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노화 극복을 위한 연구들 본문
올 1월 과학 잡지 '네이처 전망 Nature Outlook'에서는 <노화, 끊임없이 매료시키는 생명에 대한 사실 Ageing, A fact of life that continues to fascinate>이란 기사를 실었고, 생명공학연구센터에서는 이 기사를 정리하여 <인류의 마지막 질병, 노화 극복을 위한 최근 동향>이란 제목으로 센터에서 발간하는 보고서인 'BioINwatch: 22-16('22. 3. 8)'에 소개했다.
한편 UN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의 10년 동안을 'UN 건강노화 10년 United Nations Decade of Healthy Ageing'으로 이름 붙이면서 건강노화에 대한 연구와 사업을 벌이고 있다.
1. '네이처 전망'에서는 인간 수명과 노화에 관한 최근 연구 내용을 검토하여 노화 과학의 진전 및 연구개발 동향, 그리고 사회·경제적 쟁점들을 정리
○ 노화를 막고 노화 관련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자가포식 autophagy[다른 세포를 파괴하거나 손상시키는 세포(노화세포 등)를 인체 스스로가 자연적으로 분해하는 작용, 분해된 물질은 재활용됨]을 활성화시키는 연구
○ 생물나이 biolgical age 즉 노화시계인 후성유전 시계 epigenetic clock를 거꾸로 돌리는 연구와 함께 인간 수명의 한계에 대한 연구
○ 전 세계는 급격히 증가하는 고령인구를 부양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거나 줄이기 위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돌봄 위기 대처 사례 제시: 장기요양보험 제도, 로봇 돌봄
2. 인간 수명의 한계
○ 인간 수명의 한계에 대한 첫 연구자는 1825년 영국 수학자이자 보험계리사인 벤자민 곰페르츠 Benjamin Gompertz
-20대 후반 이후 사망 위험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다가 그 위험이 100%에 도달하는 지점이 나타남.
-의학 발전으로 사망 위험 시기는 다소 바뀌었지만 곰페르츠의 모형은 여전히 영향력이 있으며, 특히 그가 추정한 사망률 양상은 정확한 것으로 평가
-1996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연구팀은 곰페르츠 모형을 적용하여 인간의 최대 수명을 120년으로 추정
-하지만 몇 세대 전까지만 해도 예외로 생각하던 나이에 도달하는 초고령자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곰페르츠 모형을 적용하여 인간 수명의 한계를 추정하는 데 문제 발생
○ UN 추정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573,000명의 100세 노인(센티네리언) centenarian이 살고 있음.
-이 숫자는 50년 전의 20배 이상이며 이 가운데 110세 노인(슈퍼센티네리언) supercentenarian이 몇 백 명에 달함.
-이런 초고령자의 증가 추세에 따라 인간이 과연 몇 살까지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생겼음.
-2016년 미국 유전학자 얀 페이흐 Jan Vijg 교수 연구팀은 프랑스, 일본, 미국, 영국 등에서 보고된 사망자 최고 나이를 분석한 결과, 인간 최대 수명이 125세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림.
-2018년 이탈리아 인구통계학자 엘리자베타 바비 Elisabetta Barbi 연구팀은 105세 이상 이탈리아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얀 페이흐의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몇몇 연구자들은 특정 연령에서 사망률이 정체되는 평탄한 고원이 나타난다고 주장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건강 정보 기술 및 임상연구 산업 자료 제공 서비스 업체는 아이큐비아 IQVIA의 데이터 과학자 브랜던 밀홀랜드 Brandon Milholland는 105세가 지나면 사망 가능성이 멈추면서 105세에서 114세 사이의 10년은 사망률 정체 시기라고 주장
3. 후성유전적 변화 및 끝분절 길이 등 생물 노화 측정법 개발
○ 20년 전만 해도 과학자들은 노화는 바뀌거나 되돌릴 수 없으며 모든 사람에게 같은 비율로 발생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1980년대 예쁜꼬마선충(시노랍다이티스 엘레건스) Caenorhabditis elegans 연구에서 일부 유전적 변형이 생긴 개체의 수명이 훨씬 더 길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 이 생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
-즉 생물체의 수명은 노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와 신호전달 경로뿐만 아니라 칼로리 제한 및 약물 투여와 같은 사람의 행동 변화에도 영향을 받음.
