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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원 '산경춘행도'

새샘 2026. 5. 6. 17:09

'화가의 비밀 병기'

 

마원, 산경춘행도, 남송시대, 비단에 채색, 27.4x43.1cm, 대만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원(출처-출처자료1)

 

화가에게 기법은 '비밀 병기'와 같다.

기법은 형상에 피를 돌게 한다.

화가는 자기만의 기법을 창안하기 위해 평생을 건다.

기법은 감출수록 빛난다.

그것이 기량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기법은 무궁무진해진다.

그중에 '여백의 운용'이 있다.

화가라면 한번쯤 여백의 미에 필 feel이 꽂혔을 것이다.

 

≪중국미술사≫의 저자 마이클 설리번 Donovan Michael Sullivan(소립문蘇立文)(1916~2013)은 "중국의 화가들이 화면 속에 남겨놓은 공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 속에서 그 여백을 완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화가의 정신적 깊이와 함축된 도道의 표현 수단으로, 여백을 그 어떤 회화 기법보다 웅변적이라고 본 것이다.

 

여백을 화가의 특급 기교로 자리매김한 것은 남송南宋시대였다.

강남의 습윤하고 나지막한 산수를 그리는데, 여백의 효과는 절묘했다.

여백으로 풍부한 시정詩情과 계절의 변화까지 표현할 수 있다.

때로는 바람이 불고 자욱한 안개가 일어나고 비가 내리기도 한다.

여백은 '미완의 공간'이 아니라 상상력으로 그림을 완성하는 '완결의 공간'이다.

여백은 감상자가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사유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greenbelt)'이다.

 

남송南宋의 마원馬遠(1160~1225)은 여백을 화법畵法으로 확립한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화면의 엄숙함보다 시적 정취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구도는 화면의 절반 내지 3분의 1을 여백으로 처리하거나 전체 화면의 5분의 4를 여백으로 처리하는 일각구도一角構圖를 사용하였다.

그려진 형상보다 비워둔 여백에 더 큰 의미를 둔 것이다.

 

마원의 <산경춘행도山徑春行圖>는 시와 글씨와 그림을 적절한 여백으로 조율하여 시적 정취가 넘친다.

화면은 대각선 구도를 사용하여, 대부분의 경물景物(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경치)을 화면의 왼쪽 아래에 배치했다.

야트막한 언덕에 두 그루의 나무가 서 있다.

봄기운 물씬 풍기는 오후, 시인은 강가를 거닐며 시상에 젖는다.

동자는 거문고를 든 채 주인을 뒤따른다.

시인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멀리 허공을 가르는 새의 자태와 나뭇가지에 앉은 새소리에 마음을 연다.

 

화면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욺겨가는 분위기로, 오른쪽의 텅 빈 공간에 제시를 배치하여 운치를 더했다.

수묵담채의 가벼운 멋을 살려 전체적으로 맑고 청아하다.

형상을 둘러싼 여백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이 여백이 진眞국이다(진짜 훌륭하다).

 

화가의 묘수는 노련한 기교와는 격이 다르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기법은 인고의 세월로 담금질한 것이다.

사람도 그림과 같아서 기교가 화려한 것보다는 여백이 있는 사람이 좋다.

 

화면 오른쪽 위의 화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소매 끝 스치는 들꽃은 모두 절로 춤을 추고 (촉수야화다자무 觸袖野花多自舞)

  사람을 피해 달아나는 새는 울지 않는다      (피인유조불성제 避人幽鳥不成啼)"

 

※출처
1. 김남희 지음, '옛 그림에 기대다', 계명대학교 출판부, 2019.
2. https://gumnuri.kookmin.ac.kr/%eb%88%84%eb%a6%ac-%eb%84%90%eb%a6%ac-%ec%95%8c%eb%a6%bc/?mod=document&uid=101142(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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