결핍 | 정상 | 악성종양 | |
하지만 면역 연구가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세포를 강하게 공격하는 면역반응뿐만 아니라, 외부 미생물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예외적인 면역반응들이 많이 발견된 것이다.
알고 보니 우리의 면역체계는 외부 병원체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단순 방어막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래서 정상이 무엇이고 질병이 무엇인지 정리가 필요해졌다.
면역과 관련된 인체의 모든 체계를 '면역계 immune system'라고 하며, 주어진 조건과 면역반응의 유무에 따라 면역계에서 생길 수 있는 질병을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위 그림과 표 참조).
첫 번째는 꽃가루처럼 원래 내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몸에 그다지 해로울 것 없는 물질을 향해 면역계가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다.
꽃가루가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 안으로 들어와도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면역계가 과도하게 반응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면역반응으로 심한 콧물, 코막힘, 재채기를 호소하고 심한 경우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껴 약물 치료를 받는다.
이런 경우를 알레르기 allergie(영어 allergy) 또는 과민반응 hypersensitivity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우리가 면역력에 대해 일반적으로 걱정하는 상황으로, 해로운 병원체의 공격에 면역계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면 질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면역계가 멋지게 반응해 이들을 물리쳐야 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면역반응 normal immune response이다.
하지만 면역계가 외부 병원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했더라도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면역세포 immunocyte가 없거나 기능이 손상되었기 때문인데 이를 면역결핍 immunodeficiency이라 한다.
앞글에서 본 거품 소년 데이비드 David는 선천적인 면역결핍의 경우였다.
세 번째는 정상세포를 향해 면역계가 오히려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다.
우리나라를 지켜주는 병사들을 면역세포에 비유한다면 면역세포는 자국 국민들을 보호하고, 적국 병사만 공격해야 한다.
따라서 적군이 침입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상적인 면역 병사들이 공격에 나서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면역 병사들이 아무런 죄도 없는 자국 국민들을 이유 없이 공격하기도 한다.
일종의 내란인 셈인데 이렇게 자신의 면역세포가 스스로를 공격하는 것을 자가면역 autoimmunity이라고 부른다.
마지막 네 번째는 암세포처럼 비정상적으로 변해버린 세포에 대해 면역계가 안일하게 대처하는 경우다.
범죄자들의 세력이 퍼지기 시작했을 때 초기에 진압하지 못하면 그들이 범죄 조직을 만들어 나라에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암세포로 변해가는 세포들이 나타나면 면역세포가 이것을 빨리 감지해 초기에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암세포의 증식 속도를 면역세포가 감당하지 못해 암 cance 즉 악성종양 malignant tumor이 발생하고 만다.
결국 암도 면역질환인 것이며, 면역력이 암 예방에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알레르기, 면역결핍, 자가면역, 악성종양은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당연히 있어야 할 정상적인 면역반응이 오히려 우리에게 문제를 일으킬 때도 있다.
타인의 혈액이나 장기를 이식받는 경우다.
면역세포들은 주인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혈액이나 조직세포를 만나게 되면 당연히 우리의 몸이 그들에게 공격당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면역세포들은 본능적으로 방어를 위해 타인의 것을 공격하지만, 이렇게 발생한 수혈 및 이식 거부반응은 오히려 주인의 몸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면역거부반응은 비록 정상적인 것일지라도 환자와 가족, 의료진에게는 피하고 싶은 야속한 현상이다.
따라서 면역 기능을 줄여주는 약물을 투입해 외부에서 들어온 혈액이나 장기가 면역반응에 방해를 받지 않고 새로움 몸속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면역반응은 강할수록 좋은 경우도 있고(감염성 질환, 암의 예방), 반대로 약할수록 좋은 경우도 있다(알레르기, 자가면역, 장기 이식).
면역반응은 외부의 병원체와 나의 면역력이 요란하게 맞부딪히는 단순한 힘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가 면역에 대해 조금 더 다가간다면 면역력을 강하게 만들려는 일방적인 시도가 오히려 얼마나 무의미하고 위험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면역 이야기'(반니, 2023)
2. 구글 관련 자료
2026. 5. 7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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