○ 노화 생물학 및 질병 감수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 사람의 행동 변화에 따라 노화 과정을 늦출 수 있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노화 속도의 측정 방법 연구
-나이별 후성유전체 epigenome를 AI로 분석한 결과, 노화가 진행되면서 후성유전체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런 변화 양상을 기반으로 2013년 미국과 중국에서 사람의 후성유전적 나이를 계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
-미국 텍사스대학교 MD 앤더슨 암센터 The University of Texas MD Anderson Cancer Center의 로널드 데핀호 Ronald DePinho는 기능 장애와 노화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 끝분절(말단소체, 텔로미어) telomere은 평생 동안 나이 듦에 따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끝분절 길이로서 세포 나이를 측정할 수 있음을 제안.
-2020년 건강과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단백질 생물표지(바이오마커) biomarker 발견
○ 전문가들은 건강장수를 위해 다음의 생활 방식을 권장
-운동, 명상, 과일과 채소가 풍부한 식단, 금연, 충분한 수면 등은 세포 노화를 억제하므로 노인 관련 질병과 노화를 예방할 수 있음,
4. 노인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봇 기술 등장
○ 로봇은 노인들이 집에서 스스로 돌볼 수 있게 하면서 정서 안정을 지원하며, 의사와 간호사에게 원격 접근이 가능하게 함.
-WHO는 2020년 60세 이상 인구가 10억 명이 넘고, 2030년에는 14억 명이 되면서 이 중 60세 이상은 6명 중 1명꼴이므로 600만 명 이상의 간호사가 더 필요한 것으로 추정
○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컴퓨터 과학자 마자 마타릭 Maja Mataric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노인, 치매 환자, 자폐아 등의 정서 및 인지 건강 증진을 위한 로봇을 연구
-나이 들수록 동료와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지루함과 우울증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사회적 돌봄 로봇은 이런 감정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됨.
-2015년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 University of Auckland 연구팀에 따르면 20년 전 일본에서 만든 새끼 물개 로봇 파로 PARO는 자기를 안고 쓰다듬어주던 요양원 거주자의 혈압이 낮아진 것으로 확인.
○ 로봇은 병원에서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
-사람의 영감을 가진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소인 미국의 휴먼-인스파이어드 로봇 랩 Human-Inspired Robotics Lab에서는 범유행병(팬데믹) pandemic이 발생 때마다 생기는 부족한 간호 인력을 보조하는 지능형 원격 간호 보조 로봇 Tele-Robotic Intelligent Nursing Assistant(TRINA) 개발 중.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팀이 설립한 회사인 딜리전트 로봇 Diligent Robotics에서는 LED 눈을 가진 외팔 로봇 목시 Moxi를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음.
-EU에서는 환자의 활력 징후 vital sign를 기록하고 전자건강기록과 연결할 수 있는 센서를 가진 병원 로봇을 개발하는 인돌스 ENDORSE 과제에 4년간 약 110만 유로(125만 달러)를 2022년 9월까지 지원하고 있음.
○ AI 등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을 이용한 개인 관리 가능
-AI, 물리학 기반 모델링 및 기계학습 등 첨단기술을 결합시켜 보다 나은 개인의 일상 활동을 지원하는 로봇 개발 중
5. 고령자 돌봄 위기를 극복하는 대처 방안들
○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살피고 여기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는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와 2036년이면 3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으로 초고령사회가 되는 일본의 사례 분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 인도는 현재 인구 수준으로는 고령인구 돌봄 문제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지만,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3억 2천만 명이 되는 2050년 인도는 고령화 때문에 엄청난 변화 예상
-세계 최대의 해외 이민자 배출국인 인도는 해외취업을 원하는 젊은 인도인 수가 대폭 증가함으로써 고령인 돌봄이 큰 사회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
-인도에서는 비싼 전문 간호 대신 주로 여성이 가족 돌봄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제한됨.
-해외 및 타지역 이주 인구의 증가 추세와 더불어 코로나19의 장기 영향으로 가족에 의존하는 인도의 고령자 돌봄 시스템은 한계에 도달
○ 일본은 2000년대 초 인도와 같은 가족 중심 돌봄 시스템이었지만, 이를 보험 기반 시스템인 장기요양보험 Long-Term Care Insurance(LTCI) 제도 도입
-2000년 일본 정부는 LTCI 지급액으로 약 3조 6천억 엔(320억 달러)을 지출했고, 2017년이면 10조 7천 엔으로 증가하며, 2025년이면 15조 엔이 될 것으로 추정
-일본 정부는 지출 비용을 줄이려고 2005년부터 일부 혜택을 축소하여 식사비는 개인 분담금 부가, 2015년부터는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20퍼센트 더 많은 공동 부담금 도입
-일본의 LTCI 제도는 해결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인 돌봄에 따르는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했는데, 그 이유는 2000년에서 2018년 사이 생산 가능인구는 1,100만 명 이상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에 여성 노동자의 증가에 힘입어 노동력이 60만 명이 증가했기 때문
-그러나 LTCI 지원 대상 노인 수가 고령화와 함께 증가할 것이므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에 따른 소요자금 조달이 큰 문제로 남아 있음.
