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82 - 자귀나무 본문

화장 붓 모양의 꽃이 아름답고 화려하여 정원수로 잘 심는다.
자잘한 잎들이 해가 지면 서로 닫히는(접히는) 수면睡眠 운동을 한다.
안고 잠자는 남녀의 모습을 하고 있어 한자로는 야합수夜合樹, 합환목合歡木, 합혼수合婚樹라고 한다.
해가 잘 비추는 숲 가장자리나 산기슭에서 자라거나 공원에 조경수로 심는 콩과 자귀나무속 갈잎 넓은잎 작은큰키나무 또는 큰키나무로서 우리나라 황해도, 경기도, 충청남도 이남에 자생하며, 일본, 타이완, 중국, 인도, 히말라야에도 분포한다.
학명은 알비지아 줄리브리신 Albizia julibrissin, 영어는 Persian silk tree(페르시아 비단나무), Pink silk tree(분홍비단나무), 한자는 야합수夜合樹.
○여러 가지 이름
'자귀나무', 엄청 이상한 이름이다.
이 나무는 잠도 잘 자고 깨기도 잘 하기에 잠자는 게 귀신 같다고 해서 자귀나무란 일므을 얻은 것일까?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 그러한 이름을 얻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 나름대로 자귀나무라는 이름을 공연히 쪼개보고 그 근거를 붙여서 그것을 합리화해보고 싶다.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는 것이 살아나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항상 필요한 것만 생각하면서 살아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나뭇가지를 태우고 나면 노란색의 재가 남는다고 해서 노린재나무, 가지를 꺾으면 댕강댕강 잘 부러진다고 해서 댕강나무, 가지를 물에 꽃으면 물색이 푸르게 된다고 해서 물푸레나무, 화살(시矢)의 깃털 같은 것을 가지에 달고 있기에 화살나무, 베개를 닮았으나 색깔이 검어서 까마귀베개, 대궁(간幹)이 쓸모 있고 이상해서 대나무, 열매를 따먹고 방귀를 뽕뽕 뀌기에 뽕나무, 가지를 태우면 검은 재가 남기에 검은재나무, 겨우겨우 간신히 살아간다고 해서 겨우살이, 가지 속에 국수가 들어 있어서 국수나무, 흰 꽃이 나무를 덮을 때 흰 쌀밥 같다고 해서 이팝나무, 꽃이 조알과 같이 잘다고 해서 조팝나무, 뽕나무는 아니지만 뽕나무처럼 쓰임새가 있다고 굳이 말하기에 꾸지뽕나무, 열매를 까치가 잘 먹기에 까치밥나무, 며느리가 밉고 줄기에 가시가 있기에 며느리밑씻개, 열매가 옷에 잘 붙기에 도깨비바늘, 이정표로서 5리 길마다 길가에 심었다 해서 오리나무, 백팔 염주를 만들기에 염주나무, 껍질이 소중해서 피皮나무, 열매가 쥐똥 같아서 쥐똥나무, 꽃이 병 모양이라서 병꽃나무, 줄기가 철사줄처럼 강해서 철선鐵線, 줄기에서 노란색이 물이 나온다고 해서 황칠나무 따위로, 그 예를 모두 옮기기 불가능할 정도로 많다.
○금실이 좋은 나무

