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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의 비밀과 체중의자 실험

새샘 2024. 9. 13. 10:49

산토리와의 체중의자 실험장치(사진 출처-출처자료1)

 

우리가 하루에 먹고 마신 것을 모두 모은 것과 하루에 배출하는 모든 배설물의 무게를 비교하면 놀랍게도 약 0.7~1킬로그램 정도가 몸 안에서 조용히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이를 연구하기 위해 몇십 년 동안 저울 달린 의자에서 먹고 마시고 용변을 본 과학자가 있었다.

그 과학자는 바로 체온계를 만든 이탈리아 의사 토리오 산토리오 Santorio Santorio(1561~1636)였다.

그는 갈릴레이 Galileo Galilei, 베살리우스 Andreas Vesalius와 동시대 의학자로 1600년대부터 과학적인 방법으로 인체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산토리오의 첫 번째 측정은 몸무게였다.

자신의 몸무게를 자주 재보던 산토리오는 식사 후 몸무게의 변화에 의문이 들었다.

먹은 만큼 몸무게가 늘지 않은 것이다.

먹은 양과 배설한 양을 비교해보면 항상 먹은 양이 많았다.

그때부터 그의 유명한 '체중의자 Weighing Chair' 실험이 시작되었다.

 

천장에 평형대를 달고 아래로 의자와 연결했다.

그리고 평형대 반대쪽에 자신의 체중과 비슷한 추를 달아 의자의 무게를 항상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의자 위에서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식사 전 모든 식음료의 무게를 측정하고, 소변과 대변의 무게를 측정해 기록했다.

이 실험 내용은 1614년 발표했는데, 결론은 "대변, 소변 이외에도 사람이 먹는 음식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보이지 않는 경로가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먹은 양과 배설한 양의 차이가 나는 비밀은 우리가 느끼지 못한 채 땀과 호흡을 통해 수분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불감수분손실不感水分損失 transpiration(불감발한不感發汗, 불감땀남, 증산蒸散/烝散)'이라 한다.

하지만 산토리오의 놀라운 관찰은 과학계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산토리오가 자신의 실험 결과를 확대 해석해 너무 큰 의미를 담으려 했다는 점이다.

산토리오는 먹은 양과 배설한 양의 차이로 모든 질병의 원인을 설명하려 했다.

자신의 인생이 담긴 실험이었으니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당시에는 과학적 사고가 이미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두루뭉술한 이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그의 실험이 정확한 측정으로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실험에 대한 열정이 뛰어났다고 해도 먹은 음식과 배설한 양을 수십 년 동안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모든 실험은 다른 과학자들이 반복하고, 옳음과 그름, 또는 다름을 확인할 수 있어야 즉 재현성再現性 Replicability이 있어야 좋은 평가를 받는데, 산토리오의 체중의자 실험을 재현한 의학자는 없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 실험 결과를 100% 신뢰할 수는 없다.

 

산토리오의 실험과 발명은 계속되었다.

그는 처음으로 체온계를 만들었고, 흔들이(진자振子) 현상을 이용해 맥박을 측정하는 맥파계脈波計 pulsilogium를 만들기도 했다.

제대로 된 이론이나 측정 장비가 없던 시대에 자신에게 주어진 과학기술을 이용해 최선의 측정 방법을 고안한 산토리오는 '실험생리학(실험 결과로 생명의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았다.

 

산토리오 이후로도 의학자들은 인체의 모든 것을 측정하기 위한 기술을 연마해나갔다.

이제 과학 이론은 더 이상 과학자의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반복적인 실험과 측정을 통해 증명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증명 과정이 바로 과학이 되었다.

이런 분위기는 당연히 의학에도 영향을 주었다.

하늘의 별을 보고 점성술로 질병을 진단하는 시대는 이렇게 저물어갔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반니, 2022)
2. 구글 관련 자료

 
2024. 9. 13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