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비타민의 역사 본문

글과 그림

비타민의 역사

새샘 2024. 10. 17. 21:24

제임스 린드의 역사적인 해상 실험

 

제임스 린드(출처-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A0%9C%EC%9E%84%EC%8A%A4_%EB%A6%B0%EB%93%9C)

 
잇몸 출혈로 시작해 사망에 이르는 특징적인 증상들을 고대 그리스 Ancient Greece 의 히포크라테스 Hippocrates of Cos(서기전 466~서기전 377)가 기록으로 남겼을 정도로 괴혈병壞血病 scurvy(비타민 C 결핍증 vitamin C deficiency)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질병이다.,
괴혈병을 뜻하는 '스커비 scurvy'는 바이킹 Vikings 전사들의 노르웨이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즉 바이킹들은 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느라 비타민을 섭취하지 못해 괴혈병의 위험에 노출되었는데, 바이킹들이 이 병의 예방을 위해 먹었던 북극지방의 약초 이름이 스커비초草 scurvy grass였다.
 
괴혈병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식민지 정복을 위해 몇 개월씩 바다를 누비고 다녔던 15세기 유럽인들에 의해서였다.
항해가 오랫동안 계속되자 선원들에게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다.
그들은 심한 피로감을 느끼면서 입안에서 피가 났으며, 온몸이 붓고 약해진 뼈가 쉽게 부러졌다.
그들에게 심한 성격 변화가 나타나면 질병의 끝에 다다른 신호였으며, 환자는 얼마 안 가 감염으로 사망했다.
원인을 알 수 없었던 괴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가지 치료법을 혼란스럽게 사용하던 상황에서 한 군의관이 민간요법을 모아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비교하려 했다.
1747년 영국 England 함대의 군의관 제임스 린드 James Lind(1716~1794)는 괴혈병 환자가 하나둘 나타나자 의학 역사에 길이 남을 비교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환자 12명을 두 명씩 여섯 그룹으로 나누어 그간 알려진 괴혈병 치료제를 각각 임상시험했다.
 
   1그룹 : 사과즙
   2그룹 : 황산이 일부 함유된 조제 물약
   3그룹 : 식초
   4그룹 : 오렌지, 레몬
   5그룹 : 향신료가 든 죽
   6그룹 : 바닷물
 
시험에 사용된 재료들이 사과, 식초, 오렌지, 레몬인 것으로 보아 당시 사람들은 뭔가 시큼한 것을 먹으면 괴혈병 증세가 호전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시큼한 것의 주 성분을 '산酸 acid'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가장 강한 산인 황산이 시험약물로 사용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히려 6그룹의 바닷물이다.
어떤 약이 효과가 있는지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는 약을 투여한 별도의 그룹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환자들은 치료 방법과 관계없이 일단 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심리적으로 질병이 호전되었다는 느낌(속임약 효과 또는 플라세보 효과 placebo effect)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실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린드의 임상시험에서 바닷물을 먹은 환자들이 호전되었다면 다른 그룹에게 투여했던 약물의 효능마저 믿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치료를 받은 그룹을 실험군實驗群 experimental group, 아무런 효과가 없는 치료를 받은 그룹을 대조군對照群 control gruop이라 한다.

제임스 린드의 실험은 사상 첫 '실험군-대조군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학적으로 큰 의의가 있었다.

 
불과 1주일 만에 뚜렷한 실험 결과가 나왔다.
오렌지와 레몬을 4그룹은 거의 완치되었고, 사과즙을 먹은 1그룹은 약간 호전되는 효과가 있었다.
대조군인 6그룹을 포함한 나머지 그룹은 효과가 없었다.
괴혈병 치료제로 산 성분이 아무 효과가 없음이 입증된 것이다.
지금은 오렌지, 레몬 속의 비타민 C가 괴혈병을 치료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비타민 C는 우리 몸의 구조를 지탱하는 콜라겐(아교질) collagen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물질로서, 콜라겐이 결핍되면 우리 몸의 거의 모든 부분이 무너져 내린다.
괴혈병을 예방하려면 비타민 C가 많이 든 과일과 채소를 먹으면 되겠지만, 이런 종류는 배에서 오래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수개월씩 이어지는 긴 항해를 해야 하는 선원들이 괴혈병에 걸린 것이다.
 
