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뉴욕타임즈가 밝힌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의 미 FDA 승인 뒷얘기 본문
미국 식품의약국 USFDA은 2020년 5월 1일(현지 시각)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 Gilead Sciences가 개발한 렘데시비르 remdesivir를 코로나19[COVID-19] 치료제로 긴급 승인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전격적 승인의 뒷얘기를 미국 신문 뉴욕타임즈[NYT]가 발표 당일 '어떻게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환자의 새 희망으로 부활했는가 How Remdesivir, New Hope for Covid-19 Patients, Was Resurrected'란 제목의 기사로 다음 내용을 실었다.
간염바이러스와 일반 호흡기 바이러스를 동시 치료하는 항바이러스 약물로 개발된 렘데시비르는 개발된 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다른 수천 가지 약물과 같이 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었다.
즉 렘데시비르는 폐기용 약물 목록에 올라 있었고, 한때 이 약을 옹호했던 과학자들조차도 그 존재를 거의 잊고 있었다.
이런 처지에 놓여 있던 렘데시비르를 미 식품의약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질병인 코로나19를 앓고 있는 환자 치료제로 긴급 승인한 것이다.
이렇게 렘데시비르가 구출되고 변모한 것은 약물 개발에 투자된 연방 기금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과학자들은 뚜렷한 재정 편익 없이도 성과가 불분명한 기초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
렘데시비르 개발은 거의 전적으로 연방정부 연구비로 수행되었다.
반더빌트대학교 Vanderbilt University의 마크 데니슨 Mark Denison 박사는 렘데시비르 잠재력을 발견했던 몇 안되는 연구자 중 한 사람이다.
데니슨 박사는 25년 전부터 코로나바이러스 연구를 시작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에 주목하는 과학자가 거의 없었던 당시 과학자로서 단지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된 후 어떻게 되는 지 알고 싶었을 뿐이라고 회상하면서, "당시 우리는 생물 관점에만 흥미를 가졌으며, 치료약 관점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데니슨 박사를 비롯한 코로나바이러스에 관심을 가졌던 과학자 중 어느 누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25만 명에 달하는 목숨을 빼앗는 전염병을 일으킬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방정부의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어느 정도 증명한 다음, 미 식품의약국은 응급 사용 조항에 따라 렘데시비르를 긴급 승인하였던 것이다.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병 연구소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NIAID) 후원으로 1천 명 이상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임상시험 결과 렘데시비르 투여 환자의 완치 기간은 11일인 반면 속임약[헛약] placebo 투여 환자의 완치 기간은 15일이었다.
하지만 렘데시비르 투여로 치사율을 줄이지는 못했으며, 1차 임상시험의 성공 판정은 단순히 완치 기간 측면에서만 이뤄진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긴급 승인 전날 뉴욕타임즈가 접촉했던 전문가 6명은 긴급 승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IAID는 재검토를 촉구하는 생물통계학자들은 임상시험 자료를 보지 않았으며 임상시험의 특별한 결과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NIAID 소장은 임상시험 결과가 매우 중요한 증거이긴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렘데시비르는 현재 중증환자에게만 일시적으로 사용하도록 승인되었으며, 앞으로 공식 승인이 뒤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환자실 근무 의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환자 목숨을 빼앗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죽이는 중요한 새로운 무기로서 렘데시비르를 받아들였다.
매사추세츠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University of Massachusetts Medical School 의학과 학과장 로버트 핀버그 Robert Finberg 박사는 "렘데시비르 긴급 승인은 위대한 첫 걸음"이라고 했다.
길리어스 사이언스가 제조한 렘데시비르의 개발 초창기 역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은 렘데시비르가 희망적인 약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과학자들이 한때 바이러스가 이론적으로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RNA를 갖고 있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많은 바이러스들이 RNA를 유전물질로 갖고 있어 연속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이것이 해마다 독감 바이러스가 변하는 이유다.
반면 코로나바이러스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코로나바이러스의 돌연변이율은 다른 RNA 바이러스의 20분 1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가 R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교정 proofreading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래서 데니슨 박사 팀은 약물을 처리하여 교정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도록 속이면 RNA 복제가 중단될 것이므로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이 조기에 끝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데니슨 박사가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보유한 이런 효능을 가진 수십 개의 약물에 대한 실험 끝에 찾아낸 가장 효과가 좋았던 화합물 GS-5734가 바로 렘데시비르였다.
