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송유수관도인 이인문 "수옥정도" "단발령망금강도"

이인문, 수옥정도, 비단에 담채, 77.3x45.2cm, 국립중앙박물관(사진 출처-출처자료3)

 

이인문이 그린 <수옥정도漱玉亭圖>는 족자 1축으로, 정형산수가 아닌 그가 남긴 몇 안되는 실경實景산수다.

마치 금강산의 구룡연 폭포를 연상시키는 구도이다.

수직으로 호방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아래에 갓을 쓴 선비들이 앉아 담소하며 폭포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폭포수 주위에는 이인문의 특기인 소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구도에서 단단한 조형감이 느껴진다.

섬세한 필치와 채색을 통해 이상적으로 표현한 실경의 멋을 느낄 수 있다.

 

수옥폭포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에 있는 높이 20m의 폭포로서 3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옥정은 원래 폭포 아래에 있었는데, 1711년(숙종37) 연풍 현감이던 조유수가 청렴했던 자신의 삼촌인 동강 조상우를 기리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과 더불어 정자는 유실되었다가, 1960년 지역주민들이 괴산군의 지원을 받아 새로이 건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인문, 단발령망금강도, 종이에 담채, 23x45cm, 개인(사진 출처-출처자료6)

 

<단발령망금강도斷髮嶺望金剛圖>는 단발령에서 금강산을 바라보는 그림이다.

남쪽에서 금강산을 올라 단발령 위에 서면 가장 먼저, 가장 넓게 금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머리를 자른다는 뜻의 단발령이란 이름은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가 이 고개에서 머리를 깎고 출가했다는 전설 때문에 붙었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하나 누구나 이 고개에 올라서면 장엄한 금강한 풍광 앞에 저절로 머리를 깎고 귀의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을까!

 

이 그림에는 신비한 기운이 감돈다.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 화면 구성부터 예사롭지 않다.

단발령에서 본 금강산은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유람선 같다.

안개의 바다를 떠다니는 거대한 자연이 행운의 선물이라도 전해줄 것만 같다.

 

'단발령망금강'은 금강산이 흙산의 그릇 속에 보석처럼 반짝이며 소복이 담겨 있는 모습이다.

화면 앞쪽 단발령 고개에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지팡이를 짚고 도포자락을 걷어 올린 맨 뒤 나그네는 먼 길을 온 탓인지 자세가 구부정하다.

반면에 걸음을 재촉하며 금강산으로 향하는 앞선 두 사람은 마음이 급하다.

안개는 속세와 내세를 경계 지으며 아득히 먼 풍경을 죽순처럼 돋워낸다.

단발령은 마치 내세로 들어가는 불이문不二門 같다.

소나무와 언덕 사이에 안개로 길을 열어 두었다.

 

화면 가운데 흙산은 물기를 가득 먹인 붓으로 미점米點[가로로 찍는 작은 점]을 찍어서 표현했다.

흙산에는 비경秘景이 안겨 있다.

안개는 여백의 미를 자아내면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는 여행객들이 휴식을 취할 만한 소나무가 있고 잡풀이 듬성듬성 나 있다.

안개 속에 떠 있는 금강산은 미지의 세계처럼 장중하다.

 

화면 오른쪽 위에 '단발령망금강'이란 제목이 있고, 왼쪽 아래에는 이인문의 낙관이 있다.

비록 화려한 그림은 아니지만 그 구성은 강렬하다.

 

<단발령망금강도>는 겸재풍으로 그리는 것이 보통인데, 이 그림은 겸재풍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눈으로 본 인상을 바탕으로 그린 것으로 현대 감각이 돋보이는 좋은 그림이다.

실경을 보는 이인문의 눈이 얼마나 날카로운가를 알 수 있다.

 

※출처

1. 문화재청, 문화재와 함께 하는 여름나기, https://www.cha.go.kr/cop/bbs/selectBoardArticle.do?nttId=5316&bbsId=BBSMSTR_1008&pageUnit=10&searchtitle=title&searchcont=&searchkey=&searchwriter=&searchWrd=&searchUseYn=&searchCnd=&ctgryLrcls=&ctgryMdcls=&ctgrySmcls=&ntcStartDt=&ntcEndDt=&mn=NS_01_09_01 (수옥정도)

2.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ohyh45&logNo=20113680978 (수옥정도)

3. 이용희 지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4.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71124.010390831030001 (단발령망금강도)

5. https://winsys.tistory.com/479 (단발령망금강도)

6. https://blog.daum.net/sixgardn/15770129 (단발령망금강도)

7. 구글 관련 자료

 

2022. 3. 28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