○ 미국 요양원에서의 2020년 사망률은 코로나19 때문에 2020년보다 17퍼센트 높아진 결과 요양원 돌봄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
-이에 따라 요양원 등의 기관 돌봄과 재택 돌봄 중 어떤 것이 환자에게 더 나은지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시행했지만 뚜렷한 양상은 찾아내지 못했음.
○ 일본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노인 돌봄을 위한 로봇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중
-일본 LTCI 제도는 2016년 상환 가능 기술 목록에 로봇 보조 보행기 포함
-또한 2025년까지 일본에서 간호 인력이 37만 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됨으로써 기술 목록에 승인된 로봇의 종류가 점점 늘어나고 있음.
6. 노화 방지 및 노화 관련 질병 퇴치를 위한 연구개발 현황
○ 2018년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사우스웨스턴대학교 Southwestern University 연구팀은 노화세포나 손상된 세포 구성요소(단백질, 세포소기관 등)를 스스로 제거하는 기전인 자가포식 autophagy을 활성화시켜 노화를 방지하는 연구 결과 발표
-추가 연구를 통해 자가포식을 활성화시킨 쥐는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막고 노화 관련 기관의 퇴화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 제시
○ 2021년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Albert College of Medicine의 아나 마리아 쿠에르보 Ana Maria Cuervo 교수는 샤프론-매개 자가포식 chaperone-mediated autophagy(CMA)[샤프론 chaperone이란 다른 단백질들이 정상 기능을 발휘하는 3차 구조를 이루도록 단백질 접힘을 돕는 작은 크기의 단백질]을 활성화시킨 결과 알츠하이머병 증세가 개선되었음을 확인
○ 손상되었거나 불필요한 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a[생체에너지인 ATP를 생산하는 세포소기관]를 제거하는 세포 내 분해 기전인 미토파지 mitophagy 연구
-미토파지 현상을 노화, 신경퇴행질환, 염증질환, 근육병증 등 질병 치료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 진행 중.
○ 이 밖에 낮은 자존감, 미생물체(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인체에 정상적으로 서식하는 미생물 전체], 운동, 사회적 고립, 노화 관련 유전자 발현, 성별 차이(알츠하이머병은 여성 발병률이 높음) 등이 노화 관련 요인으로 알려짐.
7. 후성유전 시계를 거꾸로 돌려 생물 노화를 멈추거나 되돌림
○ 2019년 소규모 연구에서 노화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결과 발표
-50~65세 남성 9명에게 1년 동안 성장호르몬과 2개의 당뇨병 약을 투여한 결과 남성의 가슴샘(흉선)과 면역 기능이 활성화되었으며, 노화 연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술의 하나인 후성유전 시계 epigenetic clock로 측정한 남성 생체나이가 2.5년 단축되었음.
○ 후성유전 시계는 생체나이를 늦추거나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서 개발되었음.
○ 후성유전 시계는 AI 기반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개인 유전체 전체에서 수십 개 또는 수백 개에 달하는 메틸화 methylation[DNA 염기 중 시토신 Cytocin(C)에 메틸기(―CH3)가 붙는 현상] 부위의 변화를 통해 생체나이 측정
-나이가 들수록 DNA의 메틸화 부위 개수는 점차 감소
-인간과 동물에서 후성유전 생체나이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새로운 노화 방지법 연구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
○ 후성유전 시계는 빅데이터 big-data[기존 데이터베이스 관리 도구의 능력을 넘어서는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모든 데이터] 과학의 결실이며, 최근 여러 종류의 후성유전 노화시계가 개발되었음.
-노화시계는 임상에서 유용한 생물표지(메틸화 양상 등)와 노화에 따른 기능 변화(노화 관련 질병, 수명 등)와의 상관관계가 규명되어야 함.
-디엔에이 페노에이지 DNA PhenoAge라는 알고리즘은 단순 나이와 더불어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표현형(혈당 및 간과 신장 기능 등)과 연관된 DNA 메틸화를 이용한 개량된 생체나이 측정법으로서 기존 생체나이 진단법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
-그림에이지 GrimAge 알고리즘 또한 노화 표현형(노인성 질환 및 사망률) 정보를 포함하여 개발된 생체나이 진단법으로서 임상 2상에서 판단기준으로 사용된 바 있음.
※출처
1.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22. 3. 8), 인류의 마지막 질병, 노화 극복을 위한 최근 동향, BioINwatch: 22-16.
2. Nature Outlook, Ageing, 2022. 1. 19(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2-00069-8)
2022. 5. 7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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