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2008. 5/10 479차 서울 도봉산 여성봉과 오봉 산행기 본문

산행트레킹기

2008. 5/10 479차 서울 도봉산 여성봉과 오봉 산행기

새샘 2008. 5. 12. 19:36

산행로: 송추유원지-송추남능선-여성봉(495)-오봉(660)-도봉주능선-보문능선-도봉탐방지원센터(8.5km, 4시간)

 

산케들: 碧巖이충식, 西山박봉희, 百山이주형, 元亨김우성, 慧雲김일상, 智山방효근, 如山장만옥, 새샘박성주(8명)

 

집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있는 이른 아침 문자 벨이 울린다. 지산이겠지 했는데 예상치 않았던 백산이다. 백산은 장기간의 단식을 위해 서울을 떠난 탓에 거의 1달 동안 산행에 불참했었다. 단식을 마치고 얼마 전 귀경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니 벌써..... 오늘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백산, 지산과 만나 지하철로 불광역으로 가는 도중 백산과 함께 단식을 떠났던 도봉산 다람쥐 벽암도 오늘 산행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우릴 더욱 놀라게 한다. 벽암은 우리가 오늘 탈 산행로와는 반대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하여 오봉 근처에서 조우할 것이라고 한다.

 

오늘 산행로는 오봉의 빼어난 경치를 가장 잘 볼 수 있고, 산행시간도 비교적 짧으며, 그다지 힘들지 않아 산케들이 즐겨 찾는 코스 가운데 하나다.

송추유원지에서 버스를 내리니 흐린 날씨에 시원한 바람도 많이 불어 산케의 산행을 반겨준다.

송추유원지의 송추계곡 부근에는 각양각색의 봄꽃들이 많이 피었다. 붉은병꽃나무, 국수나무, 소리쟁이, 불두화, 벼룩나물, 죽단화.

이 뿐만이 아니다.  타원형의 날개를 가진 매력적인 붉은 색을 띤 단풍나무 열매가 눈에 확 띈다.

 

송추남능선 오름길이 시작되는 송추탐방지원센터 앞에서 오늘따라 유난히 친절함을 내 보이는 국립공원 직원의 도움으로 벽암을 제외한 7명의 산케들이 사진을 박고서 출발.

 

여성봉까지의 오름길에는 노린재나무의 하얀꽃과 붉은병꽃나무의 붉은꽃이 많다. 이런 것보다 가장 날 기쁘게 한 것은 우리나라 특산종 야생화인 참꽃마리의 연한 하늘색 꽃이다.

 

30분쯤 올라가니 선두조에 선 여산회장이 전망바위 위에 서서 우릴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여성봉까지는 부지런히 오른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1시간 후 여성봉(495m) 도착.

여성봉은 여성을 상징하는 바위의 모습과 더불어 오봉을 훤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인기가 많은 듯하다.

여성봉에서 휴식하면서 오봉을 배경으로 출석부를 작성한 뒤 출발할려고 하는데 벽암이 홀연히 출현.

 

우린 오봉쯤에서 만날 수 있을려니 했는데 벌써 이곳까지 온 것이다. 모두들 벽암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다. 날씨가 너무 추워 서서 기다릴 수가 없어 내친 김에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지하철에서 본 백산의 얼굴도 마찬가지였지만 벽암의 얼굴에도 볼살이 빠지고 예전의 붉은 기운이 많이 사라져 훨씬 건강해 진 듯 하다. 우리들이 두 산케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단식을 마친 다음 지금까지 술과 담배를 입에 전혀 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 궁금증을 백산이 이렇게 풀어준다. "술과 담배를 안하면 죽는 줄 알았는데 안 죽더라."

백암과 더불어 오봉을 배경으로 오늘의 진정한 산케출석부를 만든 다음 오봉을 향해 출발.

 

여성봉부터 오봉까지의 산행로에는 그 전까지 보이지 않던 철쭉의 연분홍꽃이 봄이 깊었음을 알린다.

드디어 오봉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인 일봉(660m) 바로 아래에 도착.

 

일봉에서 동쪽으로 오봉능선의 우봉(676m)과 그 너머 뻗어 있는 도봉주능선상의 최고봉인 자운봉(740m)을 바라본다.

 

그리고 남쪽 저멀리 삼각산의 세 봉우리도 뚜렷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 조금 가자다 우리가 정상주를 즐기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바람이 불어 땀이 난 몸을 차갑게 식혀 주는 탓에 다 마시지 못한 막걸리를 배낭에 집어 넣고서 일어선다.

내림길에서 오봉이 빤히 보이는 전망대에서 사진을 한장 더 박는다.

 

도봉샘을 지나 오봉능선과 도봉주능선의 풍광 사진이 담긴 안내판과 같은 풍광을 디카에 담는다.

 

하산길에 단식 후 처음 참가하는 두 산케의 더욱 건강하고 멋있는 모습을 모든 산케들에게 보여 주라는 요청을 받았다. 소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두 산케의 뒤로 자운봉이 있는 도봉주능선이 펼쳐져 있다.

 

위 사진을 찍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디카 높이를 달리 하여 찍으면 도봉산의 세 봉우리가 연결되어 있는 도봉주능선이 뚜렷이 보인다.

 

도시가 가까워지자 내림길 숲속의 높은 나무에 흰꽃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쪽동백나무가 군데군데 보인다.

 

내림길의 끝인 도봉마당마을을 지나 목욕탕에 도착한 2시 오늘 산행은 끝이 난다.

몸에서 나는 땀냄새를 완전히 씻어내린 다음 산케들이 즐겨 가는 산마루 식당에서 가자미 조림과 두부김치로 허기진 배를 채우면서 뒤풀이를 갖는다.

뒤풀이 자리에서도 과연 두 단식 산케가 술을 멀리 했을까?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2008. 5. 12 부처님 오신날에 새샘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