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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종말 6 - 건강 장수 칠계명 중 2계명: 적게 먹어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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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종말 6 - 건강 장수 칠계명 중 2계명: 적게 먹어라

새샘 2021. 5. 23. 16:04

출처-https://newstream.kr/posts/1830183

 

25년 동안 노화를 연구하고 수백 편의 논문을 읽은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이 하나 있다면, 즉 건강하게 더 오래 살 확실한 방법, 지금 당장 수명을 최대화하는 데 쓸 수 있는 방법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이것이다.

 

"적게 먹어라"

 

물론 이 말은 결코 혁신적인 것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 Hippokrates 때부터 의사들은 덜 먹는 것이 좋다고 말해 왔다.

 

영양실조에 걸리라는 말이 아니다.

굶주림에 시달리라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절식絕食(단식斷食) 즉 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우리 대부분이 허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자주 의식적으로 몸을 결핍 상태로 두는 것은 분명히 우리의 건강과 장수에 좋다.

 

15세기 베네치아 귀족인 루이지 코르나로 Luigi Cornaro는 자기계발서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사람인데, 30대 중반부터 하루에 겨우 340 그램의 음식과 포도주 2잔만 먹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 이렇게 썼다.

"더 많이 먹을 수 있지만 식탁을 떠남으로써, 먹거나 마시는 쪽으로 내 식욕을 결코 완전히 충족시키지 않는 습관에 익숙해졌다."

그가 이 저서를 출간한 것은 80대였는데 그때도 그는 유달리 건강했으며, 거의 100세에 다다른 1566년에 사망했다[일부 출처에 따르면 100세를 넘겼다고 한다].

 

심한 절식이 생애에 미치는 효과를 최초로 과학적으로 살펴보기 시작한 것은 1차 대전 막바지였다.

평생 함께 생화학을 연구하여 비타민 A를 공동 발견한 라파예트 멘델  Lafayette Mendel과 토마스 오스본 Thomas Osborne은 에드나 페리 Edna Ferry와 공동으로 생애 초기에 먹이가 부족한 탓에 제대로 자라지 못한 쥐 암컷들이 풍족하게 먹은 암컷들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는 것을 발견했다.

 

1935년 클라이브 매케이 Clive McCay 코넬대학교 교수는 소화가 안 되는 섬유질인 마분지가 20퍼센트 섞인 먹이를 준 생쥐가 보통 먹이를 준 생쥐보다 상당히 더 오래 산다는 것으로 보여 주었다.

그 뒤로 80년에 걸쳐 다른 연구자들이 수행한 연구들을 통해 다양한 생물에서 '영양실조가 일어나지 않는 열량 제한 calorie restriction without malnutrition(CR)'이 장수로 이어진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나왔다.

 

이런 열량 제한은 효모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싱클레어 박사는 1990년대 말에 처음 알아차렸다.

포도당을 덜 먹인 효모는 더 오래 살았고 DNA가 유달리 압축되어 있었다.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ERC(extrachromosomal rDNA circle 염색체외 원형 rDNA) 축적, 인 폭발, 불임이 상당히 지연되었다.

 

이 현상이 효모에게만 일어난다면 그저 흥미로운 일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설치류 역시 먹이를 제한했을 때 더 오래 산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이 유전 프로그램은 아주 오래된 것임이, 아마 거의 생명 자체만큼 오래된 것임이 명백했다.

 

동물 연구는 열량 제한을 통해 위기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 서투인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됨을 보여 준다.

장수 유전자에게 원시시대 이래로 죽 해 오던 일을 하라고 알려줌으로써 생존 회로를 동원하게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세포의 방어 체계를 자극하고, 안 좋은 시기에 생존을 도모하고, 질병과 쇠퇴를 막고, 후성유전적 변화를 최소화하고, 노화를 늦추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현상이 사람에게 나타나는지를 조사하려면 통제된 과학적 실험 조건에 실험 대상자를 놓고 실험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장기적 열량 제한으로 사람도 더 오래 건강하게 살도록 도움이 되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관찰 자료들이 있다.

1978년 100세를 넘는 장수자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오키나와 섬에서 생물노년학자 가가와 야스오(향천정웅香川靖雄)은 섬 학생들이 일본 본토 아이들에 비해 열량 섭취량이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또 본토 성인에 비해 오키나와 성인은 열량 섭취량이 약 20퍼센트 적어서 더 마른 편이었다.

가가와는 오키나와 사람이 수명이 더 길 뿐 아니라 건강수명 또한 더 길다는 것을 발견했다.

뇌혈관질환, 악성종양, 심장병을 앓는 사람이 훨씬 적었다.

