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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추성부도"

새샘 2022. 3. 7. 15:24

김홍도, 추성부도, 1805년, 보물 제1393호, 종이에 담채, 56.0x214.0cm, 국립중앙박물관(사진 출처-출처자료1)

 

김홍도, 추성부도 부분(사진 출처-출처자료2)

 

김홍도, 추성부도 부분(사진 출처-출처자료2)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1745~1806)의 <추성부도秋聲賦圖>는 중국 송나라 구양수歐陽修(1007∼1072)가 지은 글 '추성부秋聲賦'를 그림으로 그려낸 시의도詩意圖이다.

 

그림 왼쪽 위에 찍은 백문타원인白文楕圓印[한자로만 새긴 타원형 인장]으로 '기우유자騎牛游子[소를 타고 노니는 사람]'라 찍혀 있고, 추성부 전문이 단원의 자필로 쓰여져 있으며, 끝 부분에 을축년동지후삼일乙丑年冬至後三日 단구사(丹邱寫)’라 하였으므로 이 그림은 1805년 즉, 단원의 나이 61세에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해는 단원이 죽기 바로 전 해로 추정되므로 그의 마지막 기년작紀年作[만든 해가 기록된 작품]이자 죽음을 앞두고 그린 작품으로 믿어진다.

 

그림 오른쪽에는 메마른 가을 산이 그려져 있고, 산 능선 위로 수평 방향의 갈필渴筆[빳빳한 털로 만든 붓]로 음양을 주어 밤 시간임을 알 수 있다.

가운데 그려진 중국식 초가의 둥근 창 안에 구양수가 보인다.

이 그림은 구양수가 책을 읽다 소리가 나자 동자에게 무슨 소리인지 나가서 살피라 했고, 이에 밖으로 나간 동자는 '별과 달이 환히 빛날 뿐 사방에 인적은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성월교결星月皎潔 명하재천明下在天 사무인성四無人聲 성재수간聲在樹間)'라고 답했다는 바로 그 장면을 그린 것이다.

동자는 손을 들어 바람소리 나는 쪽을 가리키고 있으며, 집에서 기르는 학 두 마리는 목을 빼고 입을 벌려 그 바람소리에 화답하듯 묘사되어 있다.

마당의 나무들은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고 바닥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드문드문 휘날리고 있다.

그림 왼쪽 언덕 위에는 나무가 두 그루 서 있고, 그 오른쪽 옆에는 대나무에 둘러싸인 초가가 있으며, 집 위에는 보름달이 떠 있다.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 어둡게 그려져 있으며 갈필을 사용하여 가을밤의 스산한 분위기가 잘 드러나 있다.

좌우에 언덕과 산을 배치하여 가운데 있는 초가와 마당을 감싸듯, 부감하듯 그려냄으로써 주제를 강조하는 포치布置[넓게 늘어놓음] 방식은 역시 구도에 대한 단원의 뛰어난 감각을 단적으로 말해주며, 호리호리하면서도 불규칙하게 꺾여 올라가 끝이 갈라지는 나무 형태 또한 전형적인 단원 화법을 보여준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약간 비비듯이 처리된 메마른 붓질들은 차가운 달빛 속에서 거칠고 황량한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내고 있다.

가을날의 쓸쓸함, 차가운 공기와 매서운 바람, 처연한 달빛, 거칠고 황량한 나무 등 스산한 분위기의 가을밤 풍경은 곧 구양수가 전하고자 했던 노년의 비애인 동시에 죽음을 앞 둔 단원의 심회心懷[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의 형상화이기도 할 것이다.

 

구양수가 만물이 조락凋落[풀나무의 잎 따위가 시들어 떨어짐]하는 가을 맞아 인생의 허무함을 탄식하는 '백 가지 근심을 마음에 느껴(백우감기심百憂感其心)'라는 구절은 바로 단원이 이 그림을 완성하기 며칠 전 김생원이란 자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도 인용했던 구절로서 단원의 당시 마음 상태를 여실히 반영해 준다.

아픈 몸에다 아직은 어린 외아들의 장래 문제, 출가한 딸에 대한 걱정 등이 겹쳐 단원 역시 인생의 허무함에 절로 탄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추성부도>는 죽음에 직면한 김홍도가 자신의 심정을 그림으로 전한 자화상인 것이다.

 

※출처

1.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http://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ccbaCpno=1121113930000&pageNo=1_1_2_0

2. https://www.kyobostory.co.kr/contents.do?seq=1471

3.이용희 지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022. 3. 7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