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노화의 종말 7 - 건강 장수 칠계명 중 3계명: 간헐적 단식이나 주기적 단식을 하라 본문
음식 부족에 따른 유전적 반응을 이끌어내고자 반드시 배고픈 상태를 계속 유지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일단 스트레스에 익숙해지면 그것은 더 이상 스트레스가 아니다.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다가 주기적으로 식사를 중단하는 방식인 '간헐적 단식 intermittent fasing(IF)'은 혁신적인 새로운 건강 유지 방식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UCLA 대학교의 발터 롱고 Valter Longo가 간헐적 단식의 혜택을 설파하기 오래전부터 거의 한 세기 내내 과학자들은 주기적인 열량 제한의 효과를 연구하고 있었다.
1946년 시카고대학교의 앤톤 칼슨 Anton Carlson과 프레데릭 횔젤 Frederick Hoelzel은 쥐들에게 주는 먹이를 주기적으로 제한하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사흘마다 굶긴 쥐들이 규칙적으로 먹은 쥐들보다 수명이 15~20퍼센트 늘었다.
당시에는 단식이 몸에 휴식을 제공한다고 보았다.
먹이 없이 지내는 스트레스를 몸이 받을 때 세포 수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것과 정반대로 믿은 것이다.
아무튼 칼슨과 횔젤의 연구는 불규칙적인 열량 제한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
그들이 연구를 통해 알아낸 사실을 자신의 삶에 적용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둘 다 당시 기준으로 볼 때 비교적 장수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칼슨은 81세까지 살았다.
횔젤은 이런저런 것들이 몸속을 통과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보겠다고 스스로 조약돌, 유리구슬, 볼베어링 같은 것들을 삼키는 등의 실험을 몇 년간 했음에도 74세까지 살았다.
정말이다. 연구에 미친 사람이었다.
현재 주기적인 열량 제한이 사람에게서 엄청난 건강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아주 잠깐씩만 절식을 할 때도 그렇다.
한 연구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매일 끼니마다 정상적인 식사를 하게 하되 매달 5일 동안만 주로 야채스프, 에너지 바, 영양 보충제로 이루어진 매우 제한적인 식사를 하도록 했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내자 이 '단식 흉내' 식단을 유지한 실험 참가자들은 체중과 체지방이 줄면서 혈압이 낮아졌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주로 간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인 IGF-1(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insulin-like growth hormone 1)의 농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IGF-1과 IGF-1 수용체 유전자에 생기는 특정 돌연변이는 낮은 사망률과 이환율(질병 발생률) morbidity rate[일정 기간 내 어떤 지역사회에서의 건강인에 대한 질병에 걸린 환자수로서 인구 1천 명 당 또는 1만 명 당 또는 10만 명 당 환자 수로 표시]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이 돌연변이는 100세 넘게 사는 이들이 많다고 알려진 집안의 여성들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IGF-1 농도는 장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실 연관성이 너무 강해서 뉴욕 예시바대학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노화 연구자 니르 바질라이Nir Barzilai와 서유신 Yousin Suh은 누가 얼마나 살지를 아주 정확히 예측하는 데 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전학자인 바질라이와 서유신은 노화 관련 질환들에 시달리지 않은 채 100세 이상까지 사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고 있다.
이런 고령자들은 중요한 연구 집단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다수가 늙고 싶어 하는 방식의 노화를 보여주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사는 햇수가 더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고통에 시달리며 사는 햇수가 더 느는 것은 아님을 보여 주는 모범 사례다.
이들을 보면 무엇을 먹느냐가 사실상 중요하지 않은 사례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무엇을 먹는지에 상관없이 단식 상태에 놓이게 하는 듯한 유전자 변이체를 지니고 있다.
100세까지 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담할 수 있겠지만 평생 100퍼센트 건강한 결정을 내려야만 100세에 다다르는 것은 아니다.
바질라이 연구진이 95세 이상인 아슈케나즈 유대인(아슈케나짐 Aschkenasim)[독일 유대인 German Jews] 약 500명을 조사했더니 의사들이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삼가라고 권해 온 바로 그런 행동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튀긴 음식을 먹고, 담배를 피우고, 늘 앉아 생활하고, 과음을 하는 행동 말이다.
바질라이는 평생해 오던 습관인 담배를 끊으라고 의사들이 강력하게 권했지만 요지부동이던 장수자 중 한 여성에게 왜 금연하지 않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비꼬는 양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한데 담배 때문에 죽을 거라고 말한 의사 4명이 있었는데 그 의사들은 지금 다 죽고 없어요."
