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2008. 10/2~4 494차 지리산 종주 첫날 산행기 본문
종주산행로: 성삼재-노고단고개-노루목-반야봉-노루목-연하천대피소-형제봉-벽소령대피소-영신봉-세석대피소-촛대봉-연하봉-천왕봉(1915.4)-개선문-법계사-중산리버스종점(총 39.3km, 19시간30분)
첫날산행로: 성삼재(1090)-노고단대피소-노고단고개(1370)-노루목(1498)-반야봉(1732)-노루목-연하천대피소(1440?)-형제봉(1452)-벽소령대피소(1340)-영신봉(1651)-세석대피소(1545)(27.1km, 13시간)
첫날산케들: 정수진, 鏡岩, 道然, 如山, 새샘(5명)
10월2일(목) 23:55발 함양 백무동행 버스를 타기 위해 23:00 동서울터미널에 모인 산케는 다섯명이다.
여기에 도연이 이끄는 도담산우회원 2명을 더하여 모두 일곱이 되었다.
도담산우회원은 재작년 백두대간때 몇 번 산행과 막걸리를 한 적이 있어 낯설지 않은 정겨운 얼굴이어서 반갑게 악수를 나눈다.
터미널에서 공용장비를 분담하여 배낭을 꾸린 다음 버스를 찾아가니 함양지리산행 버스가 무려 5대나 줄줄이 서 있다.
출발시각을 보니 23:55부터 24:00까지 1분 간격으로 출발하도록 되어 있다.
결국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와 함께 지리산 백무동행 버스 5대가 24:10쯤 동시 출발.
처음에는 도연과 함께 산행하는 줄 알았었는데, 도연을 뺀 우리 네 산케는 출발지인 성삼재로 가기 위해 중간 정류장인 남원 인월에서 내리고, 도연과 도담산우회원은 종점인 백무동에서 산행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인월정류장에 도착한 것이 출발 3시간 후인 깜깜한 새벽 03:20.
날씨가 춥지는 않다.
같이 내린 산행객 가운데 반팔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정류장에는 택시 몇대가 산행객을 호객하고 있고, 24시간 마트만이 불을 환히 밝히며 산행객을 맞고 있다.
여기서 성삼재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고 하여 04:30쯤 택시 타기로 예정하고 간단히 식사할 곳을 찾는다.
근처 반짝거리는 식당 네온사인 간판을 잠시 따라가보니 기대와는 달리 식당문은 굳게 잠겨 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마트로 돌아와 큰컵우동 한 그릇을 먹으면서 속을 따뜻하게 해 준다.
04:30에 택시를 타고 861번 지방도를 따라 뱀사골을 지나 성삼재로 향한다.
드디어 05:18 산케의 지리산 종주 출발점인 해발 1,090m 성삼재 도착.
성삼재 출발점에서 네 산케가 헤드렌턴을 켠 채로 지리산종주의 시작하는 첫 걸음을 기념한다.
깜깜한 이 시각에 노고단을 오르는 산행객은 우리말고도 또 있다.
이들도 지리산 종주를 하는 것이리라.
앞서가는 이들이 비추는 랜턴 불빛을 따라 우리도 노고단을 향해 뚜벅뚜벅 길을 걷는다.
남쪽 무등산이 보인다는 전망대를 지나 앞을 바라보니 노고단 송신탑에서 반짝이는 붉은색 불빛이 시커먼 산과 희뿌옇고 검푸른 하늘 사이에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노고단산장에서 물을 한모금 마시고 잠시 휴식한 다음 계속 걸음을 재촉하여 노고단고개(1,370m)에 오른다.
천왕봉쪽을 하늘에는 붉은빛이 완연하여 이미 해가 떠 오른 모양이다.
노고단고개에는 돌로 쌓아 만든 제단이 있어
처음에는 이 고개가 노고단인줄 알았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니 계댠을 따라 오르는 능선 끝 봉우리 위에 또 하나의 제단이 보이는게 아닌가?
그곳이 고도 1,507m의 실제 노고단인 것이다.
노고단고개에 설치된 제단은 모양을 본따 만든 관광용 제단이다.
노고단은 전남 구례군에 위치하며 천왕봉, 반야봉과 더불어 지리산 3대봉의 하나.
노고단 돌제단은 산신제를 지냈던 장소이며, 老姑壇이란 이름은 도교 용어란다.
우리말로는 할미단으로서 할미 즉 국모신인 박혁거세의 어머니인 서술성모(일명 선도성모, 또는 마고할미)을 모시는 제단이다.
아침 10시부터 신청자에 한해서만 안내를 받아 노고단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지리산 10경 중 3경인 老姑雲海는 불행하게도 감상할 수 없었다.
피아골삼거리를 향하는 도중 지리산 해오름을 구경한다.
피아골로 내려가는 피아골삼거리를 지나자 곧 임걸령(1,320m)이 나타난다.
임걸령에서 46분을 걸어 반야봉으로 북진하는 길목인 노루목에 다다른다.
산케들은 반야봉을 갈까 말까하는 망설임도 잠시 지리산에서 두번째로 높은 반야봉(1,732m)을 오르기 시작.
가는 도중 배낭을 길 한쪽에 벗어두고 맨몸으로 오르니 몸이 가벼워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다.
노루목에서 반야봉까지는 왕복 2km, 오르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씌여 있다.
우린 맨몸으로 오른 탓에 반야봉까지 31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般若峰은 지리산 산신인 천왕봉의 마고할미와 결혼한 반야가 불도를 닦은 봉우리여서 붙여진 이름.
백두대간은 천왕봉에서 시작되어 잠시 서진하다가 삼도봉에서 방향을 북쪽으로 틀어 반야봉을 지난다.
