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2008. 10/2~4 494차 지리산 종주 둘째 날 산행기 본문

산행트레킹기

2008. 10/2~4 494차 지리산 종주 둘째 날 산행기

새샘 2008. 10. 7. 20:23

종주산행로: 성삼재-노고단고개-노루목-반야봉-노루목-연하천대피소-형제봉-벽소령대피소-영신봉-세석대피소-촛대봉-연하봉-천왕봉(1915.4)-개선문-법계사-중산리버스종점(총 39.3km, 19시간30분)

 

둘째 날 산행로: 세석대피소(1545)-촛대봉(1703)-연하봉(1730)-장터목대피소(1653)-제석봉(1808)-천왕봉(1915.4)-개선문(1700)-법계사일주문-망바위(1068)-중산리탐방지원센터(637)-중산리버스정류장(12.2km, 6.5시간)

 

둘째 날 산케들: 정수진, 鏡岩, 道然, 如山, 새샘(5명), 정암강영녕과 박봉두 중산리에서 우릴 환영, 도연과 진주에서 합류하여 함께 상경.

 

 

알람이 울리는 걸 보니 새벽 4시다. 

좀 더 누워 있고 싶었지만 여산회장의 칼 같은 기상호령에 부시시 몸을 일으킨다.

밖은 깜깜하다. 

텐트안을 대충 정리하고 취사조인 여산이 밖으로 나가 헤드랜턴을 착용한 채로 아침을 준비한다.

 

메뉴는 유일하게 남은 누룽지.

경암은 집솥에서 누룽지를 직접 만들어 가져왔고, 수진은 왕뚜껑라면 크기의 판매용 누룽지를 가져왔다. 

끓는 물에 넣어 만든 누룽지탕을 야외에서 처음 먹어 보는 산케들은 그 맛에 다들 놀랄 뿐이다.

라면보다도 훨씬 좋은 메뉴다.

앞으로 야외에서 식사는 누룽지탕으로, 찌게는 라면으로 해야겠다는데 다들 의견을 같이 한다.

 

아침을 다 먹고 설거지하고 텐트를 다 걷고 나니 06:30.

간밤에 잘때 빨리 일어나서 정리가 되면 촛대봉에 올라 천왕봉 일출을 보자고 했는데 텐트를 치고 잘 때는 일출 구경은 불가능한 것 같다.

06:53 세석대피소를 떠나기 전에 대피소 건물을 배경으로 하여 사진을 남겨둔다.

 

세석대피소에서 촛대봉 오름길 주위가 세석평전으로서, 철쭉꽃이 만개하는 봄에는 이곳에서 지리산 10경 중 8경인 세석철쭉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이다.

 

세석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는 산행객들은 대개 촛대봉에서 천왕봉의 일출을 구경하게 된다. 

그건 천왕봉에 오를려면 3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 일찍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촛대봉에 오르는 것은 넉넉잡고 30분이면 된다. 우린 촛대봉에 오르는데 21분 걸렸다.

 

해발고도 1,703m의 촛대봉에 오르면 지나온 비교적 가까이에 있는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은 물론 우리가 어제 거쳐온 지리산 주능선-노고단, 반야봉-도 훤히 보인다.

 

촛대봉 위에서 지리산 봉우리들을 배경으로 네 산케가 등정을 기념한다.

 

이번 종주에서 지리산 10경 중 1경인 天王日出은 구경하진 못했지만 지리산에 떠 오른 태양을 촛대봉에서 구경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촛대봉에서 내려와 연하봉을 향한다. 

연하봉은 1,730m 높이로서 세석평전과 장터목대피소 사이의 솟은 봉우리다.

연하봉이 유명한 것은 이 근처에 불에 타 죽은 주목과 구상나무 고사목, 기암괴석, 절벽이 많아 운무가 흘러갈 때는 마치 신선이 되어 노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고 하여 이름붙은 지리산 10경 중 5경인 煙霞仙景이 있기 때문이다.

일설에는 지리산 주능선의 고사목은 일제시대 때 한 친일파가 지리산에 벌목을 했는데 해방이 되면서 벌목이 들통나 처벌을 받을 것을 염려하여 벌목지대를 전부 불태웠기 때문에 생긴 것이란다.

이게 정말이라면 -이런 쳐 죽일 놈!!-

 

해발고도 1,53m 높이에 있는 장터목대피소 도착. 

여기서도 백무동이나 중산리로 내려갈 수 있다.

여기서 중산리까지 거리가 5.3km로 표시되어 있으니 천왕봉에서 중산리까지의 거리나 거의 비슷하다.

여기서 물병을 채운 다음 출발할려고 했는데 물을 떠 가지고 오는 산행객에게 물어보니 물줄이 제법 길단다. 

이 말을 들은 여산회장이 대피소 가게에 가서 물과 게토레이를 사 들고 온다.

500ml 먹는샘물 1병에 1500원. 서울 근교 산에서 1000원 받는 걸 비교하면 그런대로 합리적인 가격이 아닐까 싶다.

