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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중 삼국지" 바로 읽기 2 - 삼국지의 주 전략 '이이제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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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중 삼국지" 바로 읽기 2 - 삼국지의 주 전략 '이이제이'

새샘 2017. 3. 11. 14:18

사진 출처-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64632

 

'이이제이以夷制夷'란 적을 이용해 적을 격파한다는 말이다. 이 전술은 중국인이 즐겨 쓰는 것으로서 많은 준비와 연구를 필요로 하는데, 이는 적군이 다수 존재할 때 그들 사이에 있는 갈등요소를 철저히 분석하여 전술적으로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관중 삼국지의 상당 부분은 이이제이 전술의 경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인은 전쟁을 용맹만으로는 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주변 유목민족의 용맹함을 따라갈 수가 없으니 꾀로써 제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인은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거나, 적으로써 적을 제압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묘책이라고 본다.

 

'이이제이'란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유래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이夷'라는 말이 우리 민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말인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동북부 또는 동부해안지대에 다수 거주했던 동이족(쥬신족)을 제압할 때 사용한 말인 듯하다. 왜냐면 이이제이 전술은 쉽게 제압하기 힘든 강자를 제거할 때 사용하는 계책으로서 고도의 이간계이기 때문이다.

 

서한(전한) 문제 때 조착은 흉노를 이기려면 한군의 강점에다 유목민의 강점을 겸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서기 12년 왕망이 고구려를 동원해 흉노를 정벌하려 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제갈량도 고구려와 같은 유목민을 제압하는데 필수적인 전략이라고 했으며, 이 전술은 당 태종이 고구려를 멸망시킬 때 그대로 사용되었다.

 

나관중 삼국지에는 다음과 같은 6종류의 '이이제이' 전술 특성이 매우 잘 나타나고 있다.

 

⑴이미인이간지계以美人離間之計

이 계략은 미인을 이용해 두 강적을 이간질하는 것으로 '연환계連環計' 같은 의미다. 연환계마치 반지의 고리처럼 두 가지 이상의 계책으로 적들까리 묶이게 해 행동을 둔화시킨 후에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나관중 삼국지8회에 왕윤은 초선에게 이런 말을 한다.

"동탁과 여포, 이 두 놈은 천하의 호색한이니 맞불을 놓아 산불을 끄듯이 연환지계를 쓰는 것이 좋겠다. 우선 내 너를 여포에게 시집 보냈다가 후에 다시 동탁에게 바칠 터이니, 너는 이 두 부자 놈을 이간해 여포의 손으로 동탁을 죽이게 만들면 천하의 큰 악을 뿌리 뽑을 수 있다. 기울어진 사직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천하를 바로세울 수 있는 길은 오직 너의 손에 달려 있구나."

 

정사에서 초선이라는 여인은 없지만 왕윤이 여포와 동탁을 이간질한 것으로 사실이다(『위서』「여포전」). 결국 여포는 동탁의 암살에 가담하고 왕윤의 계략은 성공한다. 왕윤이 미인 초선을 이용한 이간계로써 전략적 목표를 달성한 것은 중국의 가장 고전적인 전술을 사용한 것이다. 적벽대전의 성공도 따지고 보면 이간계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⑵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

이 계략은 두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싸우게 만들어 자기들끼리 잡아먹게 하는 것이다.나관중 삼국지에서는 조조가 유비와 여포를 제거하는데 사용하였다. 당시 유비는 서주를 장악하고 있었고 조조는 이를 빼앗으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여포와 유비가 연합하려 하였다. 조조는 여포와 유비를 이간시켜 두 사람의 세력을 모두 약화시키기로 했다. 마침 유비가 황제의 조명詔命없이 서주를 다스리는 중이었기에 순욱이 조조에게 권하기를 "유비에게 서주목의 벼슬을 내리면 감격해서 받을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여포를 제압하도록 유도하면 됩니다."라고 한다. 유비는 원래 촌부라 큰 벼슬을 해본 적이 없으므로 벼슬로써 유비를 유혹하고, 유비로 하여금 여포를 제거하게 하면 둘 모두가 세력이 약화되어 조조의 밥이 된다는 계산인데, 이것이 바로 이호경식지계인 것이다.

 

이 부분과 관련된 정사의 기록을 보면 먼저『촉서』「선주전」에 "196년, 조조는 표를 올려 유비를 정동장군으로 삼고 의성정후에 봉했다. 유비와 원술이 1개월 이상 대치하는 동안 여포가 틈을 타서 하비를 습격했다."라고만 되어 있다. 그리고『위서』「무제기」는 "여포가 유비를 습격해 하비성을 빼앗자 유비가 도망쳐왔다."라고 되어 있다. 『위서』「순욱전」에는 순욱이 조조에게 여포를 공격하는 것을 자제하고 일단 재정비하면서 때를 기다리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정사에서 '이호경식지계'라는 말 자체가 나오지는 않는다.