지리상 10경 중 2경인 般若落照 대신 천왕봉 방향의 멋진 운해를 감상한다.
반야봉에서 중봉으로 북진하는 백두대간 길목에서 또 한장의 기념사진을 남겨둔다.
노루목으로 후진하여 계속되는 지리산 종주는 곧 삼도봉에 도달한다.
三道峰은 경남하동군, 전북남원시, 전남구례군의 3도가 만나는 봉우리여서 붙은 이름.
10월의 지리산 대표꽃은 구절초, 쑥부쟁이를 비롯하여 산오이풀, 투구꽃, 칼잎용담, 지리고들빼기다.
투구꽃
칼잎용담('과남풀'이라고도 함)
화개재는 지리산 능선의 장터로, 경남 하동 화개에서 올라온 소금과 해산물, 전북 남원 뱀사골에서 올라온 삼베와 산나물 등을 물물교환 장소로 사용된 곳이었다.
토끼봉(1,534m)
다음 목적지는 연하천대피소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물을 얻을 수 있어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중간중간에 샘이 많아 물을 많이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서 다들 물을 많이 준비 못하여 물을 아끼느라 모두들 목이 굉장히 마르고 있다.
토끼봉에서 1시간반을 꼬박 걸어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했는데, 이곳에는 이미 많은 산행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런데 가운데 서 있는 긴 줄이 바로 물을 뜨려고 서 있는 줄.
아찔하지만 할 수 없이 맨 뒤로 줄을 서서 꼬박 50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물을 구하여 환성을 지른다.
연하천대피소의 해발고도는 1,440m라고 표지판에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한 블로그의 산행기에는 고도계 상으로 언제나 1,500m 이상이어서 표지판 해발고도가 틀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1시간10분쯤 머물다가 출발.
오늘의 최종목적지인 세석대피소로 향한다.
지리산도 붉은 단풍으로 점차 물들어가고 있다.
길이가 서로 다른 큰 바위 2개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는 모양인 형제봉(1,452m) 사잇길을 지난다.
세석대피소 가기 전의 마지막 대피소인 벽소령대피소(1,340m)에 도착한다.
이곳 역시 연휴를 즐기러 올라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하기사 이번 개천절 연휴기간동안 지리산의 모든 산장의 예약이 끝났다고 하니 알만하다.
어두워지기 전에 세석대피소에 도착하기 위해 벽소령대피소에서 잠시 자리에 앉아 목만 축인 다음 지나친다.
달빛이 고고하게 비치는 벽소령 즉 碧宵明月이 지리산 10경 중 6경.
벽소령에서 세석대피소까지는 6.3km가 남았다.
아직 2시간반 정도는 걸어야 할 것같다.
수리취의 꽃모습이 이채롭다.
세석대피소 가는 도중 샘을 만난다.
선비샘이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기다려 물통을 채운 다음 출발.
30분을 걸은 다음 능선에서 주위가 확 트인 덕평봉(1,522m)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곳에서 우리들이 이틀동안 거쳐가야 할 지리산 종주능선상의 봉우리들-영신봉, 촛대봉, 연하봉, 천왕봉-이 한 눈에 보인다.
세석대피소를 2.1km 남긴 칠선봉(1,558m)을 지나
해발 1,651m의 영신봉을 오른다.
저멀리 천왕봉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산케들은 반야봉의 낙조대신 영신봉의 낙조를 즐긴다.
영신봉을 넘으니 드디어 성삼재에서 출발한지 13시간만인 18:20에 오늘의 종착지인 세석대피소가 눈 앞에 펼쳐진다.
2일간의 지리산 종주에서 더 힘들고 긴 코스의 첫날 종주를 무사히 마친 것이다.
세석대피소는 영신봉과 촛대봉 사이에 펼쳐진 넓다란 세석평전 안에 위치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세석평전은 지리산 10경 가운데 5경인 細石철쭉으로 유명하다.
세석에 도착하자마자 텐트칠 곳을 찾아 헬기장을 지나 샘터 있는 곳으로 바로 내려간다.
샘터를 지나 50m쯤 내려가다 길 옆에 넓다란 공터에 텐트를 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10분쯤 지나자 주위가 어두어지고 추워진다.
땀에 절은 옷 때문에 추위가 더욱 심하게 전해진다.
특히 수진이 추위를 심하게 탄다.
경암과 수진이 텐트조, 여산과 새샘이 저녁조로 분담하여 2시간에 걸친 텐트 건설과 저녁 준비 끝에 완성된 텐트 옆에서 저녁을 먹는다.
저녁은 꽁치에 라면사리를 넣은 꽁치찌게, 주먹밥, 김치 등 밑반찬이 전부다.
술은 팩소주 2개는 산행도중 이미 소진되었고, 750ml 페트소주 1병이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식사와 반주만으로도 즐기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시장이 반찬이고, 피곤이 만족감을 빨리 가져다 주기 때문인가?
깜깜한 밤중에 장비를 정리하고 텐트에 들어가 누운 것이 21시.
일찍 누웠으니 대화를 즐긴 다음 자자면서 내일 아침 기상 새벽 4시라는 말부터 대화 시작. 그
런데 대화 시작 3분도 채 못 되어 코고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반면 새샘은 텐트에서 자 본지가 10년은 더 된 것 같고, 침낭 속에서 잔 지는 5년 전 겨울 바로 이곳 세석휴게소다.
그 당시 사용했던 침낭이 지금 내 몸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바로 그 닭털침낭.
낯설음인지 설레임인지 아뭏든 새샘은 1시간 이상 뒤척이다가 잠이 든 듯하다.
(둘째날 산행기 다음 글에서 계속)
2008. 10. 6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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