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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반도도

새샘 2025. 2. 9. 16:20

<꽃이 피는 데 삼천 년 걸리는 천도복숭아>

해학반도도 8곡 병풍, 19세기 후반, 비단에 채색, 140x384cm, 개인(출처-출처자료1)

 

 

궁중 장식화에는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장생도十長生圖, 궁모란도宮牡丹圖, 책가도冊架圖, 요지연도, 해학반도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요지연도瑤池宴圖는 중국의 서왕모西王母 전설을 그린 것이다.

중국 옛 문헌인 ≪죽서기년竹書紀年≫과 ≪목천자전穆天子傳≫에 따르면 서왕모의 거처인 곤륜산崑崙山에 있는 요지瑤池란 연못 주변에는 아주 오래된 복숭아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이 복숭아나무는 구불구불한 줄기가 마치 반룡蟠龍(아직 승천하지 아니하고 땅에 서려 있는 용)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반도蟠桃라 하고, 여기에 열리는 복숭아 열매를 천도天桃라고 부른다.

 

이 복숭아나무는 꽃이 피는 데 삼천 년, 열매가 맺히는 데 삼천 년, 열매가 익는 데 삼천 년이 걸린다고 한다.

한나라 때 동방삭東方朔은 곤륜산에 몰래 들어가 천도 열 개를 훔쳐 먹고 삼천갑자三千甲子(60년×3천=18만 년)를 살았다고 한다

서왕모는 요지의 천도복숭아가 익을 때면 신선들을 모아서 잔치를 벌였다.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천하를 평정하고 세상을 주유하다 서왕모의 생일인 음력 3월 3일 삼짇날, 서왕모를 찾아 요지에 갔을 때 대접받은 것도 천도였다.

이를 그린 것이 <요지연도>다.

<요지연도>는 서왕모가 주 목왕에게 연회를 베풀어주는 장면을 중심으로 한쪽에는 신비로운 복숭아를 그려 넣고 다른 한쪽으로는 여러 신선들이 요지를 향해 바다를 건너오는 모습을 그렸다.

공간 구성을 보면 불화 중에서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의 극락 장면은 연상케 하여 신선 사상의 이상향을 보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

이런 장식 그림은 궁중에서도 왕비나 대왕대비의 거처에 잘 어울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지연도의 유래로 보아 중국에서 전해진 도상圖像(종교나 신화적 주제를 표현한 미술 작품에 나타난 인물 또는 형상)을 그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조선왕조의 궁중 장식화에는 요지연도에서 서왕모 이야기는 제외하고 신비로운 복숭아 이야기만 따로 떼어 환상적인 장식화로 그린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라는 것이 있다.

 

 

해학반도도 8곡 병풍 부분(출처-출처자료1)

 

<해학반도도>는 구불구불하게 자란 신비로운 천도복숭아 나무에 싱싱하고도 탐스러운 천도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모습이 화면의 중심을 차지한다.

화면 한쪽에는 하얀 물거품 포말(泡沫)을 일으키는 바다가 있고 그 위로 상서로운 학이 저마다의 몸짓으로 하늘을 나는 바다 풍경화다.

가히 신선 세계의 환상적인 풍광이라 할 수 있다.

 

<해학반도도>는 십장생도와 좋은 짝을 이룬다.

청록진채를 기본으로 하면서 바다에는 흰 물결이 일고 하늘에는 붉은 해와 수십 마리의 학이 날고 있다.

<십장생도>와 마주 놓으면 하나는 산수와 사슴, 하나는 바다의 학을 주제로 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선경仙境에 이른 듯한 감동이 일어난다.

실제로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십장생도>와 <해학반도도>가 합쳐진 병풍도 있다.

 

해학반도도 병풍은 오늘날 수십 점이 전하여 국공립·사립미술관과 유명한 개인 컬렉션에는 8곡, 10곡의 명작들이 한두 점씩 소장되어 있고 평양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도 한 점 있다.

그중 미국 하와이 오아후 섬에 있는 호놀룰루미술관 Honolulu Museum of Art에 소장된 12곡 병풍에는 금박까지 더해져 대단히 화려하고 장식성이 높다.

 

오늘의 입장에서 보면 같은 전설에 기반한 그림이라도 <해학반도도>가 <요지연도>보다 더 인기 있고 감동적이다.

<요지연도>에 등장하는 인물은 어쩔 수 없이 중국풍이어서 친근감이 적은 데 반해, <해학반도도>의 주제는 상상 속의 자연 경물이므로 감성적 보편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해학반도도>는 <십장생도>와 함께 궁중 회화의 꽃이자 조선 회화사의 명장면이라 할 만하다.

 

※출처
1. 유홍준 지음, '명작 순례 -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 (주)눌와, 2013
2. 구글 관련 자료

 

2025. 2. 9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