 

 

장터목대피소를 지나 제석봉(1,808m)에 오르니 이 근처에 고사목이 연하봉보다 훨씬 더 눈에 많이 띈다.

한 높은 고사목 끝에 까마귀가 앉아 우리 인간들을 내려다보면서 조롱하는 듯이 까악까악 짖어대고 있다.

 

제석봉에서 천왕봉까지의 거리는 불과 1.1km.

30여분을 걸어 드디어 천왕봉 바로 아래에 도착.

천왕봉 사면에 물들은 붉은 단풍은 산봉우리 너머 보이는 짙 운무와 푸른 하늘에 대비되어 멋진 가을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천왕봉 정상에는 이미 많은 산행객들로 빽빽이 차 있다.

 

천왕봉에 발을 디딘 시각이 09:44니까 세석대피소에서 2시간50분에 도착한 것이다.

몇분 정도 차례를 기다려 지리산 종주의 최고봉인 천왕봉 표지석을 앞에 두고 네 산케가 기념사진을 박았다.

 

천왕봉에 올라서서 우리가 지나온 서쪽 방향의 주능선상의 봉우리들과, 내림길이 이어지는 남쪽 방향의 중산리, 그리고 북쪽 방향의 두류봉과 써리봉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을 바라본다.

보이는 건 겹겹이 둘러싸인 산봉우리와 구름과 하늘뿐이다.

 

천왕봉에서 20분 정도 휴식을 취한 다음 드디어 지리산 종주 하산길이 시작된다.

천왕봉에서 중산리탐방지원센터까지는 5.4km 거리.

이 내림길은 굉장히 가파른데다 너덜로서, 예전에 내려올 때 무릎이 무지 힘들었다는 기억이 뚜렷하다.

이번 하산길은 예전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산을 탔기 때문에 그때보다도 무릎에 무리가 더 가리라 걱정하면서 더욱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 딛는다.

내림길 주변에도 붉은 단풍이 완연하다. 

2개의 큰 바위로 된 개선문을 지나서,

 

법계사 일주문 앞에 도달.

법계사를 구경하려고 했지만 일주문에서 다시 올라가야해기 때문에 포기한다. 

법계사 앞에 있는 샘물에도 물줄을 서 있어 바로 지나쳐 버린다.

법계사에서 조금 내려오다가 뒤를 돌아보니 단풍 뒤로 보이는 법계사와 그 뒤쪽으로 솟아 있는 가장 높은 천왕봉의 바위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해발고도 1,068m의 눈사람 모양의 망바위.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때부터 계곡이 나타나면 발을 담구고 잠시 쉬어 갈려고 작정했지만 좀체로 계곡이 나타나지 않는다.

비로소 나타난 것은 계곡이 아니라 도랑이다.

그것도 내림길 마지막에서 말이다.

먼저 내려온 경암과 수진이 도랑에 발을 담근 채로 쉬고 있다.

여산과 새샘도 이들과 합세하여 세수하고, 목닦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리고 시원하게 흐르는 물에 무리하게 사용한 무릎을 시프해 준다.

아! 정말 살 것 같다.

이렇게 쉬고 있는 도중 밑에서 건장하고 잘 생긴 두 청년이 길을 따라 걸어올라오고 있는 것이 눈에 확 들어 온다.

자세히 보니 정암과 봉두.

1시간 전에 중산리에 도착하여 기다리다가 우릴 마중하러 여기까지 걸어올라 온 것이다. 

우릴 만나기 위해 이곳까지 와준 고마운 친구들 반갑게 악수와 포옹을 나눈다. 

 

휴식을 끝내고 두 친구의 여학생들이 기다리는 중산리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도중 지리산 산행기점이 되는 중산리 탐방지원센터에서 지리산 종주를 마감하는 기념사진을 함께 박았다.

 

이곳에서 중산리 버스정류장까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1.7km 더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면서 다소 힘들어하는 새샘을 위해 정암이 배낭을 대신 짊어진다.

이런 친구의 배려 덕분에 새샘의 무릎이 손상되지 않은 것이리라.

중산리 식당에서 우리를 위해 정암과 봉두가 홈그라운드 방문을 축하한다면서 엄청 시원한 동동주, 도토리묵, 파전, 두부김치로 상을 가득 채워준다.

이렇게 반갑고 즐겁고 고마운 마음으로 다같이 건배.

 

두 친구부부를 환송하고서 14:50발 진주행 버스에 오른다.

완행버스라 정류장마다 정차하느라 50km 남짓한 거리를 1시간30분 걸린다.

서울행 버스를 예매하는데 서울서 같이 출발했던 도연과 도담산우회 일행과 연락되어 우리가 가는 목욕탕에서 만나기로 약속.

목욕탕에서 도연일행과 조우하여 이틀 동안 땀과 때로 절은 몸을 구제한 후 가볍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진주에서의 지리산 종주를 마치는 뒤풀이를 충분한 시간동안 삼겹살집에서 갖는다.

 

모두들 무사 귀경함으로써 26산케의 지리산종주 끄~읕~.

 

2008. 10. 7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