 

1990년대 초의 바이오스피어 2 Biosphere 2 실험은 열량제한이 장수를 가져온다는 또 다른 증거를 제공했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 2년 동안 애리조나 남부에 지은 폐쇄 돔형 생태계에 8명이 들어가 자급자족 생활을 한 실험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영농 능력이 뛰어나지 않았던 그들이 수확한 식량은 영양실조가 일어날 만큼은 아니었지만 전형적인 식단을 제공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에 그들은 종종 허기진 상태에서 지내야 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이 안에서 생활한 8명 중 생쥐 수명 연장 연구자인 로이 월포드 Roy Walford가 발표한 논문은 지금도 노화 연구자들의 필독 문헌이다.

이런 환경은 생쥐에게서 발견한 사항을 사람에게 적용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8명의 실험 참가자들은 돔에 들어가기 전, 들어가 생활하는 동안, 나온 뒤에 철저한 의료 검진을 받았으므로 월포드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열량 제한의 다양한 생물학적 효과를 관찰할 특별한 기회를 얻었다.

 

그들 몸에서 일어난 생화학적 변화들은 월포드가 열량 제한을 했을 때 장수한 생쥐에게서 본 것과 거의 비슷했다.

체중 감소(15~20퍼센트), 혈압 저하(25퍼센트), 혈당 저하(21퍼센트), 콜레스테롤 저하(30퍼센트) 등의 변화가 일어났다.

 

최근에 들어 정식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열량 제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식하기 아주 쉬운 환경에서 열량 제한에 대한 장기 연구를 수행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런 연구를 한다는 것은 윤리적·방법론적 문제를 일으킨다.

 

2017년 듀크대학교 연구진은 성인 145명에게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으레 권하는 열량보다 25퍼센트를 줄인 식사를 하도록 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조사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2년 동안 평균 12퍼센트의 열량 제한만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정도로 충분했다.

과학자들은 혈액 내 생체표지 biomark들의 변화를 토대로 건강이 상당히 개선되고 노화가 느려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요즘에는 열량 섭취를 상당히 줄이는 생활습관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약 10년 전부터 시작한 절식을 통해 열량 제한을 열심히 실행에 옮기고 있는 당시 어느 60대 후반 부부는 권장 열량의 75퍼센트만 섭취하고 있으며, 때로는 이보다 훨씬 덜 먹는다고 했다.

늘 배가 고프지 않냐고 물어보면 처음에는 분명 그렇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고 대답했다.

이 부부 중 남편은 자기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지는 않았지만[아마도 지방 부족으로 주름이 생겨서 그럴 것이다] 70세 생일 때 혈압과 LDL 콜레스테롤에서부터 휴지기 심장 박동수와 시력에 이르기까지 그의 건강 지표들은 훨씬 더 젊은 사람의 것이었다.

 

1980년 이래 연구자들은 사람과 유전적으로 아주 가까운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장기적인 열량 제한 연구를 해 오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엄청 놀라웠다.

연구 시작 전 이 원숭이의 최대수명은 40년이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열량 제한 식단을 지키며 생활한 20마리 중에서 6마리가 최대수명인 40년에 다다랐던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약 120세에 해당한다.

 

더 놀라운 것은 최대수명까지 살기 위해 열량 제한 식단을 굳이 평생 유지할 필요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중년 때부터 열량을 30퍼센트 줄인 식사를 하기 시작한 원숭이 가운데서도 최대수명까지 도달한 개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60~65세인 19개월 된 생쥐 역시 열량 제한을 시작하면 수명이 늘어나며, 더 일찍 시작할수록 수명은 더 늘어난다.

이런 동물 연구들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열량 제한의 장수 혜택을 못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일찍 시작할수록 더 나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분자 수준에서 보자면 노화 추세가 실질적으로 시작되는 40세 이전에 열량 제한을 시작하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양실조 없는 열량 제한 식단이 모두에게 좋은 계획이란 말은 아니다.

위스콘신대학교 로잘린 앤더슨 Rozalyn Anderson 교수는 사람이 열량이 30퍼센트 줄어든 식단을 장기간 유지한다는 것은 미친 식단이라고 말한다.

물론 모두에게 미친 식단인 것은 분명히 아니다.

열량 제한이 수명을 늘릴 뿐 아니라 심장병, 당뇨, 뇌졸중, 암을 억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열량 제한은 활력 증진 계획에 가깝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에게 힘든 계획임은 틀림없다.

집 냉장고나 직장에서의 간식에 손을 대지 않으려면 강한 의지력이 필요하다.

노화 연구 분야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설령 열량 제한으로 당신의 수명이 늘어나지 않더라도 그렇게 느끼게 해 줄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열량 제한을 할 자신이 없다고 해도 괜찮다.

엄격하면서도 완고한 열량 제한이 주는 혜택 중 상당수를 다른 방식으로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열량 제한보다 다른 방식 쪽이 더 나을 수 있다.

 

※출처
1.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노화의 종말', 부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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