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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새샘 2008. 2. 21. 00:36

정선(鄭敾, 1676~1759)은 조선 후기의 숙종, 경종, 영조 때 활약한 도화서 화원이다.

호는 겸재(謙齋), 난곡(蘭谷). 

조선의 대표화가로 흔히 3재(三齋)와 3원(三園)을 꼽는데, 호에 齋나 園이 들어 있는 화가를 말한다.

3재는 겸재 정선을 비롯하여 현재(玄齋 혹은 賢齋) 심사정과 관아재 조영석이며[현재 대신 공재(恭齋) 윤두서를 넣는 사람들도 있다], 3원은 단원(檀園) 김홍도, 혜원(蕙園) 신윤복, 오원(吾園) 장승업을 일컫는다.

 

겸재는 우리 화단에 진경(眞景)산수화란 우리만의 독창적인 산수화기법을 창시하여 정선파라는 일련의 화가들을 배출하였다.

진경이란 실경(實景)과 대비되는 용어로서 중국의 남종화가 실제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산수를 사생하듯이 그린 그림이라면, 진경은 마음에서 느끼는 그대로의 진짜 산수를 그린 그림을 의미한다.

겸재 이전의 조선산수화는 중국의 남종화풍을 그대로 이어받은 실경산수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데 겸재는 중국의 산수와 우리의 산수는 확실히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서 우리의 산수 풍경을 동국진경(東國眞景)이라 부르면서, 동국진경을 표현하는 산수기법인 진경산수화를 독창적으로 그려내었던 것이다.

 

진경산수화의 특징은 수직준, 서릿발준, 미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겸재의 대표작으로 금강전도, 만폭동, 인왕제색도, 박연폭포, 청풍계 등을 들 수 있다.

겸재의 최우수작으로서 금강전도를 꼽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생각이 이와는 다르다.

금강전도는 회화로서의 우수성보다는 진경산수화 기풍으로 그린 지도에 가까운 그림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난 금강전도가 아닌 인왕제색도를 겸재의 최고 걸작으로 꼽고 싶다.

물론 이러한 나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정선, 인왕제색도仁旺霽色圖, 1751, 비단에 담채, 79.2×138.2㎝, 호암미술관>

 

제색(霽色)이란 비가 그친 다음 나타나는 풍경을 말하므로, 인왕제색도란 비 그친 다음 인왕산의 풍광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인왕산은 조선이 서울을 수도로 삼을 때 풍수지리에 따른 진산(鎭山: 제사지니는 산)의 하나다.

조선의 진산은 내사산(안쪽의 4개 산)으로서 주산인 북악산, 안산인 남산, 좌청룡인 낙산, 그리고 우백호인 인왕산이 그것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비에 젖은 인왕산의 검은 바위와 비온 후 산 중턱에 걸린 자욱한 구름과 안개는 강인하고 육중한 인왕산을 진경을 그대로 살려주고 있다.

조선 산수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 그림에서도 화가는 두 개의 시선구도를 가지고 있다. 산 위쪽은 정면 멀리서 위로 쳐다보는 구도이고, 산 아래는 위에서 정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이다.

인왕산 바위는 큰 붓으로 대담하게 죽죽 내리긋는 붓질인 반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산 아래의 나무는 작은 붓으로 섬세한 붓질로 그려져 있다.

 

인왕제색도는 겸재의 만년인 75세인 1751년에 그린 그림으로서 진경산수화의 창시자인 겸재의 경륜과 실력이 가장 많이 스며 있는 그림인 것이다.  

겸재의 인왕제색도는 현재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호암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2008. 2. 21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