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80 - 음나무 본문

음나무의 줄기와 가지에 나는 억센 가시는 매우 날카로워 엄嚴하게 생겼다고 엄나무라고도 부른다.
개두릅이라는 이름으로 봄에 새순을 식용하며 아름드리로 자라고 질 좋은 목재를 생산한다.
잡귀의 침입을 막기 위해 가시투성이 가지를 문설주 위에 걸쳐두기도 했다.
한반도 전역에서 높이 25미터까지 자라는 두릅나무과 음나무속의 갈잎 넓은잎 큰키나무이며,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Russia 동북부에도 분포한다.
학명은 칼로파낙스 셉템로부스 Kalopanax septemlobus, 영어는 Prickly castor oil tree(가시 피마자유 나무), 한자는 해동목海東木이나 자동刺桐이다.
○음나무? 엄나무?
경기도 지방에서는 '음나무'라 부르지만, 황해도·강원도·경상도 지방에서는 부르기 쉽게 '엄나무'라고 부른다.
'음'자가 '엄'자보다 발음하기 더 힘들기 때문이다.
사전을 보면 음나무는 "겨울에는 잎이 떨어지고 높은 나무로 되며 가지에는 굵고 억센 가시가 나 있다. 잎자루는 길고 잎은 손바닥처럼 생겨 크다. 잎의 지름이 10~30센티미터에 이르고 가지 끝에 모여서 난다"라고 되어 있다.
서울을 비롯한 큰 도시의 화원에는 팔손이나무가 많이 진열되어 있는데, 얼핏 보면 음나무 잎은 팔손이나무 잎과 비슷하다.
사실 팔손이나무와 음나무는 함께 두릅나무과에 속해 가까운 친척 사이이다.
엄나무(엄목嚴木)란 이름은 가시가 무섭게 나 있어 엄하게 보인다고 해서 얻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 생김새에서 얻은 알맞은 이름, 엄나무가 왜 음나무로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서울말이 표준어라고 하여 음나무라고 부르지만, 필자의 생각으로 엄나무 쪽이 훨씬 합리적이고 발음하기도 좋다.
이 나무의 한자 이름은 해동목海東木 또는 자동刺桐으로, 잎이 크고 나무의 웅장한 맛이 오동나무와 닮아 이렇게 불리는 것 같다.
또한 나무의 결이 곱고 비교적 가벼운 맛이 또한 오동나무와 닮아 '오동나무 동桐'자를 따와 가지에 가시가 있기 때문에 '가시 자刺'를 붙여 자동刺桐으로도 불린다.
엄嚴나무라 하면 떳떳하고 자주성이 있는 이름이지만, 자동刺桐이라 하면 이 나무의 지위가 떨어진다.
왜 오동나무와 연관지어 이름을 짓느냐 하는 것이다.
가시 달린 오동나무로 불린다는 것은 오동나무만 못하다는 뜻이 은근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은 음나무를 '가시오동나무'로 부르고 있다.
한편 러시아 Russia에서는 음나무를 '숲속의 장미'로 부르며, 그 뜻은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있듯이 음나무가 가시를 가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나무, 다시 말해서 숲속에 자라고 있는 장미라는 것이다.
러시아 학자들도 '숲속의 장미'라는 표현은 다소 역설적이라는데 반대하지 않는다.
"장미는 아름답다. 장미는 가시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가시를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장미처럼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논리의 전개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나무를 아름다운 나무로 추켜올리는 것이 못마땅할 이유가 없다면, 이러한 이름으로 음나무를 격려하는데 인색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특징 및 용도
지난 날에는 오동나무로 나막신을 만들어 신었다.
가볍고 신 안에 습기가 잘 차지 않으며 마찰에 저항력이 있어서 오래 신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음나무도 나막신을 만드는 재료로 이용되었었다.
음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이 나무가 없는 동네도 많다.
이 나무는 말하자면 낙하산 부대 비슷하다고나 할까?
엉뚱한 데 나서 그 위풍을 자랑한다.
한 나무가 서 있으면 그 주변에 여러 나무가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갑자기 나타나는 귀한 존재라 할까?
