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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현동자 안견 "몽유도원도"

새샘 2020. 12. 3. 19:35

안견, 몽유도원도, 1447년, 두루말이 비단에 담채, 38.7×106.5㎝, 일본 덴리(천리天理)대학교 중앙도서관

 

조선 초기 그림 중 감상화로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그 제일 첫 째는 말할 것도 없이 현동자玄洞子 안견安堅(1400?~1479?)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이다.

그림은 꽤 커서, 세로 38.7㎝, 가로 106.5㎝로 견본絹本[명주실로 바탕을 조금 거칠게 짠 비단인 깁에 그린 그림]인데, 비교적 보관이 잘 되어 깨끗하다.

단지 복숭아꽃[도화桃花]의 노란색을 금니金泥[아교로 개어 만든 금박 가루]로 했었는데 그것이 조금 떨어진 정도로 아주 깨끗하다.

 

<몽유도원도>를 그리게 된 계기는 안평대군 이용李瑢(1418~1453)의 꿈에 있다.

세종 때인 1447년 안평대군이 만 29세일 때의 일인데, 이 해 4월 20일날 꿈을 꾸었는데 꿈에 도원경桃源境[이 세상이 아닌 무릉도원처럼 아름다운 경지]을 봤다는 것을 안평대군 자신의 명필로 이 그림의 제기題記[그림 제목]에 적었다.

그 꿈 내용을 안견에게 그리게 하여 사흘 동안 안견이 그려 완성했다는 것이다.

걸작인 점에 비해서 빨리 완성해 낸 것이다.

아주 익숙했던 모양이다.

 

<몽유도원도>아주 섬세하면서도 동시에 웅장하다.

이 그림의 특징을 살펴보자.

안평대군이 꾼 꿈 이야기에는 사람들이 꽤 나온다.

길 안내해 준 산관야복山冠野服[자연에 은거한 사람의 옷차림]을 입었다고 하는 노인 이야기도 나오고, 자신이 박팽년과 같이 갔다는 이야기며, 도원에 가서 최항, 신숙주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림에는 사람이 일체 안 나온다.

틀림없이 그 글을 보고 그대로 그리라고 했을 텐데 사람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안평대군의 의사일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왜 그랬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또한 몽유도원도의 도원이라고 하는 곳은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와 있는 식으로 동네가 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살고, 농부가 있고, 새가 있고, 닭이 있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림에는 그런 광경이 일체 나타나지 않는다.

아무 것도 없고, 집만 있고, 배 한 척만 있다.

그것도 아마 안평대군이 봤다는 것을 그대로 재현하라고 한 걸 게다.

따라서 꿈의 원 동기는 <도화원기>에 있었을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꿈에 보인 것을 그대로 그렸던 것 같다.

 

그러면 <몽유도원도>의 그림으로서의 됨됨이도 그림으로서의 구상도 안평대군의 꿈에 의한 것이었을까?

꿈 그대로였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 그림을 보고 안평대군이 아주 좋아했던 모양인데 분명 자신이 본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그랬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것은 굉장한 일이다.

 

몽유도원도 왼쪽 부분

 

몽유도원도 오른쪽 부분

 

<몽유도원도>의 왼쪽에 있는 기암괴봉(위 두 번째 사진)은 마치 화면 전체를 덮다시피 나온다.

그러나 그 사이 사이로 평지에 있는 길과 그림 오른쪽의 복숭아꽃, 폭포 등은 아주 온화하고 섬세하게 표현했다(바로 위 사진).

아주 대조적이다.

평지의 조용하고 온화한 풍경과 기암절벽 같은 어마어마한 봉우리가 대조가 되어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압도가 되는 동시에 마치 무슨 균형을 이룬 것 같은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안견 그림이라고 전하는 다른 그림들과는 아주 다른 매우 섬세한 면이 보인다.

 

그림에도 가도可度라는 낙관이 있다.

가도는 안견의 자字다. 그리고 득수得守라는 자도 갖고 있다.

호는 현동자, 주경朱耕,이고 지곡인池谷人이다.

 

지금 이 그림은 안타깝게도 일본의 나라[나량奈良]에 있는 덴리[천리天理]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있으며,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몽유도원도>는 보존도 잘 되어 있는 걸작 중의 걸작아닐 수 없으며, 조선 초기를 대표하는 그림이면서 나아가 조선시대 전체를 대표하는 그림의 하나로 평가된다.

 

새샘 블로그(2009. 12. 26)에 올렸던 오주석 선생이 글 '현동자 안견 몽유도원도'를 같이 읽어보면 그림에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

 

※출처: 이용희 지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020. 12. 3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