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2008. 9/21 492차 문경 조령산 산행기 본문
산행로: 이화령(529)-조령샘-조령산(1025)-합수곡-의적일지매촬영장-대왕세종촬영장-문경새재도립공원-주흘관(조령제1관문)-새재주차장(9km, 6시간)
산케들: 重山양준영, 鏡岩이병호, 번둥김종석, 새샘박성주(4명)
이번 산행은 용마산악회의 경부합동산행에 함께하는 것이다.
지난 주는 추석으로 결행된 탓에 2주만에 산행이 재개.
집결지인 교대역에 도착하니 경암이 먼저 와 있고 버스는 3대가 대기하고 있다.
경암 말이 오늘 산행참가자는 번둥과 함께 단 3명.
이게 왠말인가? 2주전 만 하더라도 최소 예닐곱이었는데...
그리고 대구에서 중산이 올 것이고, 부산은 단 1명도 없단다.
그러니까 오늘은 산케 4명이 참가하는 단촐한 산행이다.
그렇지만 용마산악회 전체 참가자는 서울 125명과 부산 120명 정도를 합하여 모두 250명으로서, 대규모 산행이 아닐 수 없다.
08:15 교대역을 출발한 버스는 수지에서 몇 명의 용마들을 더 태우니 단 하나의 빈 자리 없이 가득 찬다.
다른 버스에도 빈자리는 하나도 없다고 한다.
125명이니 그럴만 하다.
우리가 탄 버스에는 14회에 18회 선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은 29회 후배의 순이다. 단 3명에 그친 우린 조용하게 갈 수 밖에는...
10:30 국도 이화령휴게소 도착.
서울에서 여기까지 2시간 반이 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도로사정은 좋았다.
국도 이화령휴게소는 3번 국도상의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경계로서 해발 529m의 고개다.
이 휴게소는 고속도로 터널이 뚫린 후 폐쇄되었으며, 지금은 조령산을 찾는 산행객을 태운 전세버스와 승용차만이 찾고 있다.
부산에서 오는 버스는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다.
갑자기 누군가 어깨를 탁 친다. 돌아보니 중산과 안동댁이다. 반갑게 악수를 나눈다.
중산 말이 열심히 전화했는데 아무도 받지를 않더란다.
여산과 지산에게 했으니 그럴 수 밖에. 중산과 안동댁, 그리고 구미에 사는 선배 내외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온 것이다.
부산 용마들을 기다리는 동안 이화령휴게소에서 산케의 산행시작 기념 촬영.
같이 얘기를 나누면서 괴산쪽을 내려다보니 앞에는 유료 산업국도가, 그 뒤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시원스럽게 뻗어 있다.
11:20 부산용마들이 도착하고 간단한 집행부 소개 후 11:30 산행 시작.
250명의 대규모 인원이 들어서니 휴게소 광장의 빈터가 거의 차 버린다.
산행은 3개 조로 나누어 A조는 조령산을 거쳐 조령제1관문으로 내려가는 풀 코스조, B조는 조령산까지의 왕복조, 그리고 C조는 산행하지 않고 버스타고 바로 조령제1관문으로 이동하는 관광조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용마들이 A,B조라고 하니 A조 예상산행시간 4시간30분보다 훨씬 많이 걸릴 것 같다.
조령산 오름길에서 초가을을 장식하는 풀꽃은 뭐니뭐니해도 흰꽃 또는 연보라꽃을 피우는 쑥부쟁이다.
산과 들에서 쑥부쟁이, 구절초, 고들빼기, 산국, 감국과 같이 국화꽃 모양의 꽃을 피우는 풀꽃들을 통털어 우리는 들국화라고 부른다.
까실쑥부쟁이
이화령에서 시작되는 조령산 오름길 주변은 잣나무가 죽죽 뻗어 있어 시원스런 느낌을 주는데다가 가을바람까지 솔솔 불어주니 산행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산행객들이 줄지어 올라가는 탓에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완만한 경사가 계속 이어지는 오름길은 바위가 거의 없는 흙길이어서 생각보다는 훨씬 좋은 등산로인 것 같다.
백두대간에 위치하여 다소 험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다.
심한 깔딱이가 없는 것은 해발고도가 높은 이화령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리라.
조령산 오름길에 있는 유일한 샘터인 조령샘에 도착한다.
샘 위에는 '한 모금의 샘물에서 여유로운 벗이 산임을 인식하자'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조령샘에서 조령산 정상까지는 경사길이 심해지기는 하지만 통나무로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 오르기에 그다지 힘든 것은 아니다.
정상 조금 못미쳐 헬기장에 도착. 이미 많은 용마들이 자리를 잡고 점심을 즐기고 있다.
