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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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 효과

새샘 2020. 12. 5. 17:59

 
'잔상효과 persistence of vision'란  우리 눈이 어떤 것을 보고난 다음 시선을 떼면 이미지는 사라지지만
약 1/10초 동안 여전히 그 이미지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시각적으로 한번 본 것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뇌 속에 남아 있는 현상이다.
 
바로 이 잔상효과를 이용한 것이 영화다.
영화는 연속적 정지 사진(프레임 frame)들의 모음으로서,
스크린에 프레임들이 연속적으로 영사되면 관객들이 느끼는 잔상효과로 인해 영상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래서 영화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활동사진 motion picture이라 불렀던 것.
 
영화는 현재 1초 당 24개의 프레임이 연속적으로 영사되어 우리 눈은 정지화면을 움직임으로 받아들인다.
초창기 무성 영화는 1초 당 16개 프레임 이상, 유성 영화는 1초 당 24개 프레임이었다.
이것은 25번째 이미지부터는 잔상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우리는 그 이미지를 기억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이 잔상효과를 이용하여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카드 마술을 부릴 수 있다.
 
1) 가방에서 카드 세트를 하나 꺼내어 상대방 눈 높이로 들어 올려 보여준다.
 
2 ) 상대방에게  "눈앞으로 이 카드들이 재빨리 지나가는 동안 마음속으로 하나를 골라요"라고 말한다.
 
3) 오른손에 카드 뭉치를 쥐고 왼손 엄지로 카드 52장을 3초 만에 비틀 듯이 펼치기 시작한다.
 
4)상대방에게 "하나 골랐어요?"라고 묻는다.


5) 상대방이 대답하면 마술사는 잠시 눈을 감은 다음 눈을 뜨고서 상대방 눈을 응시한다.
 
6) 먼저 이렇게 말한다. "일단 빨간색인 건 확실해요."
 
7) 상대방이 그렇다고 대답하면, "감정과 관계 있는 거, 하트예요"라고 말한다.
 
8)세 번째로 "숫자가 아니고 그림이예요"라고 말한다.
 
9)"왕관을 쓴 여자, 하트 퀸이에요"라고 마지막으로 정답을 말한다.
 
상대방이 어떻게 맞쳤는지 물으면 이렇게 말해준다.
 
사실 내가 당신 무의식에 들어가 그 카드를 심어 놨어요.
당신은 그 카드를 고른다고 믿었지만 실제론 당신이 고른 게 아니라는 뜻이죠.
마술 용어로는 이런 걸 잔상효과를 이용한 '강요된 선택'이라고 하죠.
우리의 잔상효과는 1초 당 최대 24장까지 이미지를 기억할 수 있죠.
 
52장의 카드 중에 하트 퀸만 3장이 들었어요.
이걸 나누어서 배치해 두었죠.
엄지손가락으로 플립 효과를 내면서 52장의 카드로 일종의 짧은 영화를 만들었어요.
당신은 세 번이나 똑 같은 이미지 즉 하트 퀸을 봤기 때문에 그게 다른 카드들보다 당신 잔상에 더 오래 남아 있었던 거죠.
 
그래서 당신의 무의식은 그걸 자유의지로 선택했다고 믿은 거고요.
하지만 당신 입에서 나올 말을 골라 놓은 사람은 바로 나죠.
 
※출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기억 1'(열린책들, 2020)
2. https://www.ondolnews.com/mobile/article.html?no=1018  
 
2020. 12. 5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