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나관중 삼국지" 바로 읽기 3 - 적벽대전의 허와 실 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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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중 삼국지" 바로 읽기 3 - 적벽대전의 허와 실 1

새샘 2017. 3. 19. 13:50

<적벽도, 무원직武元直, 중국 금나라 12세기 말, 50.8×136.8㎝, 두루마리에 종이 수묵, 타이페이 고궁박물관; 처: https://t1.daumcdn.net/blogfile/fs5/13_blog_2007_06_05_10_26_4664bbaddb10d<_span><_a>?x-content-disposition=inline"font-size: 14pt;">


나관중 삼국지』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적벽대전赤壁大戰(208년)일 것이다. 사악한 조조를 납작하게 만드는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통쾌함은 절정에 달한다. 적벽대전은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전쟁으로서, 수많은 노래와 시, 그림, 연극, 영화등으로 만들어졌다. 제갈량의 온갖 재주는 바로 이 적벽대전에서 발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넓은 양쯔강변에 붉은 흙으로 3미터 높이의 단을 쌓고, 오색 깃발을 날리며 저승사자처럼 검은 도포를 입은 네 명의 사내가 있다. 제갈량이 겨울바람에 산발한 머리를 휘날리며 하늘을 향해 팔 벌려  축원하는 중이다(나관중 삼국지』49회). 기이한 느낌의 이 풍경은 마치 무당 굿이나 사이비 교주의 야단법석과도 같은 느낌이다.


나관중 삼국지』에는 적벽대전의 원인과 전쟁의 진행 과정이 매우 상세히 그려져 있다. 나관중 삼국지』에서 적벽대전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 43회 제갈량 설전군유舌戰群儒 편 ― 동오로 간 제갈량은 손권의 참모들과 설절은 벌인다. 제갈량은 논리정연한 언변으로 이들을 굴복시킨다.

  · 44회 손권결계파조조孫權決計破曹操 편 ― 손권은 참모들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노숙과 주유의 의견을 좇아 조조군을 격파하기로 결정한다.

  · 45회 군영회장간중계群英會蔣幹中計 편 ― 조조가 삼강 어귀에서 수군에게 패하자 여러 참모들을 모아 대책을 묻는다. 장간이 친구인 주유를 설득해 굴복시키려고 찾아가지만 오히려 주유의 계략에 빠져 조조는 채모와 장윤을 처형한다.

 · 46회 공명차전孔明借箭 편 ―  주유가 공명을 죽이려고 화살 십만 개를 얻어오라고 한다. 제갈량은 유유히 조조에게서 화살을 얻어오고 주유는 더욱 제갈량을 경계한다.

 · 47회 감택항서闞澤降書·방통교수연환계龐統巧授連環計 편 ― 오나라의 감택이 거짓밀서를 조조에게 보내 조조를 속이고, 방통은 연환계로 조조를 속인다.

 · 48회 조조횡삭부시曹操橫槊賦詩 편 ― 조조가 방통의 계책에 따라 배를 묶어둔 후, 적벽대전을 앞두고 의기양양하게 노래 부른다.

 · 49회 제갈제풍諸葛祭風 편 ― 제갈량이 동남풍을 부른다.

 · 50회 관운장의석조조關雲長義釋曹操 편 ― 관운장이 조조를 사로잡지만 의로써 조조를 살려 보낸다.

 · 51회 공명일기주유孔明一氣周瑜, 55회 공명이기주유 孔明二氣周瑜, 56회 공명삼기주유孔明三氣周瑜 편 ― 제갈량이 주유를 세 번 기절시킨다. 결국 주유는 제갈량으로 인해 죽으면서 "왜 하늘은 주유를 세상에 나게 하고, 또 공명을 세상에 나게 했습니까?"라고 탄식한다.


이것을 보면 적벽대전이 거의 10회 이상에 걸쳐서 묘사되고 있다. 소설책 한 권 이상의 분량이다. 나관중 삼국지』의 전체 회수가 120회이니, 거의 10분의 1이다.


본격적으로 적벽대전을 분석하기 전에, 우선 위 묘사의 사실 여부를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 43회 제갈량 설전군유 편 ― 동오로 간 제갈량이 손권을 설득하긴 했지만, 손권의 참모들과 설전을 벌인 일은 없다.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창작.

 · 44회 손권결계판조조 편 ― 이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 45회 군영회장간중계 편 ― 장간이 주유에게 가서 항복을 권유하기 했으나 그것은 적벽대전 후의 일이다. 결국 사실이 아니다. 더구나 채모와 장윤이 죽은 일도 없다.삼국지집해』에 따르면, 조조는 청년기에 채모와 친했고, 조조가 형주로 들어간 뒤 채모의 집을 방문했다고 한다.

 · 46회 공명차전 편 ―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는『위략』에 "손권이 배를 타고 정찰을 나가니, 조조군이 활을 마구 쏘아 화살 무게를 인해 배가 기우뚱했다. 배를 반대로 돌려 화살을 맞으니 배가 안정되어 물러날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제갈량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얘기다.

 · 47회 감택항서·방통교수연환계 편 ― 황개가 투항 의사를 밝힌 사자를 보낸 일은 있지만 그 사자가 감택이라는 기록은 없다. 더구나 방통과 적벽대전은 아무 상관이 없다.

 · 48회 조조횡삭부시 편 ― 역사적 사실이 아닌 창작된 내용

 · 49회 제갈제풍 편 ― 역사적 사실이 아닌 창작된 내용

 · 50회 관운장의석조조 편 ―  역사적 사실이 아닌 창작된 내용

 · 51회 공명일기주유, 55회 공명이기주유, 56회 공명삼기주유 편 ― 역사적 사실이 아닌 창작된 내용


이상과 같이 적벽대전과 관련된나관중 삼국지』의 내용은 90% 이상이 역사적 사실과는 관계가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를 앞으로 살펴볼 것이다.


※이 글은 김운회 지음 '삼국지 바로 읽기(2011, 도서출판 삼인)'에서 발췌한 것이다.


2017. 3. 19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