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노스탤지어의 오류 본문

글과 그림

노스탤지어의 오류

새샘 2020. 12. 11. 20:16

<'강력하게 뿌리 내린 노스탤지어의 힘'이란 로고를 가진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Stragner Things 시즌 3' 포스터(사진 출처-https://brunch.co.kr/@moviehouse/270)>

 

"그래도 옛날이 좋았어!"

이 말은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며 향수鄕愁 nostalgia에 젖는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뱉는 말이다.

 

하지만 아래에서 예로 드는 몇 가지 사실만 봐도 옛날이 좋았다는 말에는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근거 없이 옛날이 좋았다고 심심찮게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노스탤지어의 오류 the Error of Nostalgia'란 말이 생겨난 것이다. 

 

평균 수명이 처음 수치화돼 알려진 것은 1740년부터다.

1740년 당시 프랑스의 평균 수명은 25세였다.

이 수치는 1900년에 50세, 2000년에 80세로 계속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채 3백 년도 안 되는 기간에 평균 수명이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한편 유아 사망률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1740년 프랑스의 영아 넷 중 하나는 한 살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셋 중 하나는 열다섯 살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식 중에 누가 살아남을지 알 수 없었던 부모들은 자식에게 애정을 쏟지 않았고, 아이들을 유모에게 맡겨 키웠다.

 

운 좋게 살아남은 아이들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던 의학의 혜택을 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900년까지만 해도 작은 외과 수술은 날이 잘 드는 면도칼과 가위를 가지고 있던 이발사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수술 도구는 깨끗하지도 소독이 돼 있지도 않아, 약간만 감염이 있어도 괴저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 환자의 사지를 절단해야 했다.

큰 수술은 이발사가 아니라 톱을 잘 사용하는 푸주한과 목수가 맡아서 했다.

 

치과 시술도 마찬가지로서, 상한 이는 무조건, 더군다나 마취 없이 집게로 뽑아냈다.

시장 바닥에서 이런 치과 시술이 행해지면 사람들이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곤 했다.

 

옛날에는 상수도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들이 자주, 아니 전혀 씻지 않았다.

 

길거리에 가로등이 없어 밤에는 어둠 속을 걸어 다녔다.

그러다 보니 강도를 만나기 일쑤였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어둠이 내리면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 실업 상태에 있단 군인들이 강도로 변해 수시로 출몰했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도 무척 위험했다.

 

식품도 오늘날만큼 다양하거나 위생적이지 않았다.

냉장고가 없다 보니 고기를 보관할 방법이 염장밖에 없었다.

따라서 과다한 소금 섭취 때문에 소화기 계통의 질환이 쉽게 발생했다.

매독 같은 성병도 흔하던 때였다.

 

걱정스러운 뉴스가 넘쳐 나는 세상을 사는 것 같지만,

오늘날 기근과 전염병, 전쟁으로 인해 죽는 사람의 숫자는 예전보다 획기적으로 줄어든 게 사실이다.

 

살인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폭력도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가령 프랑스의 경우 살인 범죄 발생률이 지난 20년간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보의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마치 폭력이 증가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뉴스를 보고 우리 시대를 이해하겠다는 생각은 파리를 알기 위해 병원 응급실에 가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출처: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기억 2'(열린책들, 2020).

 

2020. 12. 11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