잠자는 게 귀신 같다고 해서 자귀나무·····, 생각해볼 만한 풀이가 아닐까?
사실 자귀나무는 밤이 되면 잠을 잔다.
잠을 잔다는 것은 마주 붙어 있던 잎이 서로 모여서(포개져서) 접합하는 것을 말한다.
떨어져 있던 것이 서로 부둥켜안는 현상을 잠자는 것으로 표현한 것은 이것이 밤에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부가 밤이 되어 잠을 자는 모습을 자귀나무에 갖다 붙여 야합수夜合樹란 이름을 얻었다.
이러한 현상은 미모사 mimosa라는 풀에서 잘 볼 수 있다.
미모사는 손을 대기만 해도 수면 운동을 일으켜 잎들이 서로 모이고 겹치고 닫히게 된다.
과학자들은 수면 운동에 대해 흥미를 가져 여러 가지 억측을 내리기도 했다.
미모사의 잎자루 아래쪽 세포는 많은 물을 간직하고 있어서 이 때문에 잎이 수평으로 꼿꼿이 지탱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자극을 받으면 그 순간 이들 세포가 물을 잃어버리게 되어 잎이 아래로 처지게 된다.
○나무의 한자 이름과 그 이야기
자귀나무는 황해도·경기도 이남의 따뜻한 지역에 자라는 콩과 나무로, 한자 이름은 합환목合歡木,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와 같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두 비슷한 뜻이다.
합쳐서 기쁘다든가, 서로 궁합이 맞아 혼인을 하는 나무라든가, 밤에는 서로 접촉하는 나무라든가, 정이 있다든가 하는 뜻이다.
따라서 예전에는 부부의 금실琴瑟(부부간의 사랑)을 위해서 이 나무를 집에 흔히 심었다.
그 잎은 아까시나무 잎을 축소시킨 것 같은데, 자귀나무 잎은 더 규칙적이고 도형적이며 더 섬세한 느낌으로 구석구석 도안한 듯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한 대에 붙어 있는 잎을 세어 보면 홀수이지만, 자귀나무는 끝 쪽에는 잎이 없어서 짝수로 되어 있는 또한 다르다.
이 점은 자귀나무의 묘한 잠자는 성질과 관계있다.
마주나 있는 두 장의 잎이 밤이면 서로 모여서 잠을 자야 하는데, 만일 홀수의 잎을 달고 있다면 한 장의 잎이 남기 때문이다.
이러한 잎이 하나라도 있다면 자귀나무는 야합수라는 이름을 버려야 될 판이다.
홀수 개의 잎을 가지고 있는 아까시나무, 산초나무, 등나무, 찔레나무, 해당화와 같은 나무들을 자귀나무는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부부하 화목해야 가정이 평화로운 것처럼, 나무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 자귀나무의 철학이다.
○황홀한 꽃

자귀나무 꽃을 처음 보는 사람은 우선 그 모양에 놀라고, 다음으로 그 향기에 놀란다.
몇백 개의 명주실이 연분홍으로 물들어가는 수꽃의 불꽃놀이는 사람들의 예술을 깔보고 있는 듯하다.
어떤 유명한 조각가나 화가도 자귀나무 꽃의 구도 앞에선 끌과 송곳을 버려야 하고 또 물감과 붓을 팽개쳐야 할 판이다.
연분홍의 꽃들이 진녹색 잎으로 펼쳐진 구름 위에 수놓여 하늘을 쳐다보는 듯한 배열은 창조주의 계획적인 작품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이 나무의 줄기는 굽거나 약간 눕거나 멋없는 가지를 그저 몇 개 성큼성큼 달 뿐이다.
봄이 오고 여름이 와서 이 가지에 잎이 달리게 되면 자귀나무는 완전한 공간적 조화를 찾고, 색깔은 그 영화의 절정을 묘사하게 된다.

잎이 떨어지면 겨울을 스산하게 맞이하고 찬바람에 온몸을 맡기데 만다.
콩깍지 같은 긴 열매를 달아 겨울바람에 내내 달각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은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새들을 불러 그 열매를 대접하기 위한 초대의 말이 아닐까?
사람들은 이 나무가 시끄럽다고 해서 여설목女舌木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여자의 잎이 얼마나 시끄러우면 자귀나무의 열매에 비교했을까?
그러나 눈이 오고 찬바람이 불면 자귀나무 열매의 꼬투리는 서로 부딪쳐서 깨어지고 씨앗이 땅을 떨어지게 된다.
자귀나무는 많이 모여서 집단생활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극히 야생적인 나무로서 조금은 비사교적인 맛이 있지만, 그것이 이 나무의 풍류라고 보아야 한다.
자귀나무는 다른 어떤 나무도 자기보다 더 아름다운 꽃을 가지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귀나무를 보통 야생적이고 자연적이며 소박하고 온유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에 심는다.
하와이 Hawaii와 같은 열대 지방에 레인트리 rain tree라는 나무가 있는데, 웅장한 몸집을 가지고 있고 그 잎과 꽃은 자귀나무와 구별이 잘 안 될 정도로 닮아 있다.
레인트리는 밤이 되면 비를 오게 한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을 얻었고, 잎이 서로 오므라들면 가지 사이에 공간이 생겨 가랑비가 아래로 내려오기 마련이다.
한때 그곳 사람들은 이를 밤에 누는 매미 오줌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오후 다섯 시가 되면 잎이 모여서 잠을 자기 때문에 '다섯 시 나무'라는 별명도 얻었다.
강력한 색깔의 무지개가 레인트리의 가지와 잎에 걸려서 그 영광을 하늘에 채색할 때면, 우리나라의 자귀나무에도 무지개가 발을 놓아 산기슭에서 서로 그 아름다움을 나누는 것이다.
동양에만 난다는 이 자귀나무를 누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인가?
자귀나무로 아름다운 조각품을 만들 수 있어 우리에게는 더욱 친밀하다.
자귀나무는 항상 필자의 마음속에 살고 있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6. 4. 19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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