즉 이런 장수자들은 그저 유전적 제비뽑기를 잘했을 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장수하려면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우리가 가진 후성유전체는 우리 노력에 잘 반응한다.
후성유전체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이므로 영향을 미치기가 더 쉽다.
우리는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우리 생물학의 이 아날로그 요소의 행동을 통해 후성유전체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먹느냐다.
그리스 이카리아섬 Ikaria Island같은 블루존을 보면 단식 행동과 장수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드러난다.
"사람들이 죽는 법을 잊은 섬"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주민 중 3분의 1이 90세 넘게 산다.
고령자들이 거의 다 그리스정교회의 독실한 신자로서 한 해 중 절반 이상을 어떤 식으로든 금식하라고 말하는 종교 일정표를 철저히 따른다.
금식일 중에는 고기, 유제품, 달걀, 때로는 포도주나 올리브유까지 금지하는 날이 많다.
일부 그리스인 입장에서는 사실상 아무것도 먹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많은 그리스인은 성체 검사를 받기 전에 일정 기간 철저히 금식을 한다.
또 다른 장수촌인 중국 남부 바마야오족자치현(파마요족자치현巴馬瑤族自治縣) 주민들은 질 좋은 건강한 음식을 충분히 접하지만 하루 중 오랜 시간을 먹지 않고 지내는 쪽을 택한다.
이곳 장수자들 중 상당수는 아침 식사를 거르는 생활을 해 왔다.
그들은 대개 정오 무렵에야 소량의 식사를 하고 해 질 무렵에 가족과 함께 좀 더 많이 먹는 식사를 한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하루 중 대개 16시간 이상을 먹지 않고 지낸다.
이런 지역들을 조사할 때, 금식 연구를 통해 알아낸 지식을 현대 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우리는 열량 제한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수십 가지는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중 상당수는 '주기적 단식 periodic fasting'이란 범주에 속한다.
줄곧 굶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중 일부만 허기지게 함으로써 우리 생존 회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음식을 제한하는 이 방법들 중에서 더 효과 있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날 것이다.
현재 한 가지 인기 있는 방법은 일주일에 5일은 정상 식단을, 2일만 열량을 75퍼센트로 줄인 '5:2 식단이다.
좀 더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이틀은 식사를 아예 하지 않는 '먹고 거르고 먹기 식단'을 사용할 수도 있다.
또는 건강 전도사 피터 아티아 Peter Attia가 하듯이 분기마다 일주일씩 굶는 것이다.
현재 수명 연장과 건강 증진을 위하여 여러 종류의 단식법들이 다양하게 조합되어 동물 대상으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머지 않아 사람에게까지 적용될 것이다.
단기 연구에서 좋은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장기 연구에서도 보다 희망적인 결과가 예상된다.
아무튼 결과가 나오기 이전이긴 하지만 영양실조를 일으키지 않은 주기적 단식은 어느 방법이든 모두 우리들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게 하는 쪽으로 장수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줄 가능성이 높다.
단식의 또 다른 장점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오히려 돈을 아껴 준다.
게다가 원할 때마다 배불리 먹곤 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매달 며칠 동안 음식 섭취량을 대폭 줄이는 일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우리 식습관 진화의 현시점에서 보자면 어떤 형태로 단식을 시도하든 간에 실패하고 말 사람이 꽤 많다.
싱클레어 박사 역시 열량 제한을 시도하곤 했지만 성공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배가 고프면 기분이 언짢아지는 반면 음식을 먹으면 너무나 기분이 좋아지니까 말이다.
그는 최근 들어 주기적 단식 즉 하루에 한 끼나 두 끼를 거르는 방식을 하곤 했지만, 대개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바쁘다 보니 때를 놓쳐 한두 끼를 걸렀을 뿐이었다.
건강 장수 칠계명 중 3계명은 '얼마나 먹느냐'로 생존 회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글 건강 장수 4계명에서는 '무엇을 먹느냐'로 생존 회로를 활성화시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출처
1.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노화의 종말', 부키, 2020.
2. 구글 관련 자료
2021. 5. 28 새샘
'글과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에게나 자리 자리가 있다 (0) | 2021.06.05 |
---|---|
겸재 정선 "하경산수도" "인왕제색도" "선면금강내산도" "해인사" "만폭동" (0) | 2021.06.04 |
1961년, 서울에서 유적 발굴을 시작하다 1 - 명일동 주거지, 가락동 주거지, 풍납토성, 역삼동 주거지, 면목동 주거지 (0) | 2021.05.26 |
진나라 시황제 (0) | 2021.05.25 |
노화의 종말 6 - 건강 장수 칠계명 중 2계명: 적게 먹어라 (0) | 2021.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