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점령하기 애매한 계륵 같은 땅들 본문
허준: 한국 한자음 독음으로 '대마도對/対馬島'라고 하죠. 일본 나가사키현(장기현長崎県)의 쓰시마섬 Tsushima Island 있지 않습니까. 일본 본토보다 한국과 더 가까운 섬으로, 방송과 통신도 수신될 정도죠. 그런 대마도를 역사적으로 왜 정벌하고 우리나라 땅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의아합니다. 따로 이유가 있었을까요?
강인욱: 일본과 한반도 양쪽의 나라에서 '꼭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할 만한 가치가 없지 않았을까요? 비용 대비 수익이 적게 산출되지 않았을까 예측해 봅니다. 정벌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정벌하고 난 뒤 걷히는 세금 따위를 산정해 보니 견적이 나오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어요.
정요근: 강인욱 교수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쓰시마섬은 꽤 큰 섬이지만 대부분 해발고도 400미터 내외의 산지라, 개발한다거나 농지 따위로 활용할 수 있는 효용 가치는 별로 없어요. 그런데 일본으로선 굉장히 중요한 땅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고대 일본에선 선진 문화나 문물이 중국, 그리고 한반도를 통해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그 주요 통로에 쓰시마섬이 자리하고 있었고요, 즉 쓰시마섬을 거쳐야 하는 거죠. 그러니 일본으로선 반드시 쓰시마섬을 차지했어야 하는 겁니다.
강인욱: 쓰시마섬과 일본 사이에 이끼섬(일기도壱岐島)이라는 데가 있습니다. 이끼섬은 고고학적으로 한일 교류의 중심지예요. 또 오키노섬(충노도沖ノ島)이라는 아주 작은 섬이 쓰시마섬과 일본 사이에 있는데요. 이 섬이 제사 유적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기도 하죠.
오키노섬은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일본의 야요이(미생弥生)시대 무렵에 한반도와 일본을 오가는 배들의 중간 기착지였는데 꼭 들러 세 여신께 제사를 지냈다고 해요. 그때부터 고훈(고분古墳)시대까지 제사가 쭉 이어진 사실로 비춰볼 때 일본에서 한반도로 가는 사절단마저도 쓰시마섬을 잘 안 들렀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것이 근대화 이후 지정학적인 거점이 되어 러일전쟁(1904~1905) 와중에 '쓰시마 해전(대마해전対馬海戰)'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게 인상 깊더라고요. 그전까진 쓰시마섬을 한일 양쪽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가치도 함께 바뀐 것이지요.

정요근: 고려 말에 왜구가 기승을 부렸죠. 그때 고려에서 쓰시마섬을 두고 왜구의 소굴이자 거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대마도 정벌'을 실행에 옮겼죠.
1차는 고려 창왕 1년 1389년에 박위의 지휘 아래, 2차는 조선 태조 5년 1396년에 김사형의 지휘 아래, 3차는 조선 세종 1년 1419년 이종무의 지휘 아래 원정을 떠났어요.
그 정도로 고려와 조선 쪽에선 쓰시마섬을 정벌의 대상으로 본 것이고 반대로 일본 쪽에선 한반도로 가기 위한 경유지 내지 전초기지 격으로 쓰시마섬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만 당시 쓰시마섬이 왜구의 소굴이자 거점이었던 것은 맞는데 한반도나 중국 해안을 동시에 대규모로 침략할 정도의 인적, 물적 기반은 마련되지 못했을 겁니다. 당시 일본은 비록 무로마치 막부(실정막부室町幕府)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증국의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가 시작되면서 분열되어 있었기에 규슈(구주九州) 일대의 왜구 세력들이 쓰시마섬을 거점으로 한반도나 중국을 침략했던 거죠.

허준: 일본의 쓰시마섬처럼 계륵鷄肋(닭의 갈비라는 뜻으로, 그다지 큰 소용은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을 이르는 말) 같은 땅이 혹시 이집트에도 있나요? 이집트 역사를 보면, 특히 현대에 와서 별의별 문제가 다 있었어서 왠지 논란이 일 만한 땅이 있을 것 같거든요.
