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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증인이 된 유령

새샘 2020. 3. 26. 18:28

<그린브라이어 유령[출처 - https://www.onlyinyourstate.com/west-virginia/the-greenbrier-ghost-zona-heaster-shue-wv/]>

1897년 1월 23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그린브라이어 Greenbrier라는 작은 마을에서 한 소년이

조나 히스터 슈 Zona Heaster Shue라는 여성의 시체를 발견해 즉시 주변에 알렸다.

 

한 시간 뒤 의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남편이 죽은 아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이례적으로 아내의 시신에 목이 가려지는 수의를 입히고[마을 여인들이 수의를 입히는 게 마을 전통]

얼굴에는 베일을 씌운 채로 시신을 끌어안고 통곡했다.

 

의사는 남편의 슬픔을 고려하여 간단한 검사만 실시하여 시신의 목에 약간의 타박상을 확인했다.

의사가 시신을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보려 하자 남편은 의사를 거칠게 밀어내면서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아내의 몸에 손댈 수 없다고 말했다.

 

아내가 아끼는 물건이었다면서 시신에 숄을 두르고 보닛을 씌워 놓은 다음

장례를 치를 때까지 아무도 관 속 시체에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사람들은 모두 그의 이상한 행동이 아내를 잃은 슬픔 때문이라고 여겼지만,

조나의 어머니 메리 제인 히스터만은 예외였다.

그녀는 사위가 딸을 살해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조나 어머니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매일 밤 잠들기 전 딸의 혼령과 접속을 시도했다.

장례를 치른 지 4주가 지난 어느 날 밤,

조나의 유령이 어머니 앞에 나타나 남편 에드워드가 자신의 목뼈를 부러뜨렸다고 말한다.

 

시체의 목이 비틀려 있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에드워드가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는 것이다.

 

조나 어머니는 바로 검사를 찾아가 사건 수사를 요청했다.

당시 시신 확인 의사한테서 남편의 제지 때문에 제대로 검시를 할 수 없었다는 얘기를 들은

검사는 바로 유해 발굴을 지시했다.

 

드디어 부검을 통해 시신의 목뼈에 충격이 가해져 고개가 한쪽으로 꺾여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남편인 에드워드가 즉각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증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조나 어머니는

차마 자신이 딸의 유령과 얘기를 나누었다는 사실은 입 밖에 내지 못했다.

 

그런데 남편의 변호인 측에서 먼저 이 재판의 유일한 증언은

저승에서 온 희생자인 조나의 증언이라고 말했다.

고발인을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작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변호인의 의도와 달리 배심원들은

희생자의 어머니를 정신병자로 여기기는커녕 그녀의 주장을 수긍했다.

 

결국 남편 에드워드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감된 지 3개월 만에 원인 모를 고열에 시달리다 독방에서 혼자 숨을 거뒀다.

 

웨스트버지니아 주는 이 마을의 공동묘지를 주립사적지로 지정하면서 1981년 다음과 같은 안내판을 세웠다.

 

<여기 조나 히스터 슈가 담들다.

1897년 세상을 떠난 그녀의 죽음은 그녀의 혼령이 어머니를 찾아가

남편인 아내워드가 어떻게 자신을 살해했는지 알려 주기 전까지는 자연사로 알려져 있었다.

발굴된 시체의 부검 결과는 유령의 진술 그대로였다.

결국 남편 에드워드는 살인죄를 선고 받고 주립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유령의 증언이 살인자의 유죄를 입증한 것은 이 사례가 유일하다.>

 

※이 글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죽음 1'(열린책들, 2019)에 실린 글을 옮긴 것이며,

Wikipedia 'Greenbrier Ghost'를 참고하여 새샘이 수정·보완하였다.

 

2020. 3. 26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