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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졸 강희언 "담졸화첩"

새샘 2021. 10. 7. 12:39

<인왕산도仁王山圖>(새샘 블로그 2021. 6. 24 글 '강희언 인왕산도'>를 그린 담졸澹拙 강희언姜熙彦(1710 또는 1738~1784?)은 ≪담졸화첩澹拙畵帖≫이란 그림책을 남겼다.

 

이 화첩은 이 글의 주된 출처인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의 저자인 동주 이용희가 일제강점기 때 가지고 있던 것으로, 여기에는 도화동에서 바라본 <인왕산도>와 함께 <사인삼경士人三景>이란 풍속화와 동관에 통하는 장면이 있는 그림, <가사도家舍圖>가 2~3장, 기타 산수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용희는 이 화첩을 한국전쟁 중에 잃어버렸으며, 당시 화첩에는 그림이 4~5장 정도 남아 있었고, 그 중 하나가 근래 나타난 것으로 보면 아직도 누가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화첩에는 첫장에 서문 비슷하게 담졸이 쓴 글이 있었는데, 그 글 속에 담졸이 겸재 정선 집 옆에 살면서 자주 겸재를 만나곤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지금이라도 어딘가에서 이 화첩이 나오면 회화사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텐데,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그리고 ≪담졸화첩≫에는 거의 장마다 표암 강세황의 그림평이 붙어 있었다.

이를 보면 담졸과 표암은 계촌計村[일가의 촌수를 따짐]이 되는 집안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지만, 표암이 사인士人[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 집안인 반면 담졸은 중인中人[조선 시대 양반과 평민의 중간에 있던 신분 계급] 집안으로 당시 천문기상대에서 관리를 했었던 것으로 보아 계촌 집안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담졸이 우리 회화사에 미치는 영향은 <인왕산도>에서도 나타났듯이 하늘을 파란색으로 칠하고, 약간의 원근투시법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 서양화법의 영향을 받은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이런 서양화법은 표암에게서 받은 것일 수도 있다.

 

 

강희언, 사인시음, 종이에 담채, 26×21㎝, 개인(출처-출처자료1)

 

담졸과 친분이 있었던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를 지칭하는 사인士人들이 즐기는 세 가지 풍광을 그린 일종의 기록화<사인삼경士人三景>이다.

<사인삼경>강희언이 음영법 등 새로운 기법을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화면 구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특히 <사인삼경>의 구도나 소재 등의 선택은 1778년(무술년戊戌年) 강희언의 집 담졸헌에서 제작된 김홍도의 <행려풍속도> 병풍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 두 작품이 여러 면에서 많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이 긴밀한 교유를 했던 1778년 전후로 제작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사인삼경><사인시음士人詩吟>선비들이 시를 짓고 읊조리는 장면을 세밀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이다.

 

 

강희언, 사인휘호, 종이에 담채, 26×21㎝, 개인(출처-출처자료1)

 

<사인휘호士人揮毫>사인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그림 속에서 웃통을 벗어젖힌 채 마룻바닥에 드러눕다시피 엎드려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보인다.

이로 미루어 아마도 한여름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사인의 모습과는 달라 보인다.

그래서 한양 중부동에 있던 도화서 화원들의 아지트였던 강희언 집에서 도화서 화원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라는 평을 한 사람도 있다.

 

엎드려서 붓을 두 자루 들고 그리는 모습은 그림 그리는 습관의 하나로 순수한 우리말로 '발림질한다'는 것이다.

먹이나 채색으로 그림을 그린 후 붓 자국을 없애기 위해 물을 적신 붓으로 경계를 없애주는 행동을 표현한 것이다.

 

필력이 딱딱한 느낌을 주기는 하나 인물들의 다양한 자세나 마루의 세밀한 묘사에서 매우 사실적인 그림임을 읽을 수 있다.

 

 

강희언, 사인사예, 종이에 담채, 26×21㎝, 개인(출처-출처자료1)

 

<사인사예士人射藝>사인들의 활쏘기 풍속을 그린 그림으로서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활쏘기>와 <빨래터>를 떠오르게 할 만큼 '같은 듯하면서 다르지만 또 닮은' 그림이다.

 

단원 그림 중에는 강희안의 집인 담졸헌에서 그린 그림이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단원과 담졸 두 사람의 그림 소재가 비슷하다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림 오른쪽에 제법 굵은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아래 갓을 쓴 사인들이 활쏘기를 하고 있다.

한 사인은 화살 두 개를 허리에 차고 활 시위를 당겨 막 화살을 쏘기 직전이고, 한 선비는 막 쏘고 난 다음인지 화살을 잡기 위해 세 개 남은 화살 중 하나를 잡으려고 하고 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아래에서 활을 만지고 있다.

 

사인들의 활 쏘는 곳 옆 작은 둔덕 너머 왼쪽 위에는 굽이치는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고 있는데 푸른 치마를 허벅지까지 올리고 힘껏 치켜든 방망이 때문에 빨래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듯하다.

 

소나무 표현은 능숙하게 가지가 개울과 둔덕 방향과 같이 비스듬하게 그려 앞과 뒤의 경치를 자연스럽게 구분함으로써 구도가 안정되었다.

활 쏘는 모습과 빨래하는 모습이 마치 현장 스케치한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되어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이다.

 

※출처
1. 이용희 지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https://m.blog.naver.com/iunggc/221525812570(<사인삼경> 그림평)

3.  https://blog.naver.com/hi-story21/222300576071(<사인삼경> 그림평) 

4. 구글 관련 자료

 

2021. 10. 7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