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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혜원 신윤복 '단오풍정'

새샘 2026. 4. 23. 10:08

'<단오풍정>으로 피서하기'

 

신윤복, 단오풍정, 조선시대, 종이에 채색, 28.2x35.2cm, 간송미술관(출처-출처자료1)

 

어느 덧 한낮의 햇볕이 청양고추처럼 매웠다.

6월 2일, 단오인 절기가 무색하리만치 때이른 더위에 마음은 벌써 해변에 가 앉아 있다.

 

단오제는 첫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다.

단오端午(음력 5월 5일)는 농경사회에서는 가장 큰 명절로, 여름 더위를 탈 없이 보내고 질병을 예방하는 뜻에서 창포(연못이나 도랑의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창포菖蒲의 잎을 끓여 우려낸 물)에 머리를 감고 멱을 감았다(목덜미를 비롯한 몸을 씻었다).

풍성한 음식과 민속놀이를 통해 서민들은 결속력을 다졌다.

 

2005년에는 강원도에서 신청한 단오제端午祭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의 '원조元祖' 실랑이도 뒤따랐다.

단오는 중국에서 전래되어 우리의 전통의식으로 전승된 세시歲時(절기節氣) 풍속이다.

 

단오제의 역사는 그림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조선시대의 풍속화가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1758~1813 이후)이 그린 <단오풍정端午風情>이 좋은 예다.

신윤복은 춘화春畵를 그리다가 도화서에서 쫓겨났을 정도로, 남녀의 애정행위를 사실적으로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주로 양반과 기생의 유흥을 소재삼아 시대의 뒷골목을 포착한 풍속화를 그렸다.

 

<단오풍정>은 단오날을 맞아 기생들이 물가에서 노는 장면을 사진처럼 기록한 그림이다.

때는 양기가 충천한 오시午時에 여인들이 멱을 감기 위해 속살을 드러냈다.

과감한 노출 수위가 '19금'을 능가한다.

노랑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은 채 그네를 타고 있는 여인을 중심으로, 엑스트라 extra(단역 배우) 여인들이 다양한 포즈 pose(몸 자세)로 재미를 선사한다.

 

화면의 중심으로 'Y'자 계곡을 따라 물이 흐른다.

왼쪽 아래에는 여인네들이 저고리를 벗은 채 치마는 최대한 걷어 올렸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몸과 마음을 씻어내기에 바쁘다.

기방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생은 벌써 꽃단장을 마치고, 그네를 타고 있다.

그녀의 뒤쪽에는 두 여인이 나무그늘에 앉아 머리를 다듬는다.

오른쪽 아래에는 술병과 음식을 담은 광주리를 머리에 인 여인이, 그네 타는 여인 쪽으로 바삐 걸음을 옮기는 중이다.

 

그런데 여인들을 훔쳐보는 이들이 있다.

바위 뒤에서 몸을 숨긴 까까머리 동자승이 그들이다.

양반도 아니고 머슴도 아닌, 왜 하필 동자승이었을까.

신윤복은 여인들의 은밀한 광경을 성인 남성의 시선이 아닌 예상 밖의 동자승을 출연시켜 센스 sense(감각) 만점滿點의 기대 효과를 노렸다.

재미와 에로티시즘 eroticism(성적性的 분위기)이 배가된다.

뿐만 아니라 에로틱한 erotic 광경은 곳곳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신윤복의 기발한 아이디어 idea(발상發想)가 감상자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단오는 신윤복의 <단오풍정>으로 하여 비로소 예술화되었다.

사람들은 <단오풍정>을 통해 단오를 잊지 않고 챙긴다.

이 무더위에 <단오풍정>을 보면서 시원한 물가에서 노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도 지혜로운 피서의 묘책일 수 있다.

 

※출처
1. 김남희 지음, '옛 그림에 기대다', 계명대학교 출판부,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6. 4. 23 새샘