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뇌과학의 역사 6 - 신경그물설과 신경세포설, 그리고 신경전달물질 본문

뇌의 특정 영역과 그 기능이 밝혀지면서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뇌의 조직학에도 관심이 쏠렸다.
1800년대 후반이 되면서 대부분의 의학자들은 생명체가 기본 단위인 세포로 이루어졌다는 세포설細胞說 cell theory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미경으로 뇌 신경조직을 관찰하는 신경과학자들은 예외였다.
그들이 보기에 뇌 조직은 마치 그물처럼 엉겨붙어 있었다.
신경과학자들은 다른 곳과 달리 신경조직은 세포설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이론은 '신경그물설 neuropil theory'이라 불렸다.
뇌 신경세포들을 현미경으로 정확하게 관찰할 수는 없을까?
뇌의 조직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이탈리아 Italia(영어 Italy) 병리학자 카밀로 골지 Camillo Golgi(1843~1926)는 뇌세포를 염색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1873년 어느 날, 카밀로 골지는 실수로 질산은 용액을 뇌 조직에 흘렸다.
그런데 질산은 용액에 뇌세포들이 염색되어 선명하게 관찰되었다.
자신의 염색 방법을 이용해 뇌 신경세포를 면밀히 살펴본 골지는 관찰을 토대로 신경그물설을 지지했다.
세포와 세포 사이의 어떤 틈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뇌 신경세포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면 신경계는 진정 세포설이 적용되지 않는 공간인가?
또한 뇌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면 한 가지 자극에 모든 부분이 동시에 작용할 텐데, 그동안 뇌과학자들이 알아낸 사실, 즉 구역별로 뇌가 서로 다른 기능을 보여주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스페인 Spain 신경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 Santiago Ramón y Cajal(1852~1934)은 신경세포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골지의 신경그물설 지지에 반기를 든 사람이다.
골지 염색법으로 뇌 신경세포를 관찰하던 카할은 골지와 다른 결론에 다다랐다.
그의 관찰 결과에 따르면 신경세포들은 서로 달라붙은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미세한 신경세포 사이의 틈을 아직 뚜렷하게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카할은 자신의 이론을 '신경세포설 nerve celll theory'이라 불렀다.
그 뒤 뇌과학자들은 골지의 '신경그물설'을 지지하는 무리와 카할의 '신경세포설'을 지지하는 무리로 나뉘었다.
1906년 콜지와 카할이 동시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을 때도 두 사람은 서로의 이론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국 신경생리학자 찰스 셰링턴 Charles Scott Sherrington(1857~1952)은 척수 spinal cord의 감각신경을 자극한 뒤 운동신경의 반응이 나타나는 시간을 측정했다.
그는 감각신경 정보가 운동신경으로 전달되는데 아주 짧긴 하지만 시간 간격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경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면 이런 시간 간격이 존재할 수 없었다.
그는 신경과 신경이 매우 가깝긴 하지만 약간 떨어져 있으며, 떨어진 공간을 시냅스(연접連接) synapse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시냅스에서 어떤 물질이 나와서 신경정보를 전달할 것이라는 자신의 이론을 1906년 발표했다.
셰링턴은 이 공로로 193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셰링턴이 제안한 시냅스에서 분비되어 신경정보를 전달하는 신호물질을 발견한 사람은 미국 약리학자 오토 뢰비 Otto Loewi(1873~1961)였다.
1920년 그는 꿈속에서 엄청난 실험 과정을 경험했다.
감동에 겨워 일어났는데 이게 웬일인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좌절한 그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신의 은총인지 다시 똑같은 꿈이 그를 찾아왔다.
1936년 그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을 안겨준 그 감동적인 꿈은 신경전달물질 neurotransmitter(NT)의 실험에 대한 것이었다.
바로 위 그림처럼 심장 두 개가 소금물이 담긴 비커 beaker에 담겨 있다.
왼쪽 비커에 든 심장 A에는 심장을 느리게 뛰게 하는 미주신경迷走神經 vagus nerve(뇌신경 속에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배의 모든 내장에도 분포하는 신경으로서 감각, 운동, 분비를 지배하는 신경)이 붙어 있고,오른쪽 비커에 든 다른 심장 B에는 미주신경이 제거된 상태다.
미주신경이 붙어 있는 심장 A에 전기 자극을 주자 미주신경이 자극을 받아 심장이 느리게 뛰기 시작했다.
뢰비는 느리게 뛰는 심장이 담겨 있던 비커의 소금물을 다른 심장 B의 비커에 옮겼다.
그랬더니 다른 심장 B도 느리게 뛰기 시작했다.
즉, 첫 번째 심장 A의 미주신경에서 나온 물질이 소금물을 통해 두 번째 심장 B로 흘러들어 심장 박동에 영향을 준 것이다.
신경전달물질의 존재가 이렇게 증명된 것이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반니, 2022)
2. 구글 관련 자료
2026. 3. 26 새샘
'글과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코핀과 스테이시의 '새로운 서양문명의 역사' – 6부 혁명의 시대 - 21장 국가란 무엇인가? 영토, 국가, 그리고 시민(1848~1871) 2: 내셔널리즘과 1848년 혁명 3-이탈리아 통일의 초기 단계 (0) | 2026.03.30 |
|---|---|
| 동물 뼈, 과거의 일상을 밝히는 타임캡슐 (0) | 2026.03.27 |
| 탄은 이정 '설죽' (0) | 2026.03.26 |
| 코핀과 스테이시의 '새로운 서양문명의 역사' – 6부 혁명의 시대 - 21장 국가란 무엇인가? 영토, 국가, 그리고 시민(1848~1871) 2: 내셔널리즘과 1848년 혁명 2-오스트리아 제국 (0) | 2026.03.24 |
| 토기의 깨진 조각이 보여주는 역사의 퍼즐 (0) | 2026.03.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