시대를 앞서간 놀라운 실험이었지만, 제임스 린드의 1753년 괴혈병에 관한 논문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괴혈병과 오렌지, 레몬의 관계를 린드가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린드는 4체액설을 믿었기 때문에 바다의 습한 공기가 선원들의 땀구멍을 막아 체액의 배출이 방해되어 괴혈병이 발생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레몬이 괴혈병에 효과가 있었던 이유는 레몬의 어떤 성분이 땀구멍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그 원리가 어떻든 선원들의 경험이 전파되면서 오렌지, 레몬을 이용한 괴혈병의 치료가 조금씩 늘어났다.

린드의 논문이 나오고 무려 40년이 지난 뒤 가장 보수적이라는 영국 해군은 항해할 때 레몬과 라임을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해상 보급품으로 결정했다.

린드가 발견한 물질의 정체는 170여 년이 지나서야 밝혀지게 된다.
 
 

애트워트와 식품영양학

 

윌버 올린 애트워터(출처-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SM_V71_D574_Wilbur_Olin_Atwater.png)

 
영국 화학자 윌리엄 프라우트 William Prout(1785~1850)는 1827년 우리가 먹는 영양소가 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4대 영양소로 이루어졌음을 밝혀냈다(영양소 명칭은 나중에 붙여졌지만...).
프라우트에 이어 영양학의 아버지라 평가받은 미국 USA 화학자 윌버 올린 애트워터 Wilbur Olin Atwater(1844~1907)는 호흡 열량계 respiratory spirometer 실험을 수행했다.
완전히 밀폐된 방에서 실험 대상자가 5일을 보내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신체 활동을 측정해 열량을 계산하는 실험이었다.
이 실험은 산토리오 산토리오  Santorio Santorio(1561~1636)가 먹은 양과 배설한 양을 비교하는 체중의자 weighting chair 실험(새샘 블로그 2024. 9. 13 '땀의 비밀과 체중의자 실험' https://micropsjj.tistory.com/17041087 참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실험을 통해 애트워트는 당시 유통되던 4,000가지 식품의 열량과 영양가를 계산해 발표했다.
그가 제안한 흡수율 공식(애트워트 계수 Atwater's coefficient)에 따라 1g 당 탄수화물이 4 kcal, 단백질이 4kcal, 지방이 9kcal의 열량을 각각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애트워트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3대 영양소에 대한 위대한 연구 업적을 남겼지만, 그 역시 비타민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영양의 균형에 대한 개념 또한 없었다.
계산에 따라 애트워터는 영양소가 거의 없는 야채와 과일을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며, 대신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크만과 각기병(비타민 B1 결핍증)

 

크리스티안 에이크만(출처-나무위키 https://namu.wiki/w/%ED%81%AC%EB%A6%AC%EC%8A%A4%ED%8B%B0%EC%95%88%20%EC%97%90%EC%9D%B4%ED%81%AC%EB%A7%8C)

 
각기병脚氣病 beriberi은 비타민 B1(티아민 thiamine)이 부족해 생기는 병으로 주로 쌀을 주식으로 먹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했다.
티아민이 부족하면 초기에는 팔다리에 힘이 없고 감각이 둔해지는 느낌으로 시작해 병이 진행되면 신경염이 심해지면서 특히 다리가 붓고 아프고, 힘이 없어 잘 걷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다리 각脚' '기운 기氣' 병이다.
심하면 사망하기도 한다.
각기병의 영어 단어 베리베리 Beriberi는 '나는 할 수 없다'는 무력증을 나타내는 스리랑카 Sri Lanka 원주민 언어에서 기원했다.
 
