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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동제각화 대결1 본문

글과 그림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동제각화 대결1

새샘 2007. 11. 9. 13:16

단원(檀園: 1745-1806)과 혜원(惠園: 1758-18?)은 모두 정조(1752-1800)시대에 활발하게 활동한 직업화가다.

단원은 도화서 화원으로 활약했고, 혜원은 도화서 화원으로 있다가 쫓겨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둘과 오원(吾園) 장승업을 조선의 3원 화가라 칭한다.

 

단원과 혜원은 모두 한국화 가운데 풍속화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풍속화라도 둘의 차이는 단원은 주로 서민의 일상생활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 반면, 혜원은 남녀상열지사 즉 애정과 풍류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혜원이 도화서화원으로 이른바 춘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도화서에서 축출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 둘의 풍속화는 그 소재가 비슷한 것이 많은데, 소설가 이정명은 여기에 착안하여 단원과 혜원을 주인공으로 하여 2007년 장편소설 '바람의 화원'을 발표하였다.

이 소설은 단원과 혜원이 같은 시기에 도화서화원으로 있으면서 백성의 일상생활을 그려오라는 정조의 명을 받아 같은 주제로 하여 각자의 눈으로 보고서 풍속화 대결을 벌이는 동제각화(同題各畵)의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이 직접 보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말이나 글보다는 훨씬 소상한 정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전제를 가능하게 한다.

 

이 소설에서의 첫 번째 동제각화 대결로서 정조가 준 화제(畵題)는 "도성 안팎 백성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이었다.

이 화제를 가지고 두 사람은 삶 가운데 도성 안 술집 풍경을 그리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약속 시간에 되어 정조 앞에 펼쳐진 두 그림의 동제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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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면 누가 그린 것인지 단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마을 입구의 서민이 드나드는 초가지붕의 주막을 그린 '주막'이라는 제목이 붙은 윗 그림은 단원,

화려한 느낌의 기와집 사이의 기생집 풍경을 그린 '주사거배(酒肆擧盃)'라는 제목의 아랫 그림은 혜원의 그림이다.

 

단원의 그림 등장인물은 술을 퍼고 있는 주모, 젖가슴을 드러낸 저자에서 물건 파는 여인과 어린 자식, 그리고 국사발을 기울여 바닥을 비우고 있는 벙거지를 쓴 남자다. 이 남자는 돈을 벌어 양반 흉내를 내는 장사치로 보인다. 이 둘은 부부인 것 같다.

화면 왼쪽과 중앙에 여자, 오른쪽에 남자 가운데 시선은 남자에게 집중되는 구도다.

하루종일 저자거리에서 물건을 팔던 부부가 저물 무렵 허기를 달래려고 주막에 들러 국밥을 맛있게 먹는 광경이다.

한편 주모의 웃는 얼굴에는 지친 손에게 술 한 사발을 퍼 주는 따뜻함이 서려 있다.

 

단원과는 대조적으로 혜원의 그림 등장인물은 사대부 즉 양반 남정네들과 붉은 도포를 입은 관리, 그리고 더그레를 입은 관리, 그리고 주모와 소매를 걷어올린 중노미다.

기생은 마루에 앉아 술잔에 술을 치고 있고, 양반과 관리의 불그스럼한 얼굴색은 벌써 콰하게 한잔 한 모습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눈을 끄는 등장인물은 양반도 관리도 아닌 왼쪽의 푸른 치마와 푸른 소매끝동의 저고리를 입고서 술을 푸는 주모임을 알 수 있다. 젊고 예쁜 얼굴이지만 입꼬리가 처진 것으로 보아 피로와 귀찮음이 역력하다.

 

이 두 그림을 본 정조의 감상은

"같은 화제지만 극명하게 대조되는 그림이다. 그림은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느낌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 

단원 그림에선 질박한 상민들의 삶이 그대로 보이고, 혜원의 그림은 양반들의 호사를 드러냈구나.

같은 술을 마시더라도 곤궁한 백성의 삶과 호화로운 양반들의 삶이 대비되고 있다.

흥미로운건 누추한 주막의 궁핍한 자들은 모두 웃는 얼굴인데, 호사스런 옷과 술자리의 양반들은 모두 찡그런 표정이다. 왜 그런가?"

 

혜원의 답은

"스승(단원)의 그림 인물들은 그린 자가 그들을 한없이 사랑스럽게 바라보기 때문이며, 양반들의 찡그린 얼굴은 그린 자가 그들을 편치 않게 보기 때문입니다."

 

정조 묻기를 "이유는?"

 

혜원 답하기를 "그림 속의 화려한 꽃잎이 핀 것은 이 그림이 오후 한나절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대낮부터 관리들이 기생집을 찾아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이 그림들을 본 다음 정조는 관가의 정풍의 회오리를 불러 일으켰다는 이야기가 소설에서는 전개된다.

 

2007. 11. 9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