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긍재 김득신 "귀시도" "투전도" 본문

글과 그림

긍재 김득신 "귀시도" "투전도"

새샘 2022. 5. 3. 20:50

김득신, 귀시도, 종이에 담채, 27.5x33.5cm, 개인(출처-출처자료1)

 

긍재兢齋 김득신金得臣(1754~1822) 하면 역시 세상에서는 속화(풍속화)로 유명하다.
긍재라는 호는 전전긍긍戰戰兢兢이란 ≪시경≫의 구절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몸을 움츠리고 조심하는 것이 좋다는 그의 인생관을 보여주는 호일 것이다.
 
속화 화첩으로는 간송미술관에 있는 화첩, 호암미술관에 있는 화첩, 또 지금은 흩어져 버렸지만 위 그림 <귀시도>가 든 화첩이 있었다.
<귀시도>는 이당 김은호가 소장했던 ≪귀시첩≫이란 화첩에 들어 있었던 그림인데, 바로 이런 작품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긍재의 그림 역량을 잘 알게 된 것이다.
 
시장을 보고서 행렬을 지어 마을로 돌아가는 사람들 모습을 그린 속화 <귀시도歸市圖> 아주 재미있는 구도로 그려졌으며 어디선가 단원풍이 베어나온다.
 
마소를 앞세우고 한무리의 사람들이 나무 다리를 건너고 있다. 
한여름인듯 수목은 물기를 머금었다.
등장인물은 모두 10사람으로, 앞에 소와 말을 끌고 가는 두 사람과 아들로 보이는 아이 한 명으로 된 첫 번째 일행 3명, 두 번째는 뭔가 열심히 대화중인 보부상 3명, 세 번째는 양반 복장의 2명, 네 번째는 어머니와 아들인듯한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그림에서 단 한 명의 여인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그 시대의 재미난 상황을 반영한다.

 

김득신, 투전도, 종이에 담채, 22.4x27.0cm, 간송미술관(출처-출처자료1)

 

<밀희투전密戱鬪牋>이라고도 부르는 <투전도鬪牋圖>는 그 소재부터가 파격적인 속화다.
투전은 길고 두꺼운 종이에 인물, 새, 짐승, 곤충, 물고기 등으로 끗수를 나타내어 겨루는 도박이다.
당시 투전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몰래 즐긴다'란 뜻의 '밀희密戱'라는 말이 앞에 붙었다.
 
방안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적지 않은 판돈이 걸렸기 때문일 것이다.
안경은 당시에 여간한 사람이 아니면 쓰지 못할 만큼 비쌌다.
오른쪽의 혈색 좋아 보이는 사내도 돈푼깨나 있어보인다.
왼쪽 사내는 작은 체구지만 두둑한 돈주머니를 차고 있다.

오른쪽의 개다리소반에는 술병이 놓여있는데, 잔이 하나뿐인 것을 보면 술보다는 물이 들었을 것 같다.
비록 술이라고 하더라도 투전꾼들은 관심이 없다는 듯 상을 멀찌감치 밀어놓고 있다.
큰 돈이 걸렸는데 술이 웬말이냐고 등장인물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는 듯하다.
요강과 가래를 뱉는 타구를 곁에 놓아둔 것을 보면 밤을 새울 요량이다.

친구들 사이의 친선게임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투전도>는 돈이 본격적으로 인격을 좌우하기 시작하는 시대의 사회상을 어떤 풍속화보다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 이 작품이 없었다면 조선 후기 풍속화첩이 조금은 심심한 그림책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긍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출처
1. 이용희 지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https://gongu.copyright.or.kr/gongu/wrt/wrt/view.do?wrtSn=13216329&menuNo=200018(귀시도)
3.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71206023006(투전도)
4. 구글 관련 자료
 
2022. 5. 3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