벼를 추수해 겉껍질을 벗겨내면 약간 노란색이 나는 쌀이 되는데 이를 '현미玄米 brown rice'라고 한다.
현미는 색깔과 색감이 좋지 않아 정미 과정을 거쳐 속꺼풀을 벗겨내면 우리가 더 자주 찾는 하얀 쌀 즉 '백미白米'가 된다.
방앗간의 정미 기술이 발달해 현미의 속꺼풀을 완벽하게 제거한 백미를 먹으면서 각기병 환자가 갑자기 늘어났다.
알고 보니 벗겨낸 현미의 속꺼풀에 비타민 B1이 듬뿍 들어 있었던 것이다.
주로 좋은 쌀(백미)을 먹었던 부유한 동아시아인 집안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해 예전 사람드은 각기병을 유전병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세균학이 발전한 서양에서는 각기병의 원인을 미생물에 의한 감염이라 생각했다.
점령지에 주둔하고 있던 네덜란드 Netherlands 군의관 크리스티안 에이크만 Christiaan Eijkman(1858~1930)도 처음에는 각기병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크만은 양계장의 닭들이 마치 각기병에 걸린 사람처럼 다리가 약해져 잘 걷지 못하는 것을 우연히 관찰하게 되었다.
각기병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관찰이 가능했을 것이다.
닭들의 증상이 각기병과 비슷하다 생각한 에이크만은 닭들을 좀 더 관찰하기로 했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양계장에 가서 살펴보니 아팠던 닭들이 멀쩡해져 있었다.
그사이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닭들이 아팠던 시기와 건강했던 시기의 차이를 꼼꼼히 확인한 에이크만은 닭들에게 모이를 주었던 취사병이 그 시점을 전후로 바뀐 것을 알았다.
그리고 닭들이 아팠던 시기에 근무한 취사병은 닭에게 백미를, 닭들이 건강했던 시기에 근무한 취사병은 닭에게 현미를 먹인 것도 알게 되었다.
사료의 차이 말고 닭들의 변화를 설명해주는 것은 없었다.
 
각기병에 걸린 닭에게 현미의 속꺼풀과 쌀겨를 먹이자 다시 건강해지는 것을 확인한 에이크만은 현미에 들어 있는 특별한 물질이 백미에 들어 있는 독성물질을 제거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에이크만은 교도서의 죄수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에이크만이 교도소 죄수를 대상으로 한 각기병 임상시험 결과>

  실험대상 교도소 수 각기병 발생 교도소 수 비율(%) 실제 환자수(명)
현미 37 1 2.7 1
현미 + 백미 13 6 46.2 416
백미 51 36 70.6 3,900

 
결과는 명백했다.
깨끗하고 좋은 백미를 먹은 죄수가 현미를 먹은 죄수보다 각기병에 걸릴 확률이 엄청나게 높게 나왔다.
에이크만은 비록 각기병의 원인이 백미의 독성물질이 아니라 백미의 영양소 부족임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음식 영양소와 질병의 관계를 실험을 통해 증명해냈다.
이 공로로 에이크만은 192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카시미어 풍크(출처-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B9%B4%EC%A7%80%EB%AF%B8%EB%A5%B4_%ED%92%8D%ED%81%AC)

 
폴란드 Poland 출신 미국 화학자 카시미어 풍크 Casimir Funk(1884~1967)는 쌀겨에서 각기병을 막아주는 성분을 발견했다.
그 물질이 바로 비타민 B1인 티아민이었다.

풍크는 비타민 B1이 특정한 화학 구조인 '아민 기 amine group, —NH2'를 갖고 있음에 착안해 그 물질을 생명을 뜻하는 라틴어인 '비타 vita'와 '아민 amine'을 합쳐 '비타민 vitamine'이라 이름 붙였다.

풍크는 비타민은 한 종류가 아니고 적어도 4가지 이상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그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이후 아민 구조를 갖고 있지 않은 비타민이 추가로 발견되자 비타민의 영어 철자가 끝부분의 e가 빠진 '비타민 vitamin'으로 수정되었다.

 
 

구루병과 야맹증의 발견 — 비타민 A와 D

 

프랜시스 글리슨(출처-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D%94%84%EB%9E%9C%EC%8B%9C%EC%8A%A4_%EA%B8%80%EB%A6%AC%EC%8A%A8)


영국 의사 프랜시스 글리슨 Francis Glisson(1597~1677)
어린아이들의 다리가 '오 O'자 모양으로 휘는 특이한 질병을 발견횄다.
그 질병을 서양에서는 리켓츠 rickets, 우리는 구루병佝僂病이라 부르는데, 모두 '굽었다'는 뜻을 갖고 있다.
구루병을 치료하기 위해 민간에서 쭉 사용했던 약은 동물의 '간'이었다.
원래 동물의 간은 전통적으로 만병통치약으로 쓰였고, 경험적으로 구루병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우리의 고전문학인 ≪별주부전≫도 어느 정도는 의학적인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동물의 간은 비싸고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짐승의 간 대신 생선의 간을 먹기도 했다.
다행히 생선의 간으로 만든 기름인 '간유肝油 liver oil'도 구루병에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간유는 또 다른 질병의 치료제로도 인기리에 사용되고 있었다.
바로 '밤소경증(야맹증夜盲增) night blindness'이었다.
밤소경증은 말 그대로 밤에 잘 안 보이는 병이다.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눈물이 분비되지 않고 각막이 건조해져 각막의 염증과 변형으로 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행히 간유를 복용하면 밤소경증이 호전되었다.
사람들은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간유라는 누르스름한 생선 간기름을 이용해 경험적으로 구루병과 야맹증을 치료해왔던 것이다.
사실 역사상 유명한 약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발견되었다.
일단 효과가 있으니 한동안 사용하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약이 어떤 이유로 효과가 있는지 나중에 밝혀지는 것이다.
 