둘러보니 산케를 위한 마땅한 빈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자리를 잡을려고 발을 뗄려는데 정상에서 내려오는 용마들이 알려주기를 정상에는 앉을 공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상쪽으로 조금 올라가다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기로 한다.
길 옆에 잣나무숲이 우거져 있고 길게 자란 잣나무들 사이로 빈 공간들이 보인다.
앞서 용마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근처에서 우리도 자리를 잡았다. 빈터에는 잣나무 낙엽들이 소복히 쌓여 있다.
경암이 준비한 수육, 마늘, 새우젓, 김치와 그리고 중산이 매실장아찌와 김치를 꺼낸다.
그런데 정상주가 없다. 우리 옆을 지나는 16회 선배에게서 중산이 매실주를 기어코 얻어낸다.
이렇게 해서 매실주를 정상주로 하여 오늘의 산행을 4명의 산케가 건배.
정상주를 충분히 즐긴 다음 정상을 향해 발길을 계속 옮긴다.
정상까지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정상에도 이미 많은 산케들과 산행객들로 가득차 있다.
조령산 정상은 해발 1,025m. 鳥嶺山은 백두대간에 속하는 산으로서 남북방향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조령산보다는 오히려 조령산을 넘는 고개인 조령 소위 새재가 훨씬 유명하다.
정상에 서 있는 표지석 옆에서 줄을 서서 몇 분을 기다린 끝에 등정을 기념하는 흔적을 남긴다.
정상 북쪽으로 백두대간의 봉우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광경이 보인다.
정상에서 하산을 하려고 발길을 옮기려는데 산행대장이 하산로가 변경되었다고 알려준다.
출발도 늦었고 산행에도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에 북쪽으로 가지 않고 정상에서 동쪽의 계곡으로 바로 떨어지는 지름길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케들은 산행대장과 함께 최선두에 서서 하산 시작.
내림길은 산행객이 거의 없는 탓에 풀이 많이 우겨져 있어 길이 잘 보이질 않는다.
더욱이 경사도 급하고 전날 내린 비로 길도 미끄러워 만만치 않은 하산길이 된다.
올라 올 때 보지 못했던 구절초의 탐스런 흰꽃을 보니 힘든 발길이 다소나마 가벼위 지는 듯 느껴진다.
정상에서 출발한 지 50분이 지나 물소리가 뚜렷한 합수곡 계곡에 도착하여, 계곡물에 손발을 담구고 잠시나마 휴식을 취한다.
계곡에서 20분을 더 내려오니 문경새재 삼림욕장이라는 큰 표지판 앞이다.
이 표지판에서 몇 발자국 떼지 않아 곧 TV 드라마 의적일지미 산채 세트가 나온다. 여기가 KBS 촬영장이다.
일지매 산채에 이어 바로 대왕세종의 세트가 이어진다. 이곳에서 드라마 왕건도 찍었다고 한다.
KBS 촬영장을 지나면 바로 조령제1관문 즉 주흘관을 통과하여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표지판이 서 있는 공원입구로 연결된다.
조령을 넘는 고개에는 모두 3개이 문이 있다.
조령제1관문인 주흘관, 조령제2관문인 조곡관, 그리고 조령제3관문인 조령관이 그것이다.
조령관이 바로 새재.
주흘관을 나서니 왼쪽 빈터에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유명한 문경사과를 상징하기 위하여 공원 안에 소규모 사과밭을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공원입구의 새재비를 지나 새재주차장에 도착함으로써 오늘 산행이 끝난다.
그런데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산케들이 보이지 않는다.
전화 해 보니 날 기다리다 방금 목욕탕에도착했다는 것이다.
나는 사진 찍고, 잃어버린 모자 찾으러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바람에 30분이 늦은 것이다.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버스를 타고 목욕탕에서 다시 반갑게 조우.
비교적 일찍 목욕을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버스로 식당으로 이동.
도착해보니 새재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공원입구의 대형식당에서 불고기버섯전골과 부산에서 가져온 C1소주와 맥주로 산케들이 건배.
우리가 저녁을 먼저 시작한 탓에 뒤에 들어온 용마들이 먹기 시작할 때쯤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아 추가로 더 시킬 수 밖에는..
저녁식사의 마지막에는 항상 그렇듯이 모든 용마들이 일어서 교가를 제창하고 후라경고를 부르짖으면서 용마산악회의 폐회를 알린다.
식당 앞에서 중산부부와 함께 작별을 기념하는 사진을 남긴다.
18:50 문경새재 주차장 출발, 휴게소 2군데 들렀음에도 21:30 교대역 도착이었으니 얼마나 차가 잘 빠졌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 도착시각, 맥주 한잔 하자는 지산 전화, 오랫만에 함께 한 경암과의 산행에도 불구하고 도착 후 바로 귀가한 것은 전적으로 필자인 나 새샘 때문이었다.
2008. 9. 22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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