데니슨 박사는 이 약물을 '터미네이터 Terminator'라고 즐겨 부른다고 말했다.
데니슨 박사는 자신들이 찾고 있던 약물 즉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진 강력한 RNA 보호 시스템을 그냥 지나쳐버리도록 속이는 바로 그 약물인 렘데시비르를 찾아낸 것이다.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 RNA 사슬 복제가 조기에 종결되어 RNA 사슬 길이가 짧아짐으로써 바이러스가 죽게 만든 것이었다.
데니슨 박사의 실험에서 렘데시비르는 알려진 모든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였다.
그리고 다른 대학 연구팀은 동물에 감염된 코로나바이러스도 죽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쥐를 이용한 이 실험에서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사스 SARS와 메르스 MERS 코로나바이러스도 죽였다.
그러나 렘데시비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간염바이러스와 아프리카 에볼라바이러스 등을 비롯한 수많은 바이러스 임상시험에서는 실패를 거듭했다.
그 결과 렘데시비르는 그 명성이 시들해지면서 지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전까지 어떤 용도의 치료제로도 승인받지 못했던 것이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가 범유행병[팬데믹] pandemic으로 확산되자 많은 과학자들은 렘데시비르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동물 실험을 거쳤으며 사람에게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연구 목적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렘데시비르를 제한 없이 환자에게 투여하기 시작했다.
그 후 치료제로 사용했다는 얘기가 수요를 부채질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일부 연구를 후원하면서 의사들에게 수백 명의 치료용 렘데시비르를 무료로 제공하였는데, 이는 환자 치료용으로 승인받지 않은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 사항 중 그 어떤 것도 렘데시비르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입증해 주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연방정부가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속임약을 투여한 환자에 비해 렘데시비르 투여 환자는 어느 정도의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이 전부다.
입원 환자의 경우 약물 치료로 어느 정도의 효과만 보여도 놀랄만한 사건이었다고 미시건대학교 University of Michigan 유행병학자[역학자]인 아놀드 몬토 Arnold Monto 박사는 말했다.
몬토 박사는 연방정부의 임상시험에서 환자들이 그 어떤 치료 효과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던 것이다.
입원환자들은 중증이었는데, 흔히들 중증환자는 바이러스 감염이 그 원인이 아니라 면역계의 과잉반응이 그 원인이기 때문이다.
('타미플루 Tamiflu가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듣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라고 덧붙였다.)
몬토 박사는 "하느님 고맙습니다. 이제 우리는 뭔가를 갖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렘데시비르의 약효를 믿는 것은 아니다.
이번 주 국제의학학술지 랜싯 Lancet에 발표된 중국의 한 연구에서 중증환자에 대한 렘데시비르 투약은 아무런 소득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NIAID의 임상시험 자료를 보고 싶어하는데, NIAID는 여태까지 임상시험 결과만 발표했을 뿐이다.
이런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길리어드 사는 렘데시비르 생산량을 늘려서 현재 약 15만 명의 환자에게 투여하는데 충분한 양인 150만 바이알 vial을 보유하고 있다.
이 약은 무상으로 환자에게 제공될 것이라고 길리어스 사의 최고경영자 chief executive 다니엘 오데이 Daniel O'Day가 밝혔다.
렘데시비르가 공식 승인됨에 따라 길리어드가 앞으로 약값을 받을 것인지 의논한 바 없다고 오데이가 말했지만, 렘데시비르가 연방정부 연구비로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약값이 쌀 것 같지는 않다.
그는 "길리어드 사가 이 약을 발견하고 개발했다"고 말하고, "우리는 줄곧 이 약에 관여해왔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납세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렘데시비르 약값 책정은 연방정부의 연구비 투자액뿐만 아니라 그 투자가 위험한 단계였다는 것까지도 반영되어야 한다"고 약값 책정을 연구하는 하버드대학교 Havravd University 의과대학 아론 케셀하임 Aaron Kesselheim 교수가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길리어드 사가 렘데시비르에 대한 보상을 독차지하려 한다면 그건 불공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출처: The New York Times, May 1, 2020 기사, 'How Remdesivir, New Hope for Covid-19 Patients, Was Resurrected'
참고자료: 글로벌이코노믹 2020. 5. 4 기사 '렘데시비르 FDA 승인 비화...'
2020. 5. 5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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