 

프레데릭 홉킨스(출처-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D%94%84%EB%A0%88%EB%8D%94%EB%A6%AD_%EA%B0%80%EC%9A%B8%EB%9E%9C%EB%93%9C_%ED%99%89%ED%82%A8%EC%8A%A4)

 
영국 화학자 프레데릭 홉킨스 Frederick Gowland Hopkins(1861~1947)는 영양이 충분한 음식을 생쥐에게 먹인 뒤 생쥐의 영양 상태와 성장을 주기적으로 측정했다.
그런데 영양이 충분한 식단을 먹였는데도 쥐의 성장이 어느 순간부터 정지된 것을 발견했다.
홉킨스는 쥐를 다시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음식을 쥐에게 먹여본 결과 극소량의 우유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체 음식의 1~2%밖에 안 되는 극소량의 우유 성분이 쥐를 다시 자라게 해준 것이다.
홉킨스는 극소량이지만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필수적인 성분이 있고, 그것을 섭취하지 않으면 성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홉킨스가 발견한 그 성분은 보조식품 인자 accessory food factors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본격적인 비타민 연구의 시작점이 된 이 발견으로 홉킨스는 192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엘머 매컬럼(출처-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97%98%EB%A8%B8_%EB%A7%A4%EC%BD%9C%EB%9F%BC)

 
1914년 미국 생화학자 엘머 매컬럼 Elmer McCollum(1879~1967) 실험용 쥐의 밤소경증이 버터 butter로 호전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버터 속에 들어있는 밤소경증 치료 성분을 '요소 A Factor A'라고 이름 지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 화학자 에드워드 멜란비 Edward Mellanby(1884~1955) 구루병에 걸린 강아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버터가 구루병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간유뿐 아니라 버터에도 밤소경증과 구루병에 효과가 있는 영양소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버터와 간유에 들어 있는 각각의 영양소는 같은 한 종류일까 아니면 서로 다른 두 종류일까?
 
홉킨스는 1920년 버터나 간유에 열을 가하면 밤소경증 치료 능력이 사라지는 것을 밝혀냈다.
열에 의해 요소 A가 쉽게 파괴된다는 얘기였다.
흥미로운 점은 밤소경증 치료 효과가 사라진 버터와 간유가 여전히 구루병에는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결과는 그동안 연구자들이 찾고자 했던 밤소경증과 구루병을 치료해준 영양소가 서로 다른 종류임을 뜻했다.
열에 의해 파괴되는 밤소경증 치료 영양소는 요소 A라는 이름에서 비타민 A라 불리게 되었고, 열에 강한 구루병 치료 영양소는 먼저 발견된 비타민 B, C와 중복되지 않도록 비타민 D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한편, 미국 의사 알프레드 파비안 헤스 Alfred Fabian Hess(1875~1966)는 1921년 구루병 환자의 발생이 계절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다소 엉뚱하지만 햇볕을 많이 쬐는 계절에 구루병 환자가 줄어들었다.
햇빛과 구루병이 어떤 관련이 있단 말인가?
햇볕만 쬐어도 우리 몸에서 구루병을 치료하는 영양소가 만들어진다는 걸까?
고민하던 헤스는 1925년 발표된 한 논문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논문에는 식물성 콜레스테롤 cholesterol에 햇볕을 쫴면 구루병에 효과가 있는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영양소 연구와 콜레스테롤 연구가 서로 만나게 되었다.
 
