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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샘(淸泉)
세월이 무심한 것인지 역사가 비정한 것인지 시간이 오래면 오랠수록 우리가 기억하는 인물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몇몇에 지나지 않는다.정조·순조 연간이라면 100년 남짓 되는 세월인데 그 당시 활동했던 화가로 우리에게 알려진 이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긍제 김득신 등 열댓 명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나 1800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문인화가는 별도로 치더라도 예조의 도화서에는 언제나 20명의 화원이 근무하고 있었고, 규장각에 소속된 차비대령화원差備待令畵員(도화서에서 왕실로 임시로 차출되는 화원)도 30명이 있었다.'차비'란 '임시'란 뜻이고 '대령'이란 명령을 기다린다는 뜻이니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임시직 화원인 것이다.한 세대에 최소한 50명의 화원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 많은 화가의 삶과 예술..
12장 서론 근대의 '르네상스 Renaissance' 개념은 1350~1550년에 이탈리아 저술가들이 처음으로 사용했다.그들에 따르면 로마 시대와 그들 자신의 시대에는 변화도 없고 단조로운 1,000년 동안의 어둠의 시대가 끼어 있다는 것이다.이 암흑시대 동안 예술과 문학의 뮤즈 muse(학예學藝의 신神)들은 야만과 무지에 쫓겨나 유럽을 떠났다.그러나 거의 기적적으로 14세기에 들어 뮤즈들은 갑작스럽게 다시 돌아왔고 이탈리아인들은 위대한 '문예의 부흥'을 이루기 위해 뮤즈들과 더불어 기꺼이 협력했다. 이러한 시대 구분이 제시된 이래 역사가들은 중세와 근대 사이에 르네상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실제로 18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대다수 학자들은, 르네상스가 단지 학문과 문화의 역사에서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