 

⑶구호탄랑지계驅虎呑狼之計

유비가 여포를 죽이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조조는 순욱을 불러 다시 상의하는데, 이때 순욱은 조조에게 구호탄랑지계, 즉 범을 몰아 승냥이를 잡는 계책을 권고한다. 조조는 원소와 여포라는 두 강적과 중원을 다투고 있었다. 조조가 원소를 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이며, 장기적으로 유비나 원술도 우환거리였다. 특히 유비는 겉으로는 의리를 숭상하고 자기 혼자 충신인 쳬하지만 깊은 곳에서는 다른 난세의 영웅가 비교할 수 없는 역심을 가진 자이다. 유비가 외로운 범이라면, 원술은 수만의 떼거리를 거느린 승냥이라 할 수 있다. 순욱이 주장한 것은 유비를 몰아서 원술을 치게 하면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비를 끌어내 원술을 치게 하는 방법인데, 순욱이 선택한 것은 조조로 하여금 비밀리에 원술에게 사람을 보내 "유비가 원술이 점령하고 있는 남군을 공략하자는 상소문을 올렸다."고 말하게 했다. 성미 급한 원술은 노해 반드시 유비를 공격할 것이고, 이때를 놓치지 않고 조조가 황제의 명으로써 유비에게 원술을 치라고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분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유비가 황제의 명령이라면 들을 것임을 알고서 시행한 전술이었다. 그리하여 유비와 원술이 싸우자 여포가 서주를 취하게 되었고, 유비는 오갈 데없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이 부분은 정사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당시 정황은 거의 일치하지만, 당사자인 순욱이 구호탄랑지계에 대한 말을 한 적은 없었던 것이다.

 

⑷대기응양지계帶飢鷹養之計

나관중 삼국지16회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포와 조조가 대립하던 중, 조조가 여포에게 좌장군을 제수한다. 여포는 사례 사절로 부장인 진등을 보낸다. 조조는 진등을 광릉태수로 임명하면서 그를 꼬드겨 여포를 죽일 계책을 세운다. 진등이 여포에게 돌아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조승상에게 장군의 벼슬을 이야기하자 조승상이 난감해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포 장군을 기르는 것은 범을 기르는 것과 같아 고기를 배불리 주지 않으면 양이 차질 않아 사람을 문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조승상은 자기는 여포 장군을 매 기르듯 한다고 했습니다. 조승상은 '여우와 토끼를 잡자면 먼저 매의 배를 곯리면서 키워야 한다(대기응양지계). 굶주리면 사냥을 하고 배부르면 달아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누가 여우이며 토끼는 또 누구입니까?'라고 물어보니, 조승상이 설명하기를 '회남의 원술, 강동의 손책, 기주의 원소, 형양의 유표, 익주의 유, 한중의 장로 등이 모두 여우와 토끼'라고 했습니다."

 

이말을 듣자뜻밖에 여포는 조조가 자기를 알아준다고 기뻐한다. 이 이야기는 대부분 정사와 같다. 즉, 진등이 여포에게 말하기를 "제가 보기에 조조가 (여포를 대하는 것이) 매를 기르는 듯하지요. 매는 굶겨야 일을 부릴 수가 있지, 배를 채우면 달아나 버리지요."라고『위서』「여포전」에 기록되어 있다. 반면 토끼니 여우니 하는 말은 없기는 하지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군사적 대치를 보면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결국 이 일로 원술이 여포를 공격하게 된다. 이 때 진규(진등의 아버지)는 다시 원술의 진영에서 내분을 일으켜 원술의 세력을 약화시킨다(나관중 삼국지17회). 진규는 원술의 진영이 마치 '온갖 종류의 가금류가 모여 있는 것과 같아서 함께 둥지를 틀 수 없을 터'라면서 원술 휘하의 장수들 가운데 의협심이 강한 한섬과 양봉을 대의명분으로 꼬드겨서 이들로 하여금 원술을 배반하게 해 원술의 군대를 격파한다(『위서』「여포전」).


⑸굴갱대호지계堀坑待虎之計

이것은 순욱이 조조에게 추천한 계락으로서 굴을 파고 호랑이가 올 때까지 기다려 호랑이가 굴로 들어가면 사로잡는 것이다. 당시 유비는 서주를 도겸에게서 인수했는데, 이것을 빼앗긴 후 조조에게 도망간다. 조조는 유비를 이용해(즉, 굴을 파고) 여포(즉, 호랑이)를 사로잡을 계획을 세운다. 나관중 삼국지17회를 토대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서기 197년 원술이 황제를 칭하고 반란을 일으키자, 조조는 여포-유비-손책과 연합해 원술군을 공격하기 위해 출병한다. 조조는 원술을 치기 위해 좌군 지휘는 여포에게, 우군 지휘는 유비에게 각각 맡기고, 자신은 스스로 중군을 거느리고는 하후돈과 우금을 선봉장으로 삼아 공격한다. 조조의 대군이 원술을 공격한다는 말을 듣자 손책도 이에 편승해 신속히 강을 건너 회남 땅 서쪽을 공격한다. 이들 연합군은 조조의 탁월한 전략으로 원술군을 제압한 후 일단 철수한다.