헤스는 인간의 피부층에 있는 콜레스테롤도 햇빛을 이용해 구루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콜레스테롤 연구의 권위자인 독일 Germany의 아돌프 빈다우스 Adolf Windaus(1876~1959)와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은 피부에 햇볕을 쬐었을 때 구루병을 치료하는 영양소로 바뀌는 콜레스테롤의 정체를 찾는 것이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로 밝혀진 영양소가 비타민 D3(콜레갈시페롤 cholecalciferol)였고 빈다우스는 192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혼자 수상했다는 사실이 미안했던 빈다우스는 헤스와 노벨상 상금을 나누었다.
 
뼈가 약해지는 구루병과 밤에 잘 안 보이는 밤소경증을 치료하기 위해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간유와 버터를 사용해왔다.
그 두 가지 음식을 이용해 많은 과학자들이 생명에 필수적인 영양소인 비타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비타민 A와 비타민 D였다.
우리는 수업 시간에 간단하게 A는 밤소경증, B는 각기병, C는 괴혈병, D는 구루병이라 외우고 시험문제 또한 간단했지만, 그 한 줄에는 수많의 의학자들의 평생을 바친 열정과 노력이 담겨 있다.
 
 

뱀파이어처럼 변한 사람들  펠라그라의 비밀과 비타민 B3

 

펠라그라의 3대 증상(피부염, 설사, 치매)과 예방을 위한 필수아미노산(트립토판, 니아신)(출처-https://openwiki.kr/med/pellagra)

 
옥수수는 환경이 좋지 않은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 빨리 잘 자라기 때문에 남아메리카 South America에 고대 문명을 꽃피웠던 마야인 Mayans과 잉카인 Incas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남아메리카 고대 제국들을 멸망시켰던 유럽인 Europeans들에 의해 옥수수는 곧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일부 사람들이 뱀파이어 Vampire처럼 변한 것이다.
그 병의 이름은 펠라그라 pellagra였다.
 
펠라그라는 외우기 쉽게 3D, 즉 Dermatitis(피부염), Diarrhea( 설사), Dimentia(치매) 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첫째는 피부병으로 초기에 입술이 심하게 갈라진다.
이어서 전신 피부도 심하게 거칠어진다.
펠라그라라는 병 이름도 '거친 피부 pell agra'라는 이탈리아어 Italian에서 왔다.
두 번째 증상은 설사다.
설사약에도 잘 반응하지 않아 탈수 증상이 뒤따르고 가뜩이나 건조한 피부가 더욱 건조해진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세 번째로 신경 증상이 나타나는데 주로 신경이 예민해져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한다.
펠라그라 환자의 피부염은 빛을 받으면 더욱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예민하고 공격적인 환자들의 모습이 합쳐져 펠라그라 환자들 얘기는 뱀파이어 전설의 한몫을 담당했다.
 
 

조지프 골드버거(출처-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Joseph_Goldberger)

 
1914년 미국 역학조사원 조지프(또는 조셉) 골드버거 Joseph Goldberg(1874~1929)는 펠라그라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역학조사원은 질병의 원인과 발생 경로를 추적하는 사람이다.
당시에는 펠라그라의 원인을 전혀 몰랐으며, 미생물이 전염되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하지만 골드버거가 조사한 결과 전염병으로 생각하기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다.
이는 펠라그라 환자와 접촉한 의사, 간호사, 병원 직원들 중 전염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환자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영양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거 뭔가 잘못 먹어 생긴 병이 아닐까?"
자연스러운 의문이었다.
골드버거는 실험으로 규명해보기로 했다.
 
골드버거는 펠라그라를 앓는 아이들이 많은 지역의 고아원 두 곳을 골라 한곳은 우유, 달걀, 고기 등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공급하고, 다른 곳은 기존의 식단대로 식사를 하게 했다.
그 결과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먹은 고아원 아이들은 펠라그라 증상이 호전되고 재발하지도 않았다.
반면 기존 식단대로 음식을 먹은 고아원 아이들은 펠라그라로 인한 고통이 지속되었다.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이번에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질병을 유발시켜보기로 했다.
골드버거는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인체 실험을 계획했다.
실험에 지원하면 사면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범죄자 11명이 지원했다.
그들을 대상으로 영양분이 부족한 식사를 6개월 동안 제공했더니 그중 6명이나 펠라그라 증상이 나타나 그의 생각이 옳았음이 확인되었다.
 
