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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샘(淸泉)
오주석의 민화 "까치호랑이" 해설 본문
우리 조상들의 민화民畵는 일자무식인 환쟁이의 그림이다.
즉 그림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환쟁이가 그렸으니, 해부학적으로는 물론 엉망진창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위 그림 <까치호랑이> 민화에서 보듯이 그 느낌이 아주 정답고,
줄무늬는 활기차게 굽이치며 반복적으로 그려졌다.
율동감 넘치고 활달한 느낌은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마치 고구려 무용총舞踊塚 벽화 <수렵도>의 출렁이는 산세山勢 표현을 닮았다.
참으로 묘하지 않은가!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모방한다는 말처럼,
우리 역사의 유년기인 고대 그림에 보이는 순수하고 발랄한 기운을,
저 혼자 배운 환쟁이들의 민화 속에서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그림을 감상하는 기준으로 벌써 1500년 전부터 전해오는 여섯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기운생동氣韻生動이다.
그림의 '기氣가 잘 조화되어 있어서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는 말인데,
위의 <까치호랑이> 민화에서 그런 기운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민화 <까치호랑이>는 88올림픽 때 상징으로 썼던 마스코트의 원형인데,
여기서 호랑이는 산신령의 심부름꾼이고, 까치는 그 말씀을 전해주는 전령이라고 한다.
옛 사람들은 호랑이가 무섭기 때문에 호축삼재虎逐三災라고 해서,
삼재를 쫓기 위해, 정초에 새 해가 뜨면 이런 호랑이 그림을 그려 대문 위에 붙였다.
아래쪽인 집주인 오래 살라고 영지 버섯까지 그려넣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뿔뚝거리는 기질이 있다.
그래서 까치호랑이 그림이라해도 제각기 다 다르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발달한 목판화 문화를 갖고 있음에도 목판화로 찍어 낸 것은 극히 적고,
거의 붓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이렇게 다른 <까치호랑이> 민화를 그려 냈던 것이다.(아래 그림)
반면 우리와 달리 규칙을 잘 따르는 일본인들은 우키요에(부세화浮世畵)라는 채색 판화를 많이 걸어 놓았다.
위 민화의 호랑이는 보디빌딩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사람도 대개 몸집 좋은 이들 중에 오히려 유순한 성품의 사람이 많듯이
얼굴 표정이 상당히 멍청하게 보인다. 게다가 귀가 너덜너덜해서 어벙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호랑이에 비하면 까치는 부리며 깃이며 온통 뾰족뾰족하게 그려진 데다 눈은 또 또랑또랑 해서,
마치 "너 지금 몇 번 얘기해 줘도 못 알아듣는 거냐?"하고 야단치는 것 같다.
그리고 마치 어린이들 그림에서 여백 없이 공간을 꽉 채우듯이, 화가는 화폭을 가득 메워 그렸다.
이런 순진한 그림에서는 해부학적으로 맞느냐 안 맞느냐가 중요한 점이 아니고,
그림에 생기가 있는가 없는가? 즉, 그림이 통째로 살아 있는가 아닌가 하는 점이 초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멋진 민화를 그린 환쟁이가 현대에 태어났다면 틀림없이 훌륭한 예술가가 되었을 것이다.
또 다른 까치호랑이를 보자(아래 그림).
조선 민화에 보이는 것은 모두 해학이다!
이 그림은 아예 설명조차 필요 없다.
눈이 사팔뜨기로 요리 삐뚤 조리 삐뚤 아주 귀엽게 생겼다.
더군다나 문양이 순 엉터리다. 아예 줄 호랑이와 점박이 호랑이를 섞어 짬뽕을 만들어 놨다.
이 귀여운 발을 좀 보자. 발톱이 아예 보이지 않고 완전히 식빵이 되어 버렸다.
이런 발을 쳐들어 뺨을 한 대 딱 치면, 맞는 사람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질 것도 같다.
이 화가, 원래 장난기가 많다.
꼬랑지도 보면, 두 다리 사이로 꼬물꼬물 끼워 넣어서는 끝에 가서 싹 꼬부려 낸 꼴을 보라.
까치는 아랫배가 나와 여기선 또 펭귄이 되어버렸다.
배운 게 없는 사람이 제멋대로 그려 낸 것이라서 나무 둥치는 올라갈수록 굵어지고,
나뉜 가지는 입체감이 전혀 없고 막말로 개판인데,
아래쪽 나뭇가지 벌어진 곳은 아예 삼각형이 되었다.
하지만 재미있지 않은가!
이 그림 보고 싫다고 할 사람 있을까?
이게 바로 민화다!
민화라는 것은 이를테면 뭐냐 하면, 정통 회화가 제대로 공부 많이 한 사람의 그림이라면,
이것은 마치 착한 동네 슈퍼 아저씨 같은 그림이다.
많이 배운 것은 없지만 인간적으로 사람이 참 따뜻하고 좋아서,
퇴근 후 피곤할 때 그 양반하고 그냥 객쩍은 소리나 하면서 막걸리 한 잔 나누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그런 식의 아름다움이 우리 민화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오주석 지음,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2017, 푸른역사)에 실린 글을 발췌하여 옮긴 것이다.
2019. 5. 13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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