음나무 열매는 가을에 콩알처럼 검게 익으며, 이것을 새들이 즐겨 먹는다.
열매의 살은 새의 위장 속을 지나는 동안 소화되고, 그 안에 있는 단단한 씨는 반쯤 소화되다가 간신히 목숨만 살아남은 채 새의 배설물 속에 섞여서 땅에 떨어진다.
이것은 이 나무의 열매로 보아서는 다행한 일이다.
뜨겁고 지독한 소화력, 다시 말해서 부식시키는 힘을 가진 새들의 창자 속을 지나온 까닭에 씨의 껍질이 얇아지고 땅에 떨어진 순간부터 물을 쉽게 빨아들여 싹을 틔우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가는 싹트지 못하고 끝내 땅속에서 생명을 잃고 마는 일이 많다.
산새들이 이 나무의 열매를 좋아하기 때문에 음나무 위에서 산새들이 노래를 쉴 새 없이 불러댄다.
동물은 배가 부르면 노래를 하기 마련이다.
먹을 것이 즐비한 음나무 가지에는 산새들은 항상 잔치하는 기분이다.
이왕 나무로 태어날 바에는 배부르게 하고 노래하게 하고 또 꿈을 실을 수 있는 나무로, 말하자면 음나무처럼 되는 것이 소원일 것이다.
○무시무시한 가시

음나무는 우리나라, 중국, 그리고 러시아 동부 지방과 일본에만 있고 유럽 Europe이나 미국 USA에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 많다.
그래서 구미歐美(유럽과 아메리카) 각국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이 나무를 보고서는 그 잎의 생김새와 무시무시한 가시에 놀라곤 한다.
이 나무는 늙고 오래되면 가시가 거의 없어진다.
혈기왕성한 어린 시절에는 가시를 달아 그 위엄을 뽐내지만, 몇십 년을 지나 풍상을 겪고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원만한 기품으로 당당한 모습을 자랑한다.
무서운 가시로 몸을 무장하고 방어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아직은 약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제 그를 얕잡아볼 나무들이 주변에 없는 바에야 구태여 가시를 달고 있을 필요가 없다.
큰 음나무는 이제 자신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 나무의 가시를 미소라든가 애교로 보고 싶다.
온몸에 가시를 달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아름다운 웃음과 같다.
어린 아기들은 잘 웃는다.
이유 없이 웃는다.
그래서 아기를 미워하는 사람은 없다.
아기들의 웃음은 그들이 한없이 약하기 때문에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한 것이 아닐까?
초봄에 돋아나는 음나무의 새싹은 맛이 있기 때문에, 몸을 가시로 보호하지 않으면 온갖 산짐승들의 밥이 되고 만다.
어린 아기의 웃음, 그것이 곧 음나무의 가시인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음나무의 가시를 어린 아기의 미소로 보는 것이다.
이 나무는 그 때문에 어릴 때부터 아름답다.
○귀신이 무서워하는 나무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나무가 가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귀신들이 이 나무를 무서워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가시 돋친 음나무 가지를 잘라서 안방 문 위쪽에 걸어두곤 했다.
잡귀신이 안방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랑방에는 잘 걸어두지 않았다.
잡귀신들은 사랑방보다는 안방을 더 탐냈기 때문이며, 안방이 음나무와 더 깊은 관련이 있다.
잡귀신을 음나무 방망이로 쳐서 가마솥에 넣어 무거운 솥뚜껑으로 꾹 눌러 놓고 서리서리 삶아댄다는 무당굿풀이에 음나무가 들어가는 것도 볼 수 있다.
지난날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로 가는 길섶에는 음나무의 어린 나무들이 많이 나 있었다.
우리나라 군데군데 큰 음나무를 세워서 동양적인 이 나무의 위풍을 남겨두었으면 한다.
정말 웅장한 나무다.
두릅나무, 오갈피나무 따위는 음나무의 일가친척이다.
음나무는 빨리 자라고 오래 살며 몸집이 크게 되는 나무이기 때문에 동내에 심어 정자나무로 삼고 싶다.
아름다운 나무, 야생적인 나무, 든든한 나무이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6. 4. 10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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