마지막으로 전염성이 없음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일이 남았다.
골드버거 연구팀은 펠라그라에 걸린 환자들의 혈액을 자신들에게 주입했다.
다소 위험한 시도였지만 골드버거는 전염성이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혈액뿐 아니라 환자들의 각종 분비물(소량이기는 하지만 소변, 대변까지)을 섭취하는 실험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연구팀 중 어느 누구도 펠라그라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렇게 골드버거는 1916년 펠라그라가 전염성이 없으며, 영양소 결핍에 의한 질환임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다음 단계는 어떤 영양소 때문에 펠라그라가 발생하는지 찾을 차례였다.
그는 펠라그라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개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먹여 특정한 효모 성분에 의해 증상이 좋아짐을 밝혀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골드버거의 실험은 여기까지였다.
그는 이 업적으로 다섯 차례나 노벨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매우 과학적인 대조군 연구를 통해 질병의 원인을 확인했던 체계적인 접근법은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1937년 미국 생화학자 콘래드 엘베힘 Conrad Elvehjem(1901~1962)이 펠라그라와 관련된 영양소를 찾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비타민 B3였는데 니아신 niacin 또는 니코틴산 nicotinic acid이라고도 불린다.
비타민 니코틴산과 담배의 니코틴 nicotine은 서로 관련이 없는데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비타민 B3는 니아신으로 더 많이 불린다.
 
 

(왼쪽)석회수로 처리하기 전의 옥수수와 (오른쪽)처리한 후의 옥수수(출처-출처자료1)

 
그렇다면 유럽 사람들이 남아메리카에서 가져온 옥수수를 먹고 펠라그라에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먹었던 옥수수에는 트립토판 tryptophan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트립토판은 우리 몸에 들어와 니아신으로 변하는 물질이다.
그런데 의문점이 하나 남는다.
왜 유럽에서만 이 질환이 문제가 된 것일까?
남아메리카 원주민은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사실 남아메리카 원주민에게는 예부터 옥수수를 영양가 있게 만드는 조리법이 전해오고 있었다.
펠라그라를 경험한 선대 원주민들이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든 방법이었을 것이다.
조리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말린 옥수수 알갱이를 알칼리인 석회수와 함께 푹 찌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옥수수 알갱이가 말랑말랑해지고 맷돌로 갈기가 쉬워진다.
이 과정을 통해 옥수수에 들어 있는 니아신이 파괴되지 않고 잘 보존될 수 있었다.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옥수수 요리법을 닉스타말화 nixtamalization 방법이라 한다.
 
 

악성빈혈(비타민 B12)과 거대적혈모구빈혈(비타민 B12 및 엽산)

 

조지 마이넛(출처-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George_Minot)

 
악성빈혈 pernicious anemia이란 코발라민 cobalamin이라는 비타민 B12가 부족해 생기는 치명적인 빈혈이다.
1822년 발견된 이 질병은 일반적인 철분 치료는 효과가 없다.
연구자들은 악성빈혈로 사망한 환자들의 위가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심하게 주름지고 위축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점막이 손상되어 음식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악성빈혈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1926년 미국 의학자 조지 마이넛 George Minot(1885~1950)은 소의 간이 악성빈혈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역시 몸의 화학공장인 간은 정말 다양한 영양소를 갖고 있다.
마이넛은 45명의 악성빈혈 환자들을 소의 간으로 6개월 안에 모두 완치시키는 엄청난 결과를 얻어내 193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악성빈혈의 원인이었던 영양소가 비타민 B12였으며, 이것의 화학 구조를 밝힌 영국의 화학자 도로시 호지킨 Dorothy Hodgkin(1940~1994)도 1964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비타민 연구는 노벨상이 매우 사랑하는 주제다.
 
1931년 인도 India 뭄바이 Mumbai에서 일하던 영국 혈액학자 루시 윌스 Lucy Wills(1888~1964)는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 가난한 인도 여성들이 임신 중 빈혈이 생기고 미숙아를 분만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빈혈 여성들의 혈액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적혈구가 정상보다 크면서 미성숙한 모양임을 확인했다.
거대적혈모구빈혈 megaloblastic anemia을 최초로 관찰한 순간이었다.
미성숙한 적혈구를 적혈모구赤血母球(또는 적모구) erythroblast라 하는데 거대한 적혈모구가 보이는 빈혈이란 뜻이다.
윌스는 철분도 공급해보고 간 추출물도 투여해보았지만 빈혈의 치료에는 효과가 없었다.
임신 중 부족하면 빈혈을 일으키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영양소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윌스는 인공적으로 빈혈을 유발시킨 실험용 쥐에게 여러 음식을 먹여 치료제를 찾아냈다.
이렇게 발견한 영양소가 엽산葉酸(비타민 B9 또는 비타민 M)이다.
처음에 시금치 잎에서 추출했기에 라틴어의 잎 folium에서 유래한 폴산 folic acid이라 불렀고, 우리말 엽산도 '나뭇잎에서 나온 산'이라는 뜻이다.
 
