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홍익인간이란 '널리 무리를 더하다'란 새로운 해석 본문
《삼국유사》의 단군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란 말은 지금까지 '널리 인간을 이롭게하다'란 뜻으로 배웠고 또 그렇게 알고 있다.
이런 종래의 해석이 잘못되었으므로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다음과 같은 주장이 제기되었다.
1. 홍익인간의 글자별 품사론 의미
(1)홍弘
-자동사로 '넓다', 타동사로 '넓히다', 형용사로 '크다, 뛰어나다'란 뜻[보기: 이무홍대以武弘大=군대 위세가 넓고 크다, 홍문관弘文館=문文을 넓히는 관청, 홍모弘謨=큰 꾀, 홍묘弘妙=뛰어나게 오묘함]
-부사로 '널리'란 뜻[보기: 홍보弘報=널리 알림, 홍제弘濟=널리 구함, 홍선弘宣=널리 펴서 밝게 함]
(2)익益
-타동사로 '더하다', 명사로 '증가, 이익', 부사로 '차츰, 조금씩'이란 뜻[보기: 다다익선多多益善=더할수록 좋다(한신이 한고조 유방에게 한 말), 익조益鳥=유익한 새, 이익利益=이로움의 증가, 고난익망故亂益亡=어지러움으로 인해 차츰 망해감]
-益 자는 3세기 초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승상 이사를 시켜 주나라 때 사주史籒가 만든 대전大篆의 글씨체를 간략하게 만든 소전小篆에 나오는 글자
-글자형은 그릇[명皿]에 물[수水]을 더한다는 의미로써 그릇의 물이 넘쳐흐르는 모양을 나타냄으로써 넘친다는 뜻을 포괄적으로 나타냄.
-역易에서는 위를 덜고 아래를 더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손상진하巽上震下'의 괘
(3)인간人間
-명사로 '사회, 사람, 무리[다인多人]'란 뜻
2. 홍익인간의 단어 구성에 따른 올바른 해석과 시대적 상황
-한자는 중국 상商나라시대에 쓰였다고 추정되는 갑골문자에서 그 유래가 보이며, 주周나라시대에 이르러서는 약 1만 자가 만들어졌다고 함.
-사물을 표현하고자 부단히 새 글자를 만들었을 초기에는 하나의 글자에 하나의 뜻을 부여했을 것임.
-'홍익인간'이란 단어에서 가장 중요한 글자는 '익益' 자
*종래 해석의 '이롭게 하다'란 뜻으로 쓰인 예는 역대 문헌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사어死語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이 글자에 이런 뜻이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
-홍弘 자와 함께 한 낱말을 이룬 '홍익弘益'은 3가지 뜻으로 해석 가능: '이익을 넓히다', '큰 이익', '널리 무엇무엇을 더하다'[보기: '홍익회弘益會'에서 '익'은 명사 '이익'이란 뜻으로 '이익을 넓히는 모임'이란 말이며, 널리 이롭게 하는 모임은 결코 아님]
-'이롭게 하다'란 뜻의 '이利' 자는 홍익인간이란 단어가 등장하기 이전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라고 할 때 '홍리인간弘利人間'이라 쓰지 않고 '더하다'란 뜻의 '익益' 자를 써서 '홍익인간'이라 썼다는 사실
-단군세기檀君世紀에 나오는 '홍도익중弘道益衆'이란 말은 '널리 도를 알려 무리를 더함'이란 뜻으로, '익益' 자는 '더하다'는 뜻이며, 홍도익중이란 말은 단군교 계통 종단인 단단학회檀檀學會의 단학 강령에도 들어 있음.
-'더하다'는 뜻을 가진 '익益' 자를 넣어 홍익인간이라 한 것은 손상진하巽上震下의 괘에 포함된 비밀스러운 깊은 뜻이 있음.
위쪽을 덜어내고 아래쪽을 더한다는 괘의 뜻은 환웅이 무리를 이끌고 북쪽에서 남하했다는 추정과 잘 어울림.
북쪽 지방 인구가 늘어나 식량이 부족해졌을 무렵 일부가 미개척지인 남쪽으로 이주하여 토착민과 더불어 살아감으로써 북쪽 무리가 줄어든 반면 남쪽 무리는 늘어났기 때문에 이 경우 더할 '익益' 자가 가장 적절하게 쓰일 수 있는 글자임.
-강한 세력을 가지고 남하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 집단의 지배자는 점점 그 강역을 넓혀가고자 했으므로 무리 수를 자꾸 더하고 늘려가야 하는 과제가 있음.