곽민수: 네, 있습니다. 아프리카 Africa의 이집트 Egypt 남부와 수단 Sudan 북부 국경지대에 있는 무주지無主地 terrae nullius(영어 no man's land)인데요.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1899년에 영국 UK이 북위 22도선에 자를 대고 그어 이집트와 수단의 국경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1902년에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해 국경선을 약간 조정하죠.
그렇게 비르 타윌 Bir Tawil은 이집트에 귀속시키고 할라이브 Hala'ib Triangle는 수단에 귀속시켜요. 할라이브의 유목민들을 수단이 관리하는게 맞겠다는 판단이었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생깁니다. 할라이브가 비르 타윌보다 훨씬 크고 바다에 인접해 있기도 하고 지하자원까지 매장되어 있으니 이집트와 수단이 서로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거죠.
즉 이집트는 할라이브가 자기네 영토였던 1899년 국경선을 주장하고 수단 역시 할라이브가 자기네 영토로 편입된 1902년 국경선을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반면 비르 타윌은 계륵 같은 땅으로 이집트와 수단 모두 관심이 없어요. 엄연한 땅인데 아무도 영유권을 행사하지 않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지죠.
무주지다 보니 재밌는 현상이 일어나곤 하는데요. 2014년에 미국 USA 출신의 제레미아 히튼 Jeremiah Heaton이라는 사람이 비르 타윌에 왕국을 세우겠다며 '북수단 왕국 Kingdom of North Sudan'을 세워요. 이집트 정부로부터 독립 허가를 받았다는데, 이집트 정부가 수단을 견제하고자 이용한 것일 뿐 정식 국가로 인정한 건 아닙니다.
한편 할라이브도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2000년에는 그곳에 이집트군이 들어와 점령해버렸어요. 원래 수단군이 주둔하고 있었는데 이집트가 압력을 넣어 철수시키고 이집트군이 들어간 것이었죠. 이집트가 수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국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어요.
현재는 이집트가 할라이브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집트화하려고 갖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수단도 계속 할라이브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허준: 그럼 중동中東 Middle East은요? 중동이야말로 전 세계 최악의 분쟁 지역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계륵 같은 땅이자 영토 분쟁 지역 또는 논란이 일 만한 곳이 있을 것 같아요.
박현도: 네, 일본의 쓰시마섬이나 이집트, 수단이 얽혀 있는 비르 타윌처럼 계륵 같은 땅이 중동에도 있습니다. 영토 분쟁 지역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페르시아만灣 Persian Gulf, 이란 Iran과 아랍에미리트 United Arab Emirates 사이에 섬이 세 개가 있어요. 아부무사섬 Abu Musa Island, 대大툰브섬 Greater Tunb Island, 소小툰브섬 Lesser Tunb Island Island.
1968년으로 거슬러올라가, 당시 영국이 주둔비 문제로 걸프 Gulf 지역에서 1971년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아부무사섬과 대·소 툰브섬에서 손을 뗐고 이란과 아랍에미리트의 토후국 중 하나인 샤르자 Sharjah가 공동주권을 행사하기로 협의했죠. 그런데 세부 협상에서 실패하고 말았고 1971년 11월 말에 이란이 아부무사섬과 대·소 툰브섬을 무력으로 점령해요. 이에 샤르자는 아랍에미리트에 가맹했고 이란과 아랍에미리트 사이의 문제로 비화됩니다. 1992년에 이란이 세 개의 섬을 완전히 장악하는데 성공하죠.
사실 아부무사섬은 작고 보잘것없지만, 엄청난 원유가 매장되어 있거니와 페르시아만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호르무즈해협 Strait of Hormuz을 통과하려면 반드시 아부무사섬을 지나야 하기야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 이란 입장에선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거점인 거죠.
반면 국력과 군사력에서 이란에 절대 열세인 아랍에미리트는 외교적으로 풀어가려 해요. 미국, 러시아 Russia나 중국 China 같은 강국에 호소하는거죠.
그렇다고 아랍에미리트가 현재 뭘 어떻게 할 순 없어요. 원래 자기네 땅이라고 해도 절대로 이란한테서 세 개의 섬을 뺏어올 수 없습니다. 그러니 세 개의 섬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거죠. 계륵 같은 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출처
1. 박현도, 곽민수, 강인욱, 정요근, 허준 지음, 역사를 보다 2(믹스커피, 2025)
2. 구글 관련 자료
2026. 5. 29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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