알고 보니 엽산은 적혈구를 정상적으로 생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단백질의 초기 단계인 아미노산과 유전물질인 핵산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필수적인 영양소였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1992년부터 미국에서 임신을 준비 중인 모든 여성에게 엽산 섭취를 권장했고, 1998년부터 빵, 시리얼 등에 의무적으로 엽산을 첨가하도록 했다.
임신하면 평소의 8배 정도의 엽산이 필요했기 때문에 엽산을 보충하지 않으면 빈혈이 더 잘 발생한다.
엽산은 신선한 야채(상추, 시금치, 브로콜리)에 많이 들어 있다.
또한 태아 신경계를 형성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영양소이기 때문에 임신 진단이 되면 곧바로 복용한다.
우리의 식단은 서양에 비해 야채가 풍부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엽산 첨가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있다.
 
 

센트죄르지와 신만이 아는 당 비타민 C

 

알베르트 센트죄르지(출처-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Albert_Szent-Gy%C3%B6rgyi)

 
사과를 깎아놓으면 색깔이 금세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를 '갈변褐變현상'이라 한다.
사과에 든 어떤 물질과 산소가 반응해 색깔을 변하게 하는 색소가 만들어진다.
산소와 반응하는 것을 산화반응이라 하므로 사과의 갈변현상은 산화반응이다.
헝가리 생화학자 알베르트 센트죄르지 Albert Szent-Györgyi(1893~1986)는 사과의 갈변현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그는 사과가 왜 갈변현상을 일으키는지가 아니라 이를테면 감귤 같은 과일이 왜 갈변현상을 일으키지 않는지 궁금해했다.
관점을 바꾸자 그는 바로 핵심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갈변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과일은 산화반응을 억제하는 물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센트죄르지는 감귤 추출액을 바르면 다른 과일의 갈변현상이 확실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가설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사과에 레몬즙을 뿌리면 깎아놓은 사과의 변색을 막을 수 있다).
 
센트죄르지는 갈변현상이 없는 과일이 갖고 있는 항산화물질(산화현상을 억제하는 물질)을 실험실에서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자신이 찾은 물질을 일종의 당이라고 생각했다.
포도당을 글루코스 glucose라고 하는 것처럼 당과 관련된 물질의 이름은 대부분 '오스( ose)'로 끝난다.
그래서 센트죄르지는 자신이 찾은 항산화물질의 이름을 유머스럽게 '아무도 모르는 당'이라는 뜻의 '이그노오스 Ignose' 또는 '신만 아는 당'이라는 뜻의 '갓노스 Godnose'라고 붙였다.
하지만 논문 잡지 편집장이 그 이름을 받아들이지 않아 1928년 뭔가 있어 보이는 '헥수론산 hexuronic acid'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센트죄르지는 자신이 발견한 헥수론산을 다른 전문가들에게 보내 기존 물질과 비슷하지 않은지 검토했다.

그 과정에서 헥수론산이 비타민 C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이 1932년에 밝혀졌다.
1753년 제임스 린드에서 시작된 비타민 C의 역사는 1937년 센트죄르지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으며 마무리되었다.

 
 

비타민 K의 발견 담과 도이지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딱지처럼 굳는 것은 혈액이 응고되기 때문인데,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마지막 단계에서 '트롬빈 thrombin'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면 트롬빈이 섬유소(피브린) fibrin이라는 물질을 만들고, 섬유소가 그물 모양으로 굳어가면서 주변에 있는 세포들을 끌어당겨 피덩이(피떡) blood clot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트롬빈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영양소가 비타민 K다.
 