-인간의 수 즉 무리를 더해나가야 하는 이유는 생존의 기본 요건인 먹거리를 더 많이 얻는 목적과 더불어 보다 다양한 기술을 가진 개개인이 무리에 포함됨으로써 공동체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때문
-당시 무리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은 바로 무리를 이룬 사람의 수
3. 문헌에 나타나는 홍익인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적용
(1)삼국유사 고기古記 인용문
'부지자의하시삼위택박가홍익인간 父知子意下視三危太白可弘益人間'
'아버지가 자식의 뜻을 알아차려 아래로 삼위산과 태백산을 살펴보니 널리 무리를 더할 만한지라'
(2)제왕운기 고기 인용문
'하지삼위태백홍익인간여 下至三危太白弘益人間歟'
'아래로 삼위산과 태백산에 다다른다면 널리 무리를 늘려나갈 수 있겠구나'
(3)신라 승려 안함로의 삼성기
'지천부인주오사재세이화홍익인간 持天符印主五事在世理化弘益人間'
'천부인을 지니고 오사[곡식‧생명‧치병‧형벌‧도덕]를 주관하며 세상 만물의 이치를 가르치고 교화하면서 차츰 무리를 더해 나갔다'
(4)신라 승려 안함로의 삼성기
'환국지말안파견하시삼위택백개가이홍익인간 桓國之末安巴堅下視三危太白皆可以弘益人間'
'환나라 말기에 안파견이 아래로 삼위산과 태백산을 내려다보며 널리 무리를 더해 늘려가는 것이 가능하겠구나'
(5)단군세기
'대천신이왕천하홍도익중무일인실성 代天神而王天下弘道益衆無一人失性'
'천신을 대신하는 천하의 왕으로서 도를 넓히고 무리를 더해 한 사람이라도 성품을 잃는 일이 없게 하고'
(6)태백일사 신시본기
'안파견편시금악삼위택백이태백가이홍익인간 安巴堅遍視金岳三危太白而太白可以弘益人間'
'안파견이 금악‧삼위‧태백 지역을 두루 살피더니 태백 지역으로써 널리 무리를 더할 만한지라'
(7)태백일사 삼한관경본기 마한세가
'기문왈일신강충성통광명재세리화홍익인간 其文曰一神降衷性通光明在世理化弘益人間'
'그 글에 이르기를 하나의 신이 정성스러운 마음속으로 내려 본래 성품이 광명에 통하니 세상에 있는 만물 이치를 가르치고 교화하며 점차 무리를 더해나갔다'
(8)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
'홍익인간자천제지소이수환웅야 弘益人間者天帝之所而授桓雄也 … 재세이화홍익인간자신시지소이전단군조선야 在世理化弘益人間者神市之所以傳檀君朝鮮也'
'널리 인간을 늘려야하는 천제의 소임을 환웅에게 내려준 것이니라…세상 만물의 이치을 가르치고 교화하며 널리 무리를 더해나가야 하는 신시의 소임을 단군조선에 전한 것이니라'
(9)태백일사 고구려국본기
'을지문덕왈 乙支文德曰 … 요재일구념표재세이화정수경도홍익인간야 要在日求念標在世理化靜修境途弘益人間也'
'을지문덕이 말하기를…그 요체는 세상 만물의 이치를 가르치고 교화하고자하는 마음 표시를 날마다 구하는 데 있으며 조용히 터의 경계와 길을 다져 점차 무리를 더하는 데 있다'
3. 홍익인간의 올바른 해석
-고대 사서들을 해석·해독하여 현대 언어로서 당시 역사적 사실을 기술해놓은 일련의 역사책을 들여다보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탈기·폄하해놓은 정도가 우리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도 그런 오류를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이유는 오랫동안 고식적인 틀에 갇혀 수험적 지식으로만 역사를 가르치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홍익인간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고조선이 아니라 그로부터 더 오래 전이었다.
환웅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려고 하자 무리 일부를 떼어주면서 환인이 그에게 전한 말인 것이다.
다시 말해 홍익인간은 환인에게서 비롯되어 환웅 무리로 이어진 다음 단군조선의 건국이념으로 귀착된 말이므로, 이 개념은 환웅 집단의 실체와 더 거슬러 올라가 환인 무리까지도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어떤 신화를 말할 때는 먼저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글귀를 당시 시대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해석해야 한다.
그 시대적 배경이라 함은 언어학·지질학·인류학·종교학·유전학·문화사학 측면 등 여러 방계 학문에서 총체적으로 유추해내는 정황이어야 한다.
홍익인간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다'라고 풀이해 온 종래 해석은 고대 인류사회의 시대적 배경을 간과한 데서 기인하는 잘못이다.
그것은 또 엄정한 학문적 의도가 아니라 애국적 편의가 개입된 상황에서 논리 전개의 황홀감에 빠져든 탓에 비롯된 중대한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어떤 현실적인 진실을 포함하지 않는 신화는 없다.
한자의 품사론 의미, 문헌의 문맥, 당시 인류사 정황 등을 살펴볼 때, 홍익인간弘益人間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다'란 뜻이 아니라 '널리 무리를 더하다' '사람 수를 점차 늘려가다'라고 풀이해야 그 당위성이 명확해 진다.
※이 글은 하용준이 지은 소설 '유기留記 하下-제국의 비밀'에 실린 글을 옮긴 것이다.
하용준 작가는 대학원에서 불교사학을 전공했으며, 역사연구모임 등을 통해 우리 역사 연구에 대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사학자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 인용된 홍익인간 관련 문구는 삼국유사와 제왕운기를 제외하고는 현 사학자들이 위서인 것으로 평가하는 단군고기에 실린 것이기는 하지만 그 해석은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글을 학술지가 아닌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설을 통해 알린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2020. 5. 18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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