 

하지만 당시 조조에게는 여포 제거가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일단 이들은 원술이라는 공동의 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연합했지만, 원술이 제거된 후에는 중원 땅에서 조조-원소-여표의 삼파전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조는 유비를 사랑하는 여포에게 '유비가 서주성은 아니라 해도 소패에는 주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설득한다. 여포는 흔쾌히 허락하고 서주로 돌아갔다.

 

여포와 손책이 떠나고 유비만 남자, 조조는 은밀히 유비를 부른다. 소패에 주둔하면서 진규와 진등 부자와 함께 여포를 제거할 기회를 잡으면 그것이 결국 유비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유혹한다. 이렇게 조조는 굴갱대호의 계책에 따라 유비에게 소패에 군사를 주둔시키라고 말한다. 이것은 장기적으로는 여포를 잡기 위한 것이다. 조조는 유비와 여포의 갈등을 잘 알고 있었고, 이 갈등이 심화될 때를 기다렸다가 두 사람 모두들 사로잡으려 한 것이다. 원래 서주 관할권을 유비가 도겸에게서 인수했는데 그것을 여포가 장악했고, 서주성에서 조금 떨어진 소패에 주둔하게 된 유비의 심경이 착잡할 것이므로, 이들의 갈등을 더욱 조장해 파국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둘 모두 격파하겠다는 것이다.

 

정사『위서』「무제기」에는 "197년 원술이 회남에서 황제를 칭하려고 여포에게 알려왔다. 여포는 그 사신을 억류한 뒤 그의 서신을 조정에 보고하자 원술이 여포를 공격했으나 패했다. 원술이 진 땅을 공격해 조조가 직접 정벌에 나서자, 원술은 군대를 버리고 일부 장수만 남긴 채 도주했다. 조조는 이들을 격파하고 모두 참수했다."라고만 되어 있다.

 

⑹점찬개서지계點竄改書之計

점찬개서지계란 편지 사이사이에 애매한 글씨를 쓰거나 글씨를 날려 써서 여러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함으로써 의심을 사게 하는 계략이다.

 

나관중 삼국지58회에는 조조가 서쪽으로 더 진출하면서 마초·한수군과 동관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면서 마초에게 쉴 새 없이 당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서량의 군사들이 좌충우돌하자 당해낼 도리가 없어 조조가 도망치는데, "붉은 도포를 입은 놈이 조조다"하면 붉은 도포를 벗어던지고, "수염이 긴 놈이 조조다"하면 수염을 자르면서 도망쳤다.

 

나관중 삼국지59회에는 다음과 같은 사건이 이어진다. 안 되겠다고 생각한 조조는 가후의 계략을 빌려서 마초와 한수를 이간질한다. 조조는 한수의 아버지와 과거 동기였는데, 이것을 빌미로 전쟁 중에 잠시 만났다. 조조는 전쟁에 관해서는 일체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냥 옛 추억을 되새기고 껄껄 웃으며 한동안 한수와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헤어진다. 그러나 이것을 안 젊은 마초는 한수를 의심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조조는 여러 사람들의 눈에 띌 정도로 많은 사자使者를 한수에게 보내는데, 마치 한수가 쓴 편지처럼 만들어 편지 사이사이에 애매한 글씨를 쓰거나 글씨에 날려 써서 보내니, 이것을 본 마초의 의심이 극에 달한다. 말 못할 대목의 글씨들을 한수가 지웠다고 의심했던 것. 그러자 한수는 "그런 소리 말게. 내가 내일 조조와 이야기해볼 테니, 그때 날 죽이든지 말든지 하게."라고 말한다. 다음날 한수가 사람을 보내어 "한수 장군이 조승상을 만나 말씀하고자 하십니다."라고 하니, 조조가 조홍을 보내어 "어제 저희 승상과 장군계서 의논하신 일에 착오가 없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엉뚱한 소리를 내뱉고 휑 돌아가버립니다. 결국 마초는 한수가 자기를 배신하고 조조 밑에서 벼슬이나 하나 얻으려 한다고 의심하면서 한수를 공격함으로써 이들 진영은 무너져버립니다. 한수는 조조에게 투항해 서량후로 봉해집니다. 

 

이 내용은 정사위서』「무제기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다만 한수가 조조에게 투항했다는 내용은 없다. 조조는 마초와 한수가 서로 의심하고 있는 틈을 노려 가볍게 무장한 부대를 보내어 슬슬 싸움을 걸어서 시간을 끌다가 정예 기병대를 전격 출동시켜 무찌른다.

 

위의 '이이제이'에 대한 6가지 전략전술에 관한 이야기들은 대체로 정사와 정사와 일치한다. 하지만 그 용어들이 사용된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따라서 나관중 삼국지가 당시 상황을 해석하고 그에 따라 재미있는 이름을 붙인 것이라 볼 수 있다(일부는 이 책 지은이 김운회가 붙였음).

 

※이 글은 김운회 지음 '삼국지 바로 읽기(2011, 도서출판 삼인)'에서 발췌한 것이다.

 

2017. 3. 11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