 

카를 담(출처-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ki/Category:Henrik_Carl_Peter_Dam?uselang=ko)

 
비타민은 성질에 따라 수용성水溶性과 지용성脂溶性으로 구분한다.
수용성이란 물에 잘 녹는다는 뜻이고, 지용성은 물에는 잘 녹지 않고 기름에 잘 녹는다는 뜻이다.
버터와 간유에 들어 있었던 비타민 A와 D는 지용성, 비타민 B와 C는 수용성이다.
1929년 덴마크 Denmark 생화학자 카를 담 Carl Dam(1895~1976)은 지용성 비타민을 제거한 모이를 닭에게 먹였다.
그러자 닭들에게 특이한 증상이 나타났다.
몸 여기저기 피멍이 들고 잦은 출혈 소견이 관찰되었으며, 피가 굳는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
닭을 포함한 조류는 포유류에 비해 혈소판 숫자가 적기 때문에 이런 반응을 관찰하기가 더 쉽다.
적절한 실험 대상을 고르는 것 자체부터 실험자의 능력이거나 행운이다.
 
담은 어떤 영양소 때문에 닭들의 혈액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했다.
가장 먼저 의심할 수 있는 영양소는 먹이에서 제거했던 지용성 비타민 A와 D였다.
하지만 그것들을 먹여도 닭의 출혈은 호전되지 않았다.
비타민 A와 D 외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지용성 영양소가 더 있었던 것이다.
출혈 질환에 걸린 닭들에게 다양한 모이를 먹이던 담은 1934년 '삼나무 씨앗'이 치료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고, 혈액 응고에 중요한 그 성분을 비타민 K라고 불렀다.
발견 순서에 따라 알파벳이 붙던 비타민에 갑자기 K가 붙은 이유는 혈액 응고가 덴마크어 Danish로 '코애굴라숀 Koagulation(영어는 coagulation)'이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도이지(출처-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97%90%EB%93%9C%EC%9B%8C%EB%93%9C_%EC%95%A0%EB%93%A4%EB%B2%84%ED%8A%B8_%EB%8F%84%EC%9D%B4%EC%A7%80)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비타민 K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중 가장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이는 미국 생화학자 에드워드 도이지 Edward Doisy(1893~1986)였다.
그는 1939년 식물성과 동물성, 두 종류의 비타민 K를 각각 결정으로 분리하는데 성공했고, 화학 구조를 분석해 자연에 존재하는 것과 똑 같은 비타민 K를 실험실에서 합성하는데도 성공했다.
이 업적을 인정받아 카를 담과 에드워드 도이지는 194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비타민 이야기의 총정리

 
영국 군의관 린드는 괴혈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선상에서 역사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오렌지와 레몬을 먹었을 때 괴혈병이 호전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네덜란드 군의관이었던 에이크만은 양계장이 닭들이 모이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에 착안, 백미와 현미를 비교 연구해 각기병의 원인인 비타민 B1(티아민 thiamine)을 발견했다.
 
영국 화학자 홉킨스는 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극소량의 필수영양성분이 있음을 알아냈다.
그와 동시대의 연구자들은 버터, 우유, 간유 등을 영양 결핍 동물들에게 먹임으로써 밤소경증의 원인인 비타민 A와 구루병의 원인인 비타민 D의 존재를 알아낼 수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햇빛이 강한 계절에 구루병의 발생이 줄어듦에 착안해 피부층의 콜레스테롤과 비타민 D의 관계가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영양 결핍을 피하기 위해 옥수수를 특별한 조리법에 따라 요리했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유럽인들은 영양소가 부족한 상태의 옥수수를 먹고 펠라그라 질환에 시달렸다.
미국의 골드버거는 환자의 분비물을 스스로 투여하는 실험을 통해 펠라그라가 전염성이 없음을 증명했고, 이후의 학자들이 펠라그라가 비타민 B3가 부족해 생기는 질병임을 밝혔다.
그 밖에도 비타민 연구를 통해 악성빈혈(비타민 B12), 거대적혈모구빈혈(비타민 B12 및 엽산)이 영양소 결핍에 따른 질병이라는 것도 알려졌다.
 
최초로 역사에 나타난 비타민이었던 비타민 C는 헝가리 생화학자 센트죄르지의 뛰어난 아이디어에 힘입어 존재가 증명되었다.
혈액 응고 질환과 관련이 깊은 비타민 K는 덴마크의 담이 닭에게 제한된 영양소를 주는 실험을 통해 발견했다.
비타민 연구는 무려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의화학계 최고의 연구 주제였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반니, 2022)
2. 구글 관련 자료
 
2024. 10. 17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