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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우봉 조희룡 "홍매대련"

새샘 2022. 10. 19. 11:49

조희룡, 홍매대련, 종이에 담채, 각 127.5x30.2cm, 삼성미술관 리움(그림 출처-출처자료1)

 

자가 치운致雲, 호는 우봉又峰, 석감石憨, 철적鐵笛, 호산壺山, 단로丹老, 매수梅叟 따위의 십여 개를 가진 조희룡趙熙龍(1789~1866)은 완당 김정희의 제자로서 글씨나 난초 그림을 완당식으로 쓰고 그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당시 인 화풍에 바탕한 완당의 분위기를 살린 그림들을 중인 출신 화원들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런 추측이 가능한 것은 완당이 화평을 쓴 것으로 유명한 ≪예림갑을록藝林甲乙錄≫에 보면 그 알선자가 우봉이었다는 점이다.

 

조선 말기의 여항문인화가로서 중인 출신의 우봉 조희룡은 중인으로서의 자존심이 대단사람이었다.

그래서 중인과 중인 이하 사람들의 생애를 담은 ≪호산외사壺山外史라는 책도 지었다.

이 책에는 우리 회화사와 관련된 단원 김홍도를 비롯한 몇 사람의 내력도 들어 있다.

≪해외난묵海外蘭墨이란 책도 썼는데, 이 책은 완당이 두 번째 귀양살이로 북청에 갈 때 완당의 심복으로 찍혀 미움을 받던 조희룡도 영광 임자도 섬에 2년 동안 유배를 가 있으면서 쓴 것으로, 바다 건너 섬에서 썼다고 해서 붙은 책 이름이다.

 

조희룡은 산수도 그렸고, 난도 많이 그렸으며, 매화도 많이 그렸지만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매화이다.

난초는 스승인 완당이 있기 때문에 그 실력에 눌렸지만 매화는 완당이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완당처럼 청나라 화인들의 그림을 아주 좋아하고 숭배했다.

그가 숭배한 청나라 화가로서 묵죽으로는 판교板橋 정섭鄭燮, 매화에는 양봉兩峰 나빙羅聘이 있는데, 둘 다 양주팔괴揚州八怪에 속하는 아주 독특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조희룡은 귀양갈 때도 나빙 부자의 매화꽃을 가져가서 걸어놓고 보았다고 한다.

 

조희룡의 그림에는 거의 완당처럼 글씨와 시문詩文이 붙어 있으며,  

이런 형식의 그림인 <홍매대련紅梅對聯>이 조희룡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위아래로 긴 두루마리 그림에는 단로丹老 낙관이 찍혀 있으며, 청나라 풍이 살짝 가해진 매화 그림이다.

똑 같은 형식의 그림을 쌍이 되게 나란히 그린 대련도對聯圖로서, 좌우에 있는 두 작품이 각각 독립적으로 그려졌지만 함께 있어야 비로소 어울리는 그런 그림이다.

 

두 그림을 함께 놓고 보면, 왼쪽 아래 매화가 오른쪽 위로 뻗어가는 느낌이 든다.

죽은 듯 웅크리고 있던 두 그루 늙은 매화가 용트림하듯 화폭 밖으로 빠져나갔는가 싶으면 다시 화폭에서 살아나 나무 꼭대기에서 화사한 꽃을 토해낸다.

추사체로 쓴 제시題詩(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이나 감흥, 작가에 대한 평을 시구로 표현한 것) 두 작품 왼쪽과 오른쪽 바깥쪽에 써 넣음으로써 마치 그림 테두리 같은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이런 점들이 바로 이 홍매 그림에서처럼 대련 형식에서만 맛볼 수 있는 어울림이다.

 

오른쪽 그림 화제는 다음 내용이다.

 

해의 몸, 달빛, 검은 구슬과  [일백월화현日魄月華玄珠]

흰 기름, 다섯 가지 금속, 네 가지 누른 것은 [백고오금사황 白膏五金四黃]

모두 선가仙家의 단이다 [개선가지단야 皆僊家之丹也]

 

박산 향로에서 꾸준히 타는 불, 오랜 자기에 담긴 맑은 물과 [박산문화고옹청수 博山文火古甕淸水]

붉은 염료, 옥으로 만든 붓통 [연지옥관 胭脂玉管]

이것들이 화가가 단을 만드는 법이니 [차화가성단지법 此畫家成丹之法] 

대체로 이와 같도다 [개여시 蓋如是]

소향설관에서 봄날 단전도인 [소향설관 춘일 단전도인 小香雪館 春日 丹篆道人]

 

왼쪽 그림 위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내게 홍로주 한 잔이 있어 [아유홍로일작 我有紅露一勺]

칠할은 매화에 주고 [칠분공지매화 七分供之槑花]

삼할은 한서에 남겨 짓느니 [삼분유작한서물 三分留作漢書物]

책을 펴면 먼저 매복전을 읽는다 [개권선독매복전 開卷先讀梅福傳]

 

마지막으로 왼쪽 그림 아래 제시.

 

연지에 봄이 되어 여러 꽃이 솟아오르는데 [연지춘생만화병현 硏池春生卍花迸現]

하나의 꽃이 하나의 부처라 [일화일불 一花一佛]

사람을 부려 용화회에 참석하는 것과 같아 [사인여참용화회 使人如參龍華會]

위 그림이 의도한 것으로 [상이도 上以圖]

그림으로 불사를 하니 나부터 시작하누나 [화작불사자아시 畵作佛事自我始]

 

그림에 든 세 가지 제시에는 위에서부터 각각 도가道家(선仙), 유가儒家, 불가佛家 즉 유불선儒佛仙의 관념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 배경은 시대적 상황인지 아니면 조희룡의 관념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노론의 사고로 꽉찬 그의 유교 관념, 신선의 단약으로 불로장생을 꿈꾸는 그의 희망, 그리고 봄날 매화꽃을 용화회에 보인 중생의 모습을 담은 매화를 화폭에 가득 그려 넣은 것이 아닐까.

 

※출처

1. 이용희,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https://53chang.tistory.com/8718622

3. https://www.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106898

4. 구글 관